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예방한 록밴드인 'U2'의 보컬이자 사회운동가 보노 접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보노와 접견에서 U2의 비무장지대(DMZ) 공연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록밴드 U2의 리더인 보노(Bono)와의 만남이 예정된 9일 아침 일부 국내 언론의 보도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 이날 두 사람의 만남에서 이런 대화가 있었는지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없었는지, 아니면 있었지만 비공개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보노가 그 동안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이상 실제 DMZ 공연은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록밴드 U2의 '조슈아 트리 투어 2019' 서울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전날 고척돔에서 진행된 U2의 공연에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사실과, 보노와 문 대통령 접견 일정이 알려졌을 때도 일부 보수 언론은 보노가 반(反) 트럼프 인사라는 점을 굳이 부각시키며 달가워하지 않았다.
보노가 반 트럼프의 인사로 불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1976년 아일랜드에서 결성돼 영국에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펼친 U2는 지난 43년간 밴드 활동을 하면서 반전, 평화, 인권에 대한 메시지를 뚜렷하게 냈었다.
정치 성향을 나타내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고, 따라서 미국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을 추모하는 곡(Pride)을 낸 적도 있다.
특히 보노는 90년대 U2가 동물원TV(Zoo TV)를 통해 활동하는 동안, 악마인 맥피스토(MacPhisto)를 자신의 분신(alter ego)으로 삼기 시작했다.
금빛 양복과 하얀 팬케이크 화장, 뿔로 완성된 맥피스토의 이미지를 각 공연에 접목시키며 정치와 도덕에 대한 풍자를 이어갔다.
그런 보노였기에 트럼프에 대한 비판은 예상된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인 2017년 6월 그는 유명한 뉴저지 이스트 러더포드의 멧라이프 스테디엄 공연에서 트럼프에 대한 과감한 풍자를 선보였다.
트럼프가 미국-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불법이민자 차단 벽(wall)을 설치하겠다고 하자 50년대 서부극 '트랙다운'의 주인공인 또 다른 트럼프인 '월터 트럼프'를 등장시켰다.
거대 스크린에 쏘인 서부극 주인공 트럼프는 "오늘 밤 자정에 세계가 불타는 종말을 맞게 될 거야. 네 집 주위에 아무 것도 침투할 수 없는 담(wall)을 쌓아 줄게"라고 말한다.
그러자 객석에서 "트럼프 너는 거짓말쟁이야"라는 비명이 들린다. 과거의 트럼프로 지금의 트럼프를 통박한 극적인 연출이었던 셈이다.
보노는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놓고도 거침없는 입담을 선보였다.
유명 로큰롤 음악 밴드 'U2'의 아일랜드인 리드보컬 보노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제공)
정상회담 이틀 뒤인 6월 14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 센터에서 열린 공연 무대에 오른 보노는 두 정상을 가지고 놀았다.
그는 이렇게 외쳤다.
"왼쪽의 미치광이! 오른쪽의 미치광이! 위험한 무기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
"너희들이 거기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숨이 막힌다. 너희 아이들은 로켓을 진짜 좋아하지? 안 그래?"
'로켓맨' 김정은 외에도 트럼프가 "내 핵 버튼이 더 크고 더 강력하다. 게다가 작동도 돼"라고 말한 부분까지 소환하며 트럼프 역시 '로켓 보이'라고 부른 것.
트럼프의 입장에서 보면 '딴따라'가 역린을 건드렸다고도 볼 만한 대목이다.
특히 트럼프의 천추의 역적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도 친하게 지냈던 보노를 만난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으로서도 그런 보노와 대화에서 흉금을 터놓을 순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