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연합뉴스)
고가 아파트 매매를 집중 타격한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과녁 바깥의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 부동산114 등 공공과 민간영역을 막론한 지표가 이 같은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에서 시가 15억 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금지하고, 9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현행 40%에서 20%로 조였다.
고가 주택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도 늘리기 위해 내년도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치를 시세 9억~15억원짜리는 70%, 15억~30억원짜리는 75%, 30억원 이상은 80%로 세웠다.
지난달 서울 27개 동을 '핀셋' 지정한 데 그쳤던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도 한 달여 만에 서울 13개 구와 강서‧노원‧동대문‧성북‧은평구의 37개 동, 경기 과천‧광명‧하남시의 13개 동으로 확대했다.
시장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만 '고가주택 매매시장'과 '그 외 시장'에서 각기 다른 대응이 잇따랐다.
한국감정원의 '12월 4주 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주 대비 상승폭이 0.01%p 축소된 0.10%를 기록했다.
특히 전국의 15억 원 이상 고가아파트 15.5%가 집중된 서울의 경우, 상승률이 전 주 0.20%에서 0.10%로 줄어들었다.
감정원은 "서울의 경우, 12·16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고가아파트 위주의 급격한 매수심리 위축, 관망세 확산으로 25개 구 중 21개 구의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밝혔다.
강남4구(0.33% → 0.10%)는 물론, 고가아파트가 밀집한 목동신시가지 위주로 매수 문의가 급감한 양천구(0.61% → 0.23%), 강북의 집값 상승 '행동대장'격이었던 마·용·성(각각 0.19% → 0.11%, 0.18% → 0.09%, 0.09% → 0.07%)이 모두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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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전셋값은 상승폭이 확대돼 전국적으로 0.13%를 기록했다.
서울은 0.18%에서 0.23%, 5대광역시는 0.09%에서 0.11%, 세종은 특히 0.90%에서 2.17%까지 오르는 등, 상승폭을 유지한 수도권(0.17%)을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감정원은 "전반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입주 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방학 이사철과 교육제도 개편으로 인한 학군 수요 증가, 청약 대기 수요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7일 발표된 KB부동산 리브온 주간 주택시장동향 역시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전세와 '대책 이외 지역'의 매매가 탄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KB는 "경기 수원 영통구(0.97%)와 성남 중원구(0.52%), 대전 중구(0.82%)와 서구(0.69%), 대구 남구(0.37%) , 세종(0.41%) 등 '대책 지역 외'의 수도권, 특히 서울 내에서는 비강남권이 전주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 금천구(0.35%)는 아파트 가격이 대부분 9억원 이하인 지역으로 대책 발표 후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매도호가가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상승세가 붙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4% 상승을 기록했는데, 특히 서울은 전주 대비 상승폭이 0.05%p 증가한 0.09%를 기록해 24주 연속 꾸준히 상승 중이다.
동작구(0.53%), 양천구(0.33%), 용산구(0.23%), 강남구(0.18%) 등이 상대적으로 큰 수치를 기록했는데, 보합세를 보인 종로·동대문·금천·광진·중구를 제외한 전 지역이 상승했다.
KB는 "12·16 대책 추가 발표 이후 관망세로 매물은 나오지 않는데, 매매에서 전세로 갈아타려는 수요로 인해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114 역시 지난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지난주보다 0.08%p 줄어든 0.15%로 집계했다. 다만, 전세의 경우 양의 상승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연말연시를 맞아 수요가 줄면서 폭이 0.03%p 감소한 0.09%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청약시장은 치솟는 경쟁률을 보이며 접근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대책이 발표 뒤 처음 분양시장에 나온 서울 서대문구의 e편한세상 홍제 가든플라츠는 지난 26일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최고 107.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형 46가구를 모집하는 데 청약통장 4958개가 접수된 셈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에 계획된 분양 물량이 1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고가주택에서 저가주택으로, 매매에서 전세로, 청약으로 '내리수요'가 풍선효과로 이어지고 있단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