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신한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본격 가동됐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에게 지적한 것과 마찬가지로 신한금융에도 '법률 리스크' 문제를 언급할 지 주목된다.
◇ 신한금융지주 회추위 26일 첫 회의 열어 1차 후보군 추려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26일 회추위를 열어 1차 후보군을 추린 것으로 전해졌다. 회추위에서 위원들은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일정과 절차 등에 대해 첫 논의를 하고, 폭 넓은 롱리스트(회장 후보군)을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후보군에는 현 조용병 회장을 비롯해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등 6개 주요 계열사 전현직 CEO들이 당연직 후보로 포함된다. 회추위는 최종 경합을 벌일 후보들을 압축하고 이르면 다음 달 중순까지 최종 회장 후보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추위가 서둘러 움직이는 배경은 '채용 비리 재판' 변수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조 회장은 경영 성과 면에서는 연임에 유리하다. 재임기간 중 '리딩 뱅크' 자리를 되찾았고 오렌지라이프 인수 합병 등을 성공시키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도 강화했다.
그러나 채용 비리 혐의로 형사 재판을 오가고 있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신한은행장 재직 시절 채용비리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돼 최근까지 1년 넘게 재판을 오가고 있다. 1심 재판 선고는 12월 말 검찰 구형이 이뤄진 뒤 내년 1월 셋째 주쯤 나올 예정이다.
(자료=신한금융그룹 제공) / 그래픽=강보현PD
◇ 함영주 행장 연임 과정서 '법률 리스크' 지적한 금감원 "아직 정해진 바 없다"
주목되는 부분은 금융당국의 '법률 리스크' 지적 여부다. 특히 올해 초 '관치 금융' 논란을 무릅쓰고 하나은행장 선임 절차 과정에서 경영진의 법률리스크가 은행의 경영 안전성 및 신인도를 훼손할 가능성에 관한 우려를 전달한 바 있었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올해 2월 금융감독원 은행담당 임원 등은 하나은행 후보자 선정과 관련 지배구조 리스크 요인에 대해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3명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법률 리스크 문제와 함께, 하나은행 내규에는 직원이 검찰에 기소되면 직무에서 배제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임원에는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함영주 전 행장의 3연임 추진에 '제동'을 건 셈이나 다름 없다는 평가가 금감원 안팎에서 나온 바 있다.
함 전 행장과 조 회장의 혐의도 유사하다. 함 전 행장과 조 회장 모두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함 전 행장은 지인으로부터 아들이 은행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부에 잘 봐줄 것을 지시했고, 공채를 앞두고 인사부에 "남녀 비율을 4대 1로 해서 남자를 많이 뽑으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외부 청탁 지원자와 은행 임원 자녀 명단을 관리하며 채용 특혜를 제공했고, 남녀 성비를 인위적으로 3대 1로 조정하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의 회추위는 이제 막 시작이 됐다. 내규에 정해진대로 자회사 CEO를 포함시키는 정도"라면서 "지금 상황에 대해 우리가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는 건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함 전 행장 때는 연임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라 리마인드 차원에서 법률 리스크를 말했던 것"이라며 "신한도 오렌지라이프 인수 당시 리마인드를 한 번 했었다. 이중잣대로 보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 때는 '관치 금융' 논란을 무릅쓰고 법률 리스크를 지적했는데 똑같은 채용비리 혐의 1심 판결 전에 놓인 신한금융지주 회장에는 법률 리스크를 말하지 않는다면 고무줄 잣대"라면서 "그렇게 된다면 금감원 스스로 관치 금융 논란을 일으키는 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