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검찰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에 대해 신속한 수사를 전개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이른바 '윤석열 변수'가 부상하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을 비롯해 현재 진행 중인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 조국 전 법무장관,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등의 수사 또한 진행되고 있어 검찰의 수사의 향방에 여야의 희비는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 檢 칼날 방향 따라 갈리게 될 정치권 이해관계서울동부지법은 27일 뇌물수수 및 수뢰후부정처사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지 근 한 달만이자, 지난 25일 구속영장 청구 후 이틀 만이다.
이같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검찰이 빠르고 광범위한 수사는 단순히 개인 비리를 캐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청와대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2017년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던 유 전 부시장의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감찰 여부를 조국 민정수석, 백원우 민정비서관과 함께 논의한 끝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자칫 수사 결과 유 전 부시장과 청와대 간의 모종의 유착 관계가 밝혀질 경우 그 파급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동생과 비서실장을 변호사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황운하 청장에 대한 수사도 여권으로서는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던 황 청장은 "청와대가 아니라 경찰청 본청으로부터 첩보를 하달받았다"며 "내사 결과 혐의가 확인됐는데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수사를 덮어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전 시장의 측근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기소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탓에 김 전 시장이 낙선을 하면서 여권의 수사개입 여부에 대한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장관 지명 당시 제기된 본인과 가족에 대한 의혹 외에 유 전 부시장과 황 청장에 대한 의혹이 제기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한 만큼 이들 의혹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 전 장관의 내정을 둘러싸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와대에 반대의견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나온 것도 이같은 맥락과 연결된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야권의 이해관계도 엇갈리게 된다.
지난 4월 국회에서 발생한 패스트트랙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는 상대적으로 많은 의원과 보좌진이 연루된 자유한국당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 의원 대다수가 여전히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지만 국회 본청에서의 몸싸움과 국회 의안과 점거,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과 임재훈 의원 감금, 회의장 난입 시도 등의 사건이 벌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국회방송 압수수색 등으로 인해 이미 상당한 분량의 채증과 관련자 신원확인이 이뤄진 만큼 언제든 검찰이 결단만 하면 수사가 매듭 될 수 있다.
세월호 특수단 발족도 한국당에겐 큰 부담이다.
세월호와 관련한 최초 수사의 부실함을 윤 총장이 직접 지적한 데다, 황교안 대표가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했고, 이후 대통령 권한 대행까지 지냈기 때문이다.
당의 간판인 황 대표에게 까지 수사 결과가 영향을 미친다면 한국당에게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어떤 사건의 수사결과가 총선 전이나 후에 나오느냐에 따라서 여야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지나친 개입" 비난 있지만 "정치권이 자초했다"는 자성도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로 정치권 전체가 윤석열 검찰 총장의 손아귀에 놓인 형국을 놓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우려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경우 인사청문회라는 국민이 판단할 기회가 있었고,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도 여전히 여야가 합의를 위한 협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법제사법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무위원 임명 사흘 전에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검찰의 수사가 미묘한 시기에 이뤄졌는데 총선에서 변수가 된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든 야든 서로 자기에게 유리한 수사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럴 것이 아니라 검찰의 이러한 사회적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검찰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도 "선거를 치르기 전에도, 선거를 치른 후에도 검찰이 칼자루를 잡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국회의원이든 누구든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정치권이 검찰에 예속화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처럼 검찰의 수사결과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된 상황을 정치권 스스로가 자초했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적 사안을 정치로 풀어내지 못하다보니 사법적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었고, 결국 고소고발전이 난무하게 됐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패스트트랙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의원이든 한국당 의원이든 다 검찰 수사를 받게 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결했어야 할 문제"라며 "여야 간에 '그렇게 하지 말자'는 정치적 타협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일부에서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에게 호재가 되면 박수치면서 잘했다고 하는 등 천박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검찰이 독립적인 수사권한을 가지고는 있지만 행정부처인 법무부의 외청이기도 한 상황에서 국민의 투표로 뽑힌 대통령과 국회 등 선출권력이 완급조절을 하지 않은 채 너무 많은 것을 검찰에게 맡겨두고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까지도 나온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윤석열 검찰이 이미 기호지세(騎虎之勢)에 돌입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혐의가 있으면 수사한다'는 자세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또 검찰의 존재감이 크다보니 결국 수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계속해서 정치권이나 국민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당 지도부 관계자는 "검찰이 여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수사를 한다고 하는데 수사 중인 사건 중 상당수는 사실관계 대부분이 밝혀졌다"며 "정치권에서 논의할 것이 있겠나. 수사에 맡기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문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을 수사하고 있는 만큼 검찰의 부담도 상당할 것"이라며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도 지키고 스스로의 위상도 지키기 위해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총선 후, 대선 전의 어느 시점에 수사 결과들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