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원영섭 조직부총장(사진=박종민 기자)
자유한국당 원영섭 조직부총장은 최근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뜻하지 않게 주목을 받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비례대표 당선용 위성정당 창당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지난 2일 '비례자유한국당'이란 이름으로 선관위에 창당준비위원회 등록을 완료했는데, 해당 실무 작업을 총괄한 인물이 바로 원 부총장이다.
원 부총장은 10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패스트트랙 관련 여야 대치 국면에서 겉으론 선거법 통과 저지를 외치면서도, 물밑에선 황교안 대표의 지시로 비례정당 창당 작업을 진행했다"며 "외부로 정보가 새어 나가면 안 되는 상황이라 보안유지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원외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황교안 체제 출범 이후 요직에 발탁된 원 부총장은 '황교안 키즈'가 아니냐는 세간의 소문에 대해선 "특정 인물보다는 가치를 따르는 편"이라며 "저는 '자유우파의 키즈'라고 불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 다음은 일문일답▶'비례자유한국당' 등록 작업을 총괄을 했다고 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자유한국당 원영섭 조직부총장(사진=박종민 기자)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 법안 진행 상황을 보더니 사무총장을 통해 제게 위성정당 창당 TF를 맡겼다. 당시 원내대표 선거 등으로 인력이 부족해 결국 팀원 한명 없는 TF 팀장으로 혼자 작업을 진행했다. 창당 과정에서 애매하거나 궁금한 것들이 많은데 이걸 선관위에 문의하면 작전이 탄로나기 때문에, 그 어느 곳에도 물어보지 않고 혼자 해결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그나마 원래 직업이 변호사인 점이 애매한 법률을 해석해야 할 때 도움이 된 것 같다.
▶비례정당 등록 과정에서 말할 수 없었던 뒷얘기도 있었다고 하던데?
=사실 비례정당 창준위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임시 대표자가 필요했다. 2가지 애로사항이 있었는데, 하나는 임시 대표자가 우리당을 배신하지 않을 정도의 신뢰 관계가 필요했고, 또 하나는 큰 돈은 아니지만 창당 과정에 필요한 자금 조달 문제였다. 작은 돈이라도 비례정당 창당 필요한 자금을 한국당에서 댈 경우엔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고심 끝에 제 아내인 '이지은'씨를 창준위 대표자로 등록했다. 제 아내는 배신할 일도 없고, 일단 필요한 자금도 사비로 먼저 투입하면 되기 때문에 향후 논란을 방지할 수 있었다. 물론 나중에 당 사무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10만원씩 거둬 창당 작업에 돈을 내기도 했고, 임시 대표자도 사무처 당직자로 변경 신청을 해 놓은 상태라 지금은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선관위가 최근 '유사명칭' 사용금지 규정을 들어 비례자유한국당 등 명칭 사용을 불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면서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한국당 내에선 선관위가 불허 결정을 내릴 경우, 통합보수당 창당과 함께 의원들은 통합정당으로 이동하고 기존 '자유한국당'을 비례정당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일각에선 비례정당 창당을 꼼수라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언뜻 보면 그런 비판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그런데 먼저 룰을 깬 쪽이 어느 쪽인가. 다른 법과 달리 선거법은 '게임의 룰'이다. 그런 룰을 제1야당과 합의도 없이 표결로 강행 처리한 게 여당과 범여권 군소정당이다. 본인들이 원하는 안을 강요하는 것이야 말로 다수결이라는 이름의 폭거나 마찬가지다. 게임의 룰에 대해 먼저 합의 없이 진행한 민주당과 군소정당들은 이를 꼼수라고 비판할 자격이 없다.
▶보수통합이 속도를 내는 것 같으면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뻔한 이야기 같지만, 일단 국민들이 생각하는 대의를 정치인들이 따라야 한다. 당리당략으로 서로 자기 것만 더 가지겠다고 하면 진통만 있을 뿐이다. 결과도 별로 좋지 않다. 보수통합은 오로지 국민을 위한 길이다.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 말고,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황 대표가 '통합 반대는 국민에 대한 불복종'이라며 강한 메시지를 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일부에선 의구심이 있는데?
자유한국당 원영섭 조직부총장(사진=박종민 기자)
=해석보단 팩트만 봐 달라. 황 대표는 처음으로 보수통합을 외친 작년 11월 이후 일관된 메시지를 내고 있다. 그 진정성을 믿어 달라. 막상 통합이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 사람이기에 모두들 딴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 와중에도 황 대표는 끊임없이 일관된 메시지로 당 안팎을 조율하면서 나가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통합의 방향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일각에선 원 부총장을 일컬어 '황교안 키즈'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원외에서 있다가 황 대표 취임과 함께 당 요직을 맡으니 충분히 그렇게 비칠 수도 있다. 제 특기가 어떤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가 터졌을 때 수습하는 것이다. 황 대표 체제에서도 주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처리했다. 그러나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보다는 '가치'를 따르는 스타일이다. '특정인의 키즈'라기 보단 '자유우파의 키즈'라는 말을 듣고 싶다. 운동권 세력이 상당히 많았던 대학 시절부터 저는 우파성향이 강했고, 그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왔다.
▶정치에 뛰어든 이유가 있다면?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지난 총선에도 사실상 부자들의 세습 통로로 변절된 로스쿨 대신 사시존치를 주장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가 부당하게 우리의 기회를 뺏고 있다. 조국사태가 대표적이다. 언젠가부터 '경쟁'이 나쁜 단어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경쟁은 기회의 다른 말이다. 정치를 통해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21대 총선에선 어느 곳으로 출마할 것인가?
=고향이 부산 진구다. 그래서 민주당 김영춘 의원이 버티고 있는 부산 진구갑에 예비후보를 신청했다. 사실 20대 총선에선 보수당의 가장 험지로 꼽히는 서울 관악갑에 출마해 낙선했다. 이후 당협위원장을 맡다가 지난해 9월 당의 요청으로 사퇴했다. 86세대인 김 의원에 맞서 올해 42세 젊은 피인 제가 붙으면 부산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1978년 1월 25일, 부산 ▲부산 가야고‧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중앙대 대학원 건설경영학 석사‧건설관리 박사과정 수료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법률사무소 집 대표변호사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건설경영 겸임교수‧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강사 ▲제20대 총선 새누리당 서울 관악구갑 국회의원 후보 ▲現 자유한국당 조직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