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4.15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임명장수여식에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김세연 공천관리위원 등 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부산 지역 현역의원 60% 이상 물갈이를 검토 중인 가운데 불출마 움직임이 미약한 TK(대구‧경북) 지역에 관심이 쏠린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TK 현역 50% 이상 교체론을 시사했지만, 지금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당내 의원 13명 중 TK 현역은 정종섭(초선‧대구동구갑) 의원이 유일할 정도로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관위, 부산 중진 정조준…현역 교체율 63% 넘을 듯한국당 공관위는 부산에 지역구를 둔 현역 11명 중 최소 7명을 교체하는 방침을 검토 중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불출마를 제외하면 부산 지역 현역 6명 중 3선 이상이 4명이다. 해당 4명 중 최소 2명 이상을 교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부산 지역은 현역 교체율은 약 63%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중 부산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김무성(6선), 김정훈(4선), 김세연(3선), 김도읍(재선), 윤상직(초선) 등 5명에 달한다. 공관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나머지 부산 지역 현역 6명 중 최소 2명 이상을 더 교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방침은 PK 지역 내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팽배해 있음에도 한국당이 세대교체 등 공천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면 현 정권에 대한 반사이익조차 누릴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결과(tbs‧YTN 의뢰, 1월 20일~22일,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한국당의 부산‧울산‧경남 지역 지지율은 40.2%로 집계됐다. 이는 민주당의 부산‧울산‧경남 지지율(33%)보다는 7%포인트 가량 높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당내 부산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역 분위기가 우리당에 좋다고 해도 출마 후보군을 잘 선택해야 한다”며 “지난 총선에선 우리당 내부 분열로 민주당에 뺏긴 지역이 있지만, 이번엔 민주당의 6개 중에서 절반 이상을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핵심 관계자도 이날 통화에서 “20대 총선에서 부산 선거 실패의 이유가 세대교체를 못하고 나왔던 사람이 또 나오는 바람에 진 것”이라며 “물갈이를 제대로 해야 당이 쇄신한다는 이미지를 주고 타 지역에 파급 효과도 크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윤창원기자/자료사진)
◇TK 중진들 버티기에 심재철 지원사격?…김문수 ‘신당’ 이탈 PK 지역 내에서 이처럼 물갈이 움직임이 일고 있음에도 정작 한국당의 초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TK 의원들은 여전히 잠잠한 분위기다.
이날까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소속 TK 지역구 현역은 초선인 정 의원 밖에 없다. TK 지역구 3선 이상이 중진들이 4명에 달하지만, 이들은 불출마 선언은커녕 당내 경선 준비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이날 ‘이기는 공천’을 강조하면서 공관위가 내건 ‘개혁 공천’과 결이 다른 발언을 내놨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겉으론 개혁 공천을 얘기하지만 ‘이기는 공천’을 해야 한다”며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공천하는 것이니까 그 핵심을 놓치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선 경쟁력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1차적인 당내 공천 과정에서의 물갈이를 견제하는 듯한 발언으로 읽힌다.
당내 TK 의원들 사이에서도 공관위가 추진 중인 ‘개혁 공천’ 방침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경북에 지역구를 둔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당에서 물갈이가 필요하면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를 진행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정치도 하나의 직업인데 다들 마지막까지 도전해보려고 하지, 스스로 포기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 한 초선의원도 통화에서 “대구는 매번 이런 저런 이유로 물갈이를 해대니 대부분 초선들만 남았다”며 “통합 작업이 잘 안되니까 물갈이를 통해 인위적인 쇄신 이미지를 보이려고 하는데, 잘못하면 역풍이 불수도 있다”고 반발했다.
공관위의 TK 물갈이 분위기 속에서 보수진영 내 독자 세력화 조짐도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신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태극기세력이 중심이 된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이르면 다음달 중순 통합신당 창당 로드맵을 밝힌 가운데 이와 상충된다. 사실상 TK 지역 쇄신과 보수대통합이라는 당 지도부 방침에 역행하는 움직임인 셈이다.
김 전 지사는 이날 통화에서 “태극기세력이 중심이 되고, 광화문 광장의 국민들을 중심으로 대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창준위에 등록된 ‘비례한국당’의 당명을 바꿔서 조만간 창당할 것”이라며 “전광훈 목사는 신당엔 참여하지 않고 후원하는 입장에 머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지사는 전날 자신의 SNS(페이스북)를 통해서도 ‘자유한국당과 차별화 되는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아울러 ‘유승민 당’과 통합하기 위해 한국당을 해체하고 태극기를 버리고 좌클릭 신당을 창당하는데 반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