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 재판에서 법원이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불허했다.
검찰은 지난 9월 6일 정 교수를 처음 기소하고 보강 수사를 거쳐 지난달 11일 추가기소했지만 처음과 나중 공소내용이 현저히 차이가 난다고 본 것이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정 교수의 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한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정 교수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공범과 범행일시, 장소, 방법, (위조문서) 행사 목적 등이 모두 중대하게 변경됐다"며 "동일성 인정이 어려워 공소장 변경은 허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청문회가 진행 중이던 지난 9월 6일 밤 검찰은 정 교수를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정 교수의 사문서 위조 혐의가 2012년 9월 7일 발생했다고 보고 공소시효(7년)를 고려해 급하게 공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이 추가 조사를 거쳐 지난달 11일 추가기소한 공소장에는 표창장 위조 시점이 2013년 6월로 기재됐다. 범행 장소도 첫 공소장에선 경북 영주시 동양대였지만 두 번째 공소장에선 서울 서초구 정 교수의 주거지로 바뀌었다.
범행 방법 역시 처음엔 정 교수가 직접 컴퓨터로 표창장 문안을 만들고 출력해 동양대 총장의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고 썼다. 그러나 두 번째 공소장에선 정 교수가 아들이 받은 상장을 스캔한 후 해당 이미지 속 총장의 직인을 캡처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했다고 바뀌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외에도 성명불상자로만 기재됐던 공범이 딸 조모씨로, 위조문서 행사 목적은 '국내 유명대학 진학'에서 '서울대 제출'로 구체적으로 특정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한 문건을 위조 했다는 하나의 사실로 공소를 제기한 것이고 일시나 장소 등 일부 사실만을 변경 신청했다"며 "이를 허가하지 않은 재판부 결정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불허한 취지를 자세히 검토해 공소장 변경을 재신청하고 추가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소장 변경이 허가되지 않으면서, 반발하는 검찰과 재판부 사이의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재판부 지시에 따라 달라. 계속 그렇게 하면 퇴정을 요청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재판부는 정 교수의 변호인단이 추가기소 된 사건의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아직 완료하지 못했다고 하자 검찰이 비협조적이라는 취지로 나무라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가 입시비리·사모펀드 등 의혹에 대해 정 교수 측 입장을 들을 예정이었지만 수사기록을 확인하지 못한 이유로 재차 미뤄졌기 때문이다.
변호인이 "저희 직원이 (수사기록에서) 개인정보를 지우는 작업을 해서 검찰에 주고 검찰이 이를 등사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하자 재판부는 "개인정보 지우는 것을 왜 변호인이 하나. 검찰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지난달 26일부터 열람·등사를 시작했는데 아직도 안됐다는 것이냐"며 "이렇게 되면 정 교수 측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변호인에게 보석을 검토해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이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답했으나 재판부는 다시 한 번 "기소 한 달이 지났다. 아직 공판준비기일도 진행 못하면 어쩌나"라고 호통 치듯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19일 정 교수의 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한 4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준비 절차를 마친 후, 사모펀드 등 추가기소 혐의에 대한 첫 준비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