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능" vs 韓 "희박"…'잠복기 전파' 누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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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보건당국 "우한 폐렴, 잠복기에도 전염성"
질본 "잠복기에는 전염성 없거나 낮을 것" 반박
中설명 맞다면, 증상 나와야 격리하는 현 체계 180도 바꿔야
전문가 "일상적 호흡기 바이러스 잠복기 전파 불가능"
"불확실한 루머 확대 재생산되면 시스템 마비될 것" 우려
초기 확산 방지 실패한 中, 면피용 발언이라는 분석도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출입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감염에 대응하기 위한 체온 감지 열화상카메라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사진=박종민기자)

 

중국 보건당국은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잠복기에도 전염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잠복기 전염이 없거나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이 잠복기에는 전염성이 없지만, 가장 많은 사례자를 확보하고 있는 중국 당국의 발표이므로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 '잠복기 전파' 확인되면 현 방역체계 전면 뜯어 고쳐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마 샤오웨이 주임은 지난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SARS)와 달리 잠복기에도 전염성이 있고, 감염이 돼도 초기에는 체온이 높지 않거나 정상인 경우도 많다는 견해를 밝혔다.

마 주임은 구체적인 근거를 대며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잠복기에 있거나 감염됐지만 증상이 없는 확진자가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만약 마 주임의 설명대로 잠복기에 있는 환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시킨다면, 의심 증세가 나타난 뒤에야 격리를 시작하고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구별해내는 현 방역체계를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 번째 확진자가 지난 20일 입국 당시에는 증상이 없었지만, 22일 오후 들어 몸살 기운이 생겨 보건당국은 이 때를 발병 시점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 세 번째 환자의 발병일인 22일부터 그가 격리된 25일까지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모두 74명의 접촉자를 확인해 이들의 증상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잠복기를 포함할 경우, 20일 입국 시점부터 25일까지 확진자의 동선과 그와 접촉한 모든 사람을 확인하는 식으로 조사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

네 번째 확진자의 경우도 아직 정확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입국 시점인 지난 20일부터 격리된 26일까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다만,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27일 "사스(SARS)나 메르스(MERS)의 사례를 참고할 때 잠복기에는 전염성이 없거나 낮을 것이라 판단한다"며 "중국에 그렇게 판단한 근거를 요청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다른 질본 관계자도 "중국이 과학적 근거 제시 없이 견해만 밝힌 상태라 아직은 기존의 알려진 정보에 근거해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새로 나오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복기 전염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을 대비해 중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전문가 "우한 폐렴만 다르다는 근거 대라" 일각에선 "中의 면피용 발언" 비판

정은경 본부장의 설명처럼 사스나 메르스와 같은 기존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잠복기에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나머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도 그동안 쌓인 사례들을 돌아볼 때 잠복기에 있는 환자가 전파자가 된 경우는 찾기 어렵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가 잠복기에 전파되는 경우가 없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만 특이하다면 확실한 근거를 댔어야 한다"며 중국 당국의 발표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의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와 다르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실험이 필요할 것"이라며 "아직 확실한 증거를 갖추기에는 시간이 짧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발열이나 기침과 같은 증상이 전혀 발현되지 않았을 경우 밀접 접촉자들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영유아나 고령의 노인과 같이 면역력이 약한 경우는 발병했지만, 초기에 발열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확진됐음에도 잠복기로 오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통상 폐렴과 같이 바이러스 방출량이 많아지는 중증 상태가 돼야 호흡기를 통한 비말(침방울) 전파가 원활하게 이뤄진다"며 "경증에서는 전파 위험도가 굉장히 낮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중국은 정황 증거만 가지고 잠복기 전파 가능성을 지적한 것 같다"며 "불확실한 루머가 확대 재생산되면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중대한 상황을 보내야 하는 현재,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져 시스템이 마비되고 정작 필요한 환자들을 격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우한 폐렴 초기 확산 방지에 실패한 중국 보건당국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잠복기 전파' 가능성을 흘린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초기 확산을 '안 막은 것'이 아니라 잠복기에도 전파되는 특성 때문에 '못 막은 것'이라는 면피용 발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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