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2일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3일째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황 대표는 경호상 이유 등으로 분수대 광장에서 천막 설치가 불허돼 지난 이틀간 밤늦게 국회 본청 계단 앞으로 이동해 천막에서 잠을 청했다. (사진=박종민 기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조건부 종료 유예되면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며 요구했던 조건 가운데 하나는 어느 정도 충족됐다.
하지만 황 대표 측은 "이제 산 하나를 넘어섰을 뿐"이라며 단식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22일 지소미아 유예 결정 발표 직후 황 대표가 농성 중인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대한민국 안보와 국민 안전을 파국으로 몰아넣을 뻔했던 지소미아 파기가 철회되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공수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저지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단식을 지속해나갈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사흘 만에 전해진 이같은 소식에 황 대표 입장에서 일단은 단식의 명분을 더 쌓게 됐다.
농성장에서 전희경 대변인이 "이제 황 대표와 한국당은 산 하나를 넘어섰다"고 외치자 주변에 있던 지지자 100여명은 일제히 "황교안"을 연호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언론 공식 브리핑 직전 농성장을 찾아 "대표님이 이렇게 단식도 해주시고 촉구도 해주시고 입장도 내주시고 지소미아에 대해 강하게 말씀 주시니 협상하는 데 한편으론 지렛대가 됐다는 평가와 분석도 내부에서 있었다"며 황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다만 단식의 명분과 더불어 '단식 중단'의 명분도 얻은 만큼 이제 퇴로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지소미아라는 게 야당 대표가 단식을 할 만큼 충분한 의미를 가졌다는 게 역설적으로 증명된 셈"이라면서도 "국내정치 문제인 선거법이나 공수처법은 타협의 여지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단식은 그만둬야 할 때"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소미아 종료 이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 경우 얻을 수 있었던 반사효과를 놓쳤다는 점에서, 양국의 이번 결정이 황 대표에게는 긍정적이지 않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