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방기(新技訪記)'는 새롭고 독특한 기술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1991년 3월 26일 대구 달서구에 살던 (당시) 9~13세 국민학교 학생 5명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선 뒤 실종됐습니다. 이 일은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으로 알려지며 전국민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행적도, 증거도, 아이들도 홀연히 사라진 상황.
개구리 소년 사건은 1991년 3월 26일 대구 달서구 와룡산에 도롱뇽알을 잡으러 간 다섯 소년이 실종되면서 시작됐다. 사진은 1992년 3월 22일 열린 개구리 소년 찾기 캠페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뒤늦게 언론에 대서특필돼서야 정부가 경찰과 군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을 펼쳤지만 성과는 없었고, 사건발생 11년 6개월 만인 2002년 9월 26일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찾아간 와룡산 4부 능선에서 이들 실종 소년 5명의 유골이 나란히 발견되어 다시 한 번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최근 경찰이 재수사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4년간 8만여 건의 아동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고 합니다. 이중 대다수는 아이를 찾았지만 230여 명의 아이들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단지, 현수막, 온라인 배너, 제품포장은 물론 사용자층이 많은 소셜미디어(SNS)에도 실종 아동을 찾는 캠페인을 노출시키고 있지만 효과는 의문입니다.
부모들은 미아 방지를 위해 아이들에게 목걸이나 팔찌 같은 식별정보가 담긴 액세서리를 휴대하게 하거나 지문 사전 등록을 하기도 합니다. 스마트폰 앱이나 블루투스 장치를 사용하여 자녀의 위치를 파악하는 제품도 몇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GPS와 전화·메신저 기능이 탑재된 아동용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자녀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키즈 스마트워치가 대중화되고 있다. (출처=doki)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한 스타트업은 스마트 글래스를 활용한 실종 아동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을 표방하는 '릴루(Leelou)'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 실시간 위치추적과 실종아동 정보 공유, 얼굴인식을 통한 빠른 확인이 가능한 스마트 글래스 '릴루 프라이빗 아이(Leelou Private Eye)'의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창업자인 제리 파순은 "호주는 매년 2만 명의 아동이 실종된다"며 "경찰과 신고센터가 있지만 턱 없이 부족하다. 무엇인가 해야할 것 같아 이 일에 뛰어들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두살배기 아이와 번화가에 갔다가 잃어버린 경험이 있었다. 곧 패닉에 빠졌다"며 "직접 클라우드 CCTV 플랫폼 개발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릴루 프라이빗 아이는 P2P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한 스마트폰 앱과 실시간 스트리밍 카메라와 실시간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내장된 스마트 글래스를 기반으로 합니다.
Leelou
릴루 스마트 글래스를 착용함으로써 공공 또는 상업시설의 CCTV 카메라 기능을 대신합니다. 릴루에 장착된 카메라가 일상이나 이동 환경에서 스캔을 하고 포착되는 아동이 실종 아동인지 여부를 판별합니다. 내장 디스플레이에 정보가 뜨고, 자체 구축한 커맨드 센터(Command Center)와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하면서 운영요원들이 경찰과 부모 등에게 연락하는 등 실종 아동을 구조하기 위한 대응책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사실 릴루 앱은 이미 시중에 많이 소개된 GPS 위치추적 앱과 비슷합니다. 친구 5명을 초대할 수 있고, 가족이나 친구들이 위치정보를 공유해 자녀의 동선을 파악하거나 최종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GPS가 탑재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릴루의 목표는 더 큽니다.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수많은 사용자와 함께 직접 '디지털 클라우드 CCTV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파순은 공공기관이나 기업, 상점 등에 수 많은 방범 CCTV 카메라가 있지만 개인이 여기에 접근하기는 어렵기때문에 사용자가 착용하는 스마트 글래스 카메라를 통해 일상에서 실시간 얼굴을 스캔하고 취합된 정보가 커맨드 센터에 모여 실종 아동 여부를 판독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구글 글래스와 홀로렌즈 등 일부 산업용으로 스마트 글래스가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 인프라가 부족해 일반 소비자용 제품은 거의 없는데요, 대신 소셜 미디어 공유를 목적으로 스냅이 출시한 '스펙터클'과 같은 간단한 카메라 탑재 선글라스는 이미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Leelou 위치 추적 서비스 앱과 릴루 스마트 글래스를 착용한 릴루 창업자 제리 파순
그의 선한 의지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원하지 않는 개인정보가 무단 수집되거나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 중국과 홍콩에서는 이미 얼굴인식 CCTV 카메라를 통해 범죄자를 적발하고 있고, 중국 공안에는 스마트 글래스가 지급돼 범죄 용의자를 식별하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파순은 개인정보 수집·유출, 보안 우려에 대해 "우리는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한 진정성에서 출발했다"며 "아무것도 기록하거나 저장하지 않으며, 모든 정보는 사용자 커뮤니티를 통해 제공을 받고 우리는 실종된 아동의 얼굴만 찾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는 릴루 스마트 글래스를 이용하면 실종 아동뿐만 아니라 치매나 정상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찾고 보호하는데도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그럼 릴루 스마트 글래스의 스펙을 살펴볼까요.
릴루 프라이빗 아이는 노키아 특허의 도파관(Wave guide) 기반 광학 기기로, 증강현실 기기에 사용되는 Cobra II DLP 베이스 디스플레이, 풀 컬러 DLP 디스플레이, 쿼드코어 ARM CPU, 800만화소 카메라(720p/30fps, 1080p/24fps 지원), 안드로이드 OS가 사용됩니다.
제스처 모드가 있는 터치패드, 헤드 모션 트래커, 햅틱 진동 알림, 안드로이드 및 iOS 기기용 원격 앱 기능도 있습니다. 몇가지 오디오 및 Wi-Fi 등 통신 지원 사양이 있고, 리튬폴리머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군요.
21일 현재 펀딩은 4만호주달러(약 3200만원)를 목표로 5명의 후원자가 지불한 2022호주달러(약 162만원)에 머물고 있습니다. 펀딩참여 금액은 대당 2000호주달러(약 160만원)로 2020년 4월 릴루 프라이빗 아이 배송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호주에만 배송이 되는데, 추가 배송료를 지불하면 다른 국가에서도 주문할 수 있다고는 합니다.
릴루가 공개한 디지털 클라우드 CCTV 기능의 스마트 글래스 프로토타입 '릴루 프라이빗 아이'(위)와 뷰직스의 AR 스마트 글래스 '블레이드'
안드로이드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되어, DJI, 알렉사, 넷플릭스, 라인, 스카이프, 구글번역 등 30여개의 모바일 앱과도 연동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취재를 하다보니 과거 CES에서 소개된바 있는 '뷰직스 블레이드(VUZIX Blade)'라는 세계 최초 상용화 AR 스마트 글래스와 사양과 디자인이 거의 똑같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현재 릴루보다 조금 저렴한 미화 999달러(약 117만원)에 판매되고 있군요. 물론 ODM으로 공급받을 수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라는 점을 잊지마세요.
이번에 소개해드린 릴루는 소외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용되는 기술 중에서 실종 아동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긴 하지만 머지 않아 공공부문에서도 방범용 CCTV 등을 활용한 '클라우드 CCTV 프로젝트'는 현실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종 아동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 기술이 한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