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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하면 에어팟, 대학교 선거는 왜 이벤트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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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페이스북 캡처)

 

최근 치러지고 있는 대학가 선거에서 '투표 독려 이벤트'가 학생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저조한 투표율을 높이려고 해결책으로 시작된 이벤트의 성격에 대해 해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A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총학생회 선거에 참여한 학생 중 무작위로 에어팟 2세대 총 20개를 제공한다는 글을 올렸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B대학교의 단과대학 학생회는 지난 17일 투표 독려 이벤트 당첨자 3명에게 아이패드, 에어팟, 1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증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투표에 참여만 해도 자동으로 응모되는 형식이다.

투표에 참여한 모든 학생에게 선물을 증정하는 학교도 있다. 용인에 있는 C 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투표자 모두에게 학용품 등의 선물을 증정한다고 밝혔다. 이벤트에 응모하면 추가로 100명에게 도서 문화상품권을 증정한다는 홍보 글도 게시했다.

이처럼 '투표 독려 이벤트'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 선물을 받기 위해 투표하는 현상 발생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가성을 띠는 투표 독려 이벤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투표 독려 이벤트를 반대하는 학생들은 "투표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중요한 결정인데, 이러한 행사는 학내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총학생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학생 정모씨는 "투표를 장려하는 수단이 물질적인 것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학생들이 투표에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투표소 개수를 늘려야 한다"며 "학생들이 투표소까지 직접 찾아가기에 시간상, 거리상으로도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선 대가성보다 접근의 편리성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휴학생 김모씨는 "선거 독려 이벤트는 단독 후보에게 매우 유리한 방법이다"고 비판했다. "확률상으로 개표가 이루어지면 반대표가 찬성표보다 더 많이 나오는 것은 힘들다"면서 "선물 추첨으로 학생들을 투표하도록 독려하는 것은 유권자의 생각을 막아버리는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익명으로 운영되는 대학교 커뮤니티에서도 선물을 받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 나타났다.

◇ 결과적으로 투표율 높아져…학생들의 관심 유도 가능
반면 총학생회의 성공적인 설립을 위해 투표 독려 이벤트를 찬성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실제 투표 독려 이벤트에서 상품을 받았던 학생 또다른 김모씨는 "투표는 자발적으로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벤트 공지 자체가 저조한 투표율을 학생들에게 명시해 준다"며 "이 행사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머리를 맞댄 결과일 것이다"라고 추측했다.

선거 독려에 참여했던 휴학생 신모씨는 "선거의 본질이 훼손할 수 있는 위험성보다 이벤트에 의해 발생하는 이익을 더 높게 산정한다"고 말하며 "투표가 원활히 진행돼야 민주주의가 존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찬성하는 학생들은 선거가 이벤트 성격을 띠어도 유권자들이 투표하게 하는 것이 더 유의미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충식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이러한 이벤트 자체가 저조한 투표율을 입증하는 것이다"라며 "일시적으로 봤을 때는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교수는 "이렇게 계속해서 인센티브를 목적으로 하는 투표는 좋은 현상이 아니며 이러한 이벤트는 정치적 무관심을 완화하는 디딤돌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으로 투표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또 다른 수단을 찾아야 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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