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붕괴 두렵다" 부산 구평동 산사태, 그 후 3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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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연말결산 ④]
흙먼지·공사 차량 진동 등으로 피해 여전…응급복구 내년 6월 마무리
토목학회 "석탄재 매립층 등 인공 사면 무너진 것"…최종 조사결과 내년 2월
복구·배상 책임 놓고 군-구청 줄다리기…피해자들 "국가배상 소송 진행"

※ 부산CBS는 부산지역 2019년 한해를 정리하는 결산 기획보도를 6차례에 걸쳐 마련했다. 네 번째 순서로 주민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 참사 이후 상황과 남은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민선 7기 2년차 부산시 성적표는?
② 총선 분위기 달궈진 부산…보수 텃밭은 옛말
③ 불황 속 부산 간판기업들 잇단 수난, 위기의 부산경제
④ "추가 붕괴 두렵다" 부산 구평동 산사태, 그 후 3개월
(계속)

부산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 당시(왼쪽)와 현재(오른쪽) 모습 비교.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제18호 태풍 미탁이 휩쓸고 간 지난 10월 3일 오전 9시 5분, 부산 사하구 구평동의 한 야산에서 갑자기 굉음과 함께 엄청난 양의 토사가 흘러내려 주택과 식당, 공장을 덮쳤다.

이 사고로 주택에 있던 권모(75)씨 일가족 3명과 식당 주인 배모(67)씨 등 4명이 매몰돼 끝내 숨졌고, 일대 공장 7곳이 피해를 입었다.

◇ 겉으론 평온…속으론 재난 피해 '현재진행형'

사고 이후 3달의 시간이 흐른 지난 23일 다시 찾은 현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안정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사고 초기와 달리 민가로 흘러내린 토사와 이를 실어 나르던 덤프트럭 등은 볼 수 없었다.

토사로 막혔던 길은 다시 뚫렸고, 가동을 중단했던 공장에서도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렸다.

하지만 붕괴가 시작된 야산 정상 예비군훈련장부터 산 중턱 배수로까지 까만 석탄재와 황토색 흙으로 이뤄진 사면부는 정비가 덜 끝나 파란 천막으로 덮여 있었다.

붕괴가 시작된 사면부가 파란 천막으로 덮여있는 모습.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이곳 주민과 피해업체들은 아직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길에서 만난 주민 A(80·여)씨는 "사고 이후 흙먼지가 집으로 계속 날아들어 창문을 열기 힘들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어 "복구작업을 하느라 집 앞길로 큰 차량이 쉬지 않고 드나들었는데, 진동이 너무 심해 멀쩡하던 집 담벼락에 금이 가고 기울어지는 등 피해를 입고 있지만 아무도 이를 귀담아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 집 바로 옆 빌라 외벽에는 '석탄재·흙먼지·진동 때문에 불안해 살 수가 없다'며 구청에 대책을 요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산사태 현장 인근 빌라에 석탄재 등 피해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운영하는 공장이 산사태로 피해를 본 최상률(63)씨는 가동을 멈춘 공장 작업 재개를 위해 지인 등에게 수억원을 빌려 망가진 기계를 다시 들여오고 공장 건물을 보완했다.

최씨는 "사고 전과 비교해 80% 정도 가동률을 보이고 있지만 사고 이후 공장 내부로 흙먼지가 너무 많이 들어온다"면서, "정밀 부품을 만드는 공장이라 상당한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이어 "공장 창문으로 무너진 사면을 보면 시꺼먼 석탄재가 그대로 보이는데 언제 또 덮칠지 몰라 불안하다"면서, "사고가 다시 일어나면 어렵게 가동을 재개한 업체들은 다시 못 일어난다"고 말했다.

사하구청은 늦어도 내년 6월까지는 현재 진행 중인 응급복구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사하구청 관계자는 "현재 토사를 걷어내는 작업은 모두 끝났다"면서, "도로 개설·하수도 정비는 내년 3월, 무너진 사면 2차 피해 방지 공사는 내년 5~6월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 장마철이 오기 전에 공사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산사태는 '인재'?…책임 둘러싸고 피해자-군-구청 입장차

남은 과제는 산사태 원인조사와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이다.

대한토목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는 부산시 의뢰로 산사태 원인을 밝히기 위한 분석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4일 중간보고회를 연 토목학회는 각종 폐기물과 석탄재, 예비군훈련장 조성을 위한 모래층 등 3개 매립 층으로 구성된 '인공 사면'이 무너져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대한토목학회가 주최한 산사태 원인조사 중간보고회 모습.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이 매립층은 1982년에서 1996년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주민 증언과 일정 부분 일치한다.

일대 주민들은 사고 초기부터 "인근에 있던 옛 감천화력발전소에서 이곳에 석탄재를 매립했으며, 그 위에 예비군훈련장이 80년대에 들어섰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확한 붕괴원인 등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오는 2월쯤 나올 예정이라, 경찰도 그 전까지는 책임 소재를 가릴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자 복구와 배상 책임을 놓고 구청과 군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산사태 발생부지는 동아학숙이 소유하고 국방부가 예비군훈련장이 있는 곳을 점유 중이며, 아래 인공수로는 사하구청이 관리 주체다.

군은 "붕괴 사면 정상에 있는 연병장 울타리 안쪽까지만 군 소관"이라는 입장이지만, 사하구청은 "석탄재 등으로 계곡을 메워 연병장을 만들었으니 군에도 책임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유족과 100억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하는 업체 등 피해자들은 사면 붕괴를 인재로 보고 국가와 땅 소유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며, 증거보전도 함께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사태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으로 산사태 피해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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