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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때 이용금지' 팻말만 둔 계곡…"지자체, 안전사고에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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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1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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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실질적으로 물놀이에 이용되는 상황 고려해 충분한 안전 조치해야"

 

지자체가 관리하는 계곡에 '비 올 때 이용금지'라는 팻말만 꽂아 두고 별도 관리하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김동진 부장판사)는 A양과 가족이 서울시와 강북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두 지자체가 총 15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2년 7월 아홉 살이던 A양은 북한산의 한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열려 있던 수문에 몸이 빨려 들어가는 사고로 뇌 손상을 당했다.

사고 당일 아침 구청 담당 직원이 태풍에 대비해 계곡 수문 2개를 열었고, 태풍이 지나간 오후에는 날이 더워져 피서객들이 계곡을 찾았으나 수위 조절을 위해 수문 1곳은 그대로 열어 둔 것으로 조사됐다.

소송에서 서울시와 강북구는 이 계곡이 물놀이 장소로 제공된 곳이 아니므로 그만큼의 안전성을 갖출 필요가 없고, 안내 간판과 구명환 등 필요한 안전조치는 했으므로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고가 발생한 곳이 인근 주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돼 물놀이 장소로 인식·이용돼 왔고, 소방서나 지자체 등이 작성한 공문서에도 '물놀이시설'이라고 지칭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사회 통념상 이곳에 요구되는 방호조치에는 '여름철 물놀이 장소로 이용되는 상황'이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비가 올 때 이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팻말을 세워두고 구명환을 비치한 정도로는 충분한 안전성을 구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일 비가 그치고 날이 더워져 물놀이 인파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수문 1개가 개방된 채 방치돼 있었다"며 "수량이 많은 상황에서 1개의 수문만 개방돼 있으면 그곳으로 상당한 수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런데도 수문이 개방됐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고, 물놀이를 막거나 수문에 다가가지 못하도록 안내하는 직원도 없었다"며 "사고가 발생한 곳은 이용 상황에 비춰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다만 당일 새벽까지 비가 내렸으므로 하천에서 물놀이를 할 때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함에도 가족들이 그러지 않은 면도 있다며 지자체의 책임을 80%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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