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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입은 이센스 올랐던 공연, 어느덧 스무살 됐네요" [힙합트레인 20주년 기획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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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트레인> 20주년 기념 공연이 열린 21일 만나 인터뷰한 <클럽 헤비> 신은숙 대표(사진=김현식 기자)

 

"어느 날 힙합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저희 공연장을 찾아왔어요. '공연을 열고 싶은데 마땅한 장소가 없다'고 하면서요. 래퍼들 아니랄까봐 다들 걸음걸이가 건들건들했었는데...(미소)"

대구 남구 대명동에 있는 '적당히 작은' 공연장인 <클럽 헤비="">(이하 헤비)를 운영하는 신은숙 대표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정기 힙합 공연 <힙합트레인>의 출발점에 관해 묻자 시계추를 1996년으로 돌렸다.

"힙합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록 음악만 들었던 사람이고 <헤비> 역시 주로 인디 밴드들이 공연하는 곳이었으니까요. 그렇기에 '록 공연장과 힙합이 맞을까' '과연 관객은 올까' 하면서 고민을 좀 했죠. 하지만 기회를 한 번 주고, 저 스스로도 도전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때만 해도 힙합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이 없었으니까요"

<힙합트레인>은 그렇게 시작됐다. 신 대표는 미국의 알앤비, 소울 음악 TV 프로그램인 '소울 트레인'에서 착안해 공연 타이틀을 <힙합트레인>으로 정하고 '무대가 고팠던' 힙합 뮤지션들을 위한 판을 깔아줬다.

"지금은 연례행사처럼 됐지만 초창기에는 월 1~2회 정도 열렸을 정도로 공연이 자주 진행됐어요. 하지만, 관객이 많진 않았죠. 관객 100명이 넘기 전까지 입장료를 3천원만 받기로 했는데 꽤 오랫동안 입장료가 그대로였고요. 하하"

<클럽 헤비>의 마스코트인 '외계 고양이'(사진=김현식 기자)

 

비록 시작은 미약했으나 <힙합트레인>은 오랜 시간 명맥을 유지하며 대구를 대표하는 힙합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힙합 공연' 하면 파티 분위기를 생각하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을 때였어요. 실제로 초창기까지만 해도 그런 분위기를 생각하고 옷을 반만 걸친 채 공연장을 찾는 여성 분들이 많기도 했는데, (웃음). 점차 순수하게 힙합 공연을 즐기기 위해 오신 관객 분들이 많아졌죠"

<힙합트레인>은 수많은 힙합 뮤지션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며 대구를 넘어 서울의 신촌과 홍대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한국의 힙합 문화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힙합트레인>을 거쳐 간 친구들이 정말 많죠. 지금은 정말 유명한 래퍼가 된 이센스도 그 중 한 명이고요. 교복을 입고 <헤비>를 찾아왔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미소). 아, <힙합트레인>이 '빵' 하고 터졌던 시기인 2003년에 '인 다 헤비'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을 내기도 했어요. 이센스도 그 앨범에 참여했는데, 이센스가 녹음을 한 첫 앨범으로 팬들에게 알려지면서 중고 CD가 인터넷에서 비싸게 팔리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힙합트레인> 20주년 기념 공연 무대에 오른 마이노스.(사진=김현식 기자)

 

힙합듀오 이루펀트의 멤버이기도 한 마이노스는 <힙합트레인> 무대를 빛내준 수많은 이들 중 신 대표가 가장 아끼고 애정하는 래퍼다. "지금도 여전히 힙합을 잘 모른다"면서 수줍게 웃어 보인 신 대표는 "마이노스 덕분에 <힙합트레인>이 20주년이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힙합트레인>이 시작된 이후 1~2년 뒤쯤 막내 멤버로 합류했던 마이노스가 서울 힙합씬으로 진출한 뒤로 출연진이 다양해졌어요. 초창기까지만 해도 출연진이 모두 대구 출신 래퍼들이었는데 발이 넓은 마이노스 덕분에 서울, 부산 등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래퍼들이 <힙합트레인> 무대에 오르게 됐죠. 마이노스는 지금까지도 직업 라인업을 짜고 섭외를 담당해 주고 있어요. <헤비>를 자기 집처럼 아끼는 마이노스가 없었다면 <힙합트레인>은 20년간 이어질 수 없었을 거예요"

마이노스가 속해있던 힙합 그룹 바이러스의 앨범과 2003년 발매된 <힙합트레인> 컴필레이션 앨범을 들고 포즈를 취한 신은숙 대표.(사진=김현식 기자)

 

<힙합트레인>은 20주년을 맞은 올해 총 3회(5월 18일, 8월 11일, 12월 21일)에 걸쳐 진행됐고, 무대에는 마이노스가 속한 이루펀트를 비롯해 가리온, 테이크원, 릴보이, QM, 쿤디판다, 심바자와디, 제이통, 올티, 넋업샨, 자메즈, 딥플로우, 허클베리피, 버벌진트, 피타입, 트리피 독, 반도 키드, 빅윌, 오사마리, MBA, 베이식, 식보이, 록스펑크맨, 이현준, 조원우, 래원, 아이스퍼프, 이로한, 탐쓴, 다이노티 등이 올랐다. (관련 기사 : '힙합트레인' 있음에 '한국힙합' 미래는 밝다 [힙합트레인 20주년 기획②])

"1999년 시작된 공연이 어느덧 스무 살이 됐죠. 사실 <헤비>가 밴드 공연 위주로 돌아가는 곳이다 보니 <힙합트레인> 20주년 대해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3번의 20주년 공연을 하면서 <헤비>에게 정말 소중한 큰 아들 같은 존재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됐어요. 클럽 공연 문화를 잘 모르는 어린 친구들도 <힙합트레인>애 대해 알 수 있도록 홍보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대구에도 래퍼들이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공연장이 많아졌고 규모가 큰 힙합 공연도 자주 열리지만, 눈앞에서 래퍼들의 숨결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힙합트레인>만의 매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헤비>는 대구 힙합을 넘어 '대구 인디 음악의 성지'로 통한다. 록 음악을 좋아하는 '알바생'으로 출발해 어느덧 23년째 <헤비>를 지키고 있는 신 대표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며 공연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과 추억을 쌓아갈 계획이다.

"내년 1월에는 <헤비>가 처음으로 한 달간 문을 닫아요. 건물주가 바뀌면서 리모델링을 하게 되었거든요. <헤비>의 최대 약점이 열악한 화장실 환경이었는데, 휴식기가 끝나면 깨끗하게 바뀌어있지 않을까 해요. 다시 문을 열면 공연 문화를 즐기는 분들이 지금보다 많아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할 생각이에요. 아, 마지막으로 지난 20년간 <힙합트레인>을 사랑해주신 분들께는 '앞으로도 의리로 같이 가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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