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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수출 1위 호주…"산불 방화기사, 본질 흐리는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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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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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주머니쥐, 일부 개구리 종..지구에서 다시 못 볼 수도"
호주 가짜뉴스 배포 프로그램, '방화' 광범위하게 노출
머독 소유 매체, '호주 산불은 방화 탓'…기후문제 본질 가려
'자원개발 책 추진에 역풍 불까' 보수 정치인과 보수 언론 한목소리
견제할 야당 부재..노동당 역시 석탄수출 산업 지지

■ 방 송 : FM 98. 1 (06:05~06:55)
■ 방송일 : 2020년 1월 13일 (월요일)
■ 진 행 : 이강민 앵커
■ 출 연 : 이재호 기자 (한겨레21)

 

◇ 이강민> 국내외 주요 이슈들을 10분동안 파헤쳐보는 <그것이 10분간="" 알고싶다=""> 한겨레21 이재호 기자와 함께 합니다. 어서오세요.

◆ 이재호> 안녕하세요. 한겨레 21 이재호 기자입니다.

◇ 이강민>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져왔습니까?

◆ 이재호> 오늘은 해를 넘겨서 계속되고 있는 호주 화재 상황을 좀 살펴보려 합니다. ‘호주를 태우는 두개의 불’이라는 제목을 붙여봤습니다.

◇ 이강민> 일단 호주 화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을 지난해 9월로 잡으면 무려 4개월째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는데요. 피해 상황, 어떻습니까?

◆ 이재호> 최근 자료를 보면 이번 화재로 호주 전역의 3분의1이 화재 영향권에 들었는데 1200만 헥타르가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남한의 면적(1천만 헥타르)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이고요. 건물 5900여 채(집2천채)가 불에 탔고 최소 29명이 목숨을 잃은 걸로 아려집니다. 또 10만 명이 화재를 피해 피난길에 올르기도 했죠. 문제는 이 불이 끝난 게 아니라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인데, 재산 피해는 정확하게 집계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고요. 인명피해도 현장상황이 수습됨에 따라 얼마든지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 이강민> SNS 등을 통해서 우리가 많이 본 호주의 모습은 정말 처참했습니다. 산불에 그을리거나 반쯤 불에 탄 코알라가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물을 얻어먹거나, 살 길을 찾아가길 포기한 채 불길 사이에 주저앉은 동물들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이번 호주 화재로 인해서 코알라가 멸종위기에 처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왔죠?

◆ 이재호>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이 크게 코알라와 캥거루인데요. 아직 멸종을 이야기하기엔 다소 이르다는 분석입니다. 이번에 불이 발생하고 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이 호주의 동남쪽인 뉴사우스웨일스주인데요. 이곳의 코알라 중 8천 마리 이상이 불에 타 죽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멸종을 말하긴 어렵다고 하나 상당히 많은 수가 목숨을 잃은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 이강민> 코알라가 산불에 취약한 이유라도 있나?

◆ 이재호> 우선, 코알라는 움직임이 굉장히 느리죠. 그리고 유칼립투스 나무잎을 주식으로 하는데 유칼립투스 나무잎이 굉장히 기름진 것으로 유명한데 불이 붙기 좋은 조건입니다. 호주 산불이 번지면서 NSW주에 있는 유칼립투스 숲이 거의 전소됐다는 소식이 나오거든요. 만약에 유칼립투스 숲이 다 타버리게 되면 코알라가 이번 화재에서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먹을 것이 없어서 앞으로 ‘기능적 멸종위기’ 그러니까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호주 전역에 아직 코알라 종이 있기 때문에 멸종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겁니다.

호주 남동부 산불로 화상을 입은 코알라가 포트 맥쿼리 코알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있다.(사진=포트 맥쿼리 코알라 병원 인사트그램 캡처)

 

◇ 이강민> 이번 화재로 인한 호주 전체 동물의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요?

◆ 이재호> 시드니대학 생태학자인 크리스 딕먼은 1월6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억 마리의 동물이 목숨을 잃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화재로 호주에만 서식하는 쇠주머니쥐와 일부 개구리 종 등 멸종위기 동물을 다시는 지구에서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 이강민>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실 4개월 넘게 산불이 잡히지 않는다는게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호주는 원래 산불이 빈번한 곳이라는 지적도 있더라고요?

◆ 이재호> 그렇습니다. 호주는 여름(12∼2월) 날씨가 굉장히 덥고 건조하기 때문에 산불이 발발하기 좋은 환경인데요. 크고 작은 산불로 매년 홍역을 치러왔습니다. 호주 당국은 1850년부터 최근까지 산불로 8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인명피해를 기준으로 하면 현재진행형인 ‘2019~2020년 산불’보다 큰 규모의 산불도 여섯 번 있었고요.

◇ 이강민> 현재 29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더 큰 규모가 여섯번이나 있었어요?

◆ 이재호> 여섯 번 중 한 번은 태즈메이니아주에서 일어났고 나머지 다섯 번은 빅토리아주에서 불이 붙었습니다. 역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2009년 빅토리아주 산불은 173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호주에선 당시 산불이 처음 타올랐던 2월7일 토요일을 ‘검은 토요일’로 부르는데 불이 3월14일까지 계속됐었습니다. 검은 토요일과 비교하면 ‘2019~2020년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크지 않으나 면적만 보면 압도적으로 넓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호주의 여섯 개 주 전부가 화재 영향권에 들어간 건데요.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호주에서 발생하는 산불의 규모가 점점 커지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 이강민> 점점 커지는 원인이 뭘까요?

◆ 이재호>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를 꼽습니다. 호주는 ‘인도양 쌍극화 현상’ 때문에 매년 더 더워지고 더 건조해지고 있습니다. 1910년 이후 평균기온이 섭씨 1도 올랐는데요. 인도양 쌍극화 현상은 서부 인도양의 표면 수온이 동부보다 높은 현상인데 인도양 동서부 수온 차가 최근 60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18일에는 일평균 기온이 41.9도를 기록했고, 1월4일엔 시드니 서부가 낮 최고기온 48.9도를 기록하는 등 가장 더운 날씨를 보였습니다.

◇ 이강민> 일부에선 180건의 크고 작은 방화가 호주 산불 이후 처벌 받은 것을 언급하면서 전형적인 인재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이 중에는 의용소방관도 한명이 포함되기도 해서 비판을 받기도 했었고요.

◆ 이재호> 그렇습니다. 180건이 넘는 화재가 처벌은 받았고, 이중에 의용소방대가 포함이 됐었죠. 그는 강가에서 불을 지폈다가 끄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었는데 여론의 뭇매를 받았고요. 호주 형사당국은 이들 중 총 24명을 기소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좀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방화에 무게를 싣게 되면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입니다.

현지에서 실제로 분석을 통해서 밝혀냈고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됐는데요. 전문적으로 가짜뉴스를 배포하는 ’트롤’과 '봇'이라는 자동 댓글 달기 또는 자동 트윗 기능을 가진 악성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산불 사태에서 방화의 역할을 과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방화 뉴스가 담긴 기사가 더욱 광범위하게 보일 수 있도록 기사를 공유하고 댓글을 통해 바이럴 한다는 건데요. 이들이 유포하는 기사가 대부분 호주 출신의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하고 있는 언론사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호주에서 유통되는 신문의 58%가 루퍼트 머독 소유 언론사로부터 나오는데요. 루퍼트 머독은 대표적인 지구온난화 회의론자입니다.

5일 일본 기상청은 기상관측위성인 히마와리8를 통해 실시간 호주 산불 현황을 공개했다. 갈색 구름 띠가 뉴질랜드 북쪽으로 이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히마와리-8 실시간 웹 캡처)

 

◇ 이강민> 그러니까 보수인물인 루퍼트 머독이 이번 호주 화재의 원인을 방화로 돌려서 기후 변화의 문제점을 흐리게 만들고자 한다, 일각에선 이런 분석이 있다는 거군요?

◆ 이재호> 그렇습니다. 올해 유독 이렇게 산불이 커진 것을 보려면 결국 기후 문제를 봐야 하는 것인데 보수언론이 이를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는 시각인겁니다.

◇ 이강민> 루퍼트 머독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 이재호> 자신들에게 쏟아질 책임을 분산시키는 거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호주는 세계 1위의 석탄, 천연가스 수출국입니다. 전세계 석탄 수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호주는 세계 비영리 기후변화 연구기구가 지난해 말 발간한 ‘2020 기후변화 퍼포먼스 인덱스’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정책 분야에서 57개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호주 보수진영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줄곧 부인하면서 적극적인 자원개발책을 추진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산불이 커지면서 자신들에게도 불똥이 튀고, 앞으로 산업이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거죠. 이를 막기 위해 이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산불에 대해서도 “환경단체가 산불에 대비해 맞불을 놓는 것을 못하도록 막았기 때문에 화재 규모가 더 커졌다”고 맞섰습니다. 맞불은 산불이 넓은 지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숲을 태워 불길을 차단하는 방재 활동이다. 학계에서는 고온건조해지는 기후 상황을 고려할 때 산불 진압책으로 맞불을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보수 정치인들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 이강민> 대표적인 보수 정치인인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는 산불이 났는데 하와이로 휴가를 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죠?

◆ 이재호> 모리슨 총리는 호주의 보수정당인 호주자유당 소속인데 기후변화와 산불의 관계를 줄곧 부정해온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화재가 한창 진행 중이던 12월 말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갔다가 지탄을 받고 귀국길에 올랐는데요. 당시는 산불로 9명이 목숨을 잃은 상태였는데 두 명의 소방관이 잇따라 목숨을 잃으면서 휴가를 떠난 총리에 대한 호주 시민의 분노가 들끓는 계기가 됐습니다. 귀국한 그는 몇 차례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화가 난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모리슨 총리는 화재 진압을 위해 군 투입을 결정하면서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집권 여당인 호주자유당 홍보 영상을 통해 병력 투입 소식을 알렸는데요. 문제는 소방 당국 관계자들이 해당 사실을 공유받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12일 ABC TV와의 인터뷰에서 산불사태에 대한 대응에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했는데요. 그 인터뷰 소리, 직접 들어보시죠.

[INSERT] 스콧모리슨 / 호주 총리 : 훨씬 나은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고 노력할 것입니다.

◇ 이강민> 호주의 보수정당이 기후변화와 산불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지 못하면 야당에서 견제가 있을 법한데, 호주 정치 상황은 어떻습니까?

◆ 이재호> 호주에는 집권여당을 견제할만한 정치세력이 없는 현실입니다. 심지어 2019년 12월 중순 산불이 전국으로 퍼져나갈 때 야당인 노동당의 당수 앤서니 앨버니지는 석탄 수출 산업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탄광촌을 방문했었는데 이런 부분 때문에 시민사회가 절망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호주 시민들은 정치인에게 시민들이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최근까지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한 사람들이 많은 분위기였는데요. 하지만 우리가 2014년 세월호 침몰과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집권 정부에 대한 책임을 물었듯이 현재 호주에서도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호주 산불을 피해 피난길에 오른 11살 어린이가 보트의 조종간을 쥐고있는 사진이 호주 일간지 표지를 장식했다. (사진=The Daily Telegraph(좌), The West Australian(우) 캡처)

 

◇ 이강민> 어떤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있는거죠?

◆ 이재호> 지난 주말에는 호주 시드니 시청 앞에서 환경단체와 시민사회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습니다. 호주가 불타고 있다고 외치면서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행진이 있었습니다. 이로써 호주 정부는 화재 진압뿐만 아니라 들끓는 민심의 불도 꺼야할 상황에 직면했다.

◇ 이강민> 그래서 호주를 태우는 두개의 불이라는 제목을 붙였던 거군요.

◆ 이재호>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피해는 오롯이 시민의 몫, 화마와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 몫입니다. 뉴사우스웨일스주 정부는 소방 당국의 구조 활동을 통해 1만 채 넘는 건물과 무수한 인명을 화재로부터 지켰다고 밝혔지만, 산불과의 싸움 끝에 3명의 의용소방대원을 포함한 소방관 10여 명이 목숨을 잃었거든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불이 언제 꺼질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일각에선 3월까지 계속될지도 모른다고도 보고 있고요.

미국과 캐나다, 뉴질랜드가 화재 현장 수습을 위해 호주로 소방관 수백 명을 보냈고, 싱가포르는 군인과 소방관 1천 명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더 큰 규모의 국제사회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후변화의 무서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우리 역시 자연파괴에 대해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겠습니다.

◇ 이강민> 지금까지 한겨레21 이재호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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