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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방기] 스마트폰에 손가락이 달려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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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및 실물 제어 가능한 로봇 손가락 '모비림(MobiLimb)'

'신기방기(新技訪記)'는 새롭고 독특한 기술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첨단 기술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오늘날 '기계'라고만 생각했던 로봇이 인공지능(AI)를 장착하고 애완로봇처럼 우리 생활 깊숙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지도 못한 사이 기술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으니 사람이 기술을 만드는 것인지 기술이 사람을 부리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돕니다.

우리의 일상은 물론 산업까지 지배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전화 기능은 뒤로하고 메시지, 이메일, 검색, 일정관리는 물론 게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디지털 콘텐츠 소비까지 스마트 허브의 핵심 장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구글 어시스턴트와 같은 AI와 만나 사물인터넷(IoT)과 접목되어 엠비언트 인텔리전스(Ambient Intelligence) 시대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런 스마트폰에 다양한 장치를 연결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보조 렌즈나 LED 조명, 신용카드 리더기, 컨트롤러, 혈당측정기, 미니프로젝터 등 온갖 상상력이 스마트폰과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정말 독특한 제품이 등장했습니다.

 

NOCUTBIZ
과학·정보기술·커뮤니케이션 분야 최고 엘리트 교육기관(Grandes Écoles)인 프랑스 텔레콤파리테크(Telecom ParisTech) 박사과정의 마크 티시어(Marc Teyssier)는 스마트폰에 설치할 수 있는 로봇 손가락을 만들었습니다.

로봇을 구성하는 인공 관절은 이미 익숙하지만 스마트폰에 난데없이 로봇 손가락을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비림(MobiLimb)'이라 불리는 이 로봇 손가락은 5개의 서보 모터(servo motor)와 아두이노 마이크로 컨트롤러, 센서를 통해 작동하는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커넥터에 부착하면 메시지 등 알림이 올 경우 바닥을 두드려 알려주거나 스탠드 조명을 켜고 끌 수 있으며 스마트폰의 현재 상태(배터리, 비행모드 등)를 표현합니다. 조금 오싹하지만 손가락 관절을 이용해 스스로 이동하거나 쓰다듬어주기도 한다는군요.

모비림은 크게 관절이 드러나는 기계적인 모습과 털가죽을 입혀 고양이나 개처럼 꼬리로 감정을 표현하고, 인공피부를 입혀 사람의 손가락처럼 움직이는 여러 버전으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가상 콘텐츠와 결합되는 현실체가 될 수 있고, LED 라이트, 근접센서, 펜 등을 장착해 미세한 작업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을 위한 조이스틱이나 사진이나 영상촬영을 위한 손잡이, 거치대로도 변신합니다. 이북(e-Book)을 읽을때 넘겨주기도 하죠. 일단 편리하네요.

티시어는 모비림 웹사이트를 통해 "로봇 장치를 이용해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하면서 모바일 장치의 제약(정적·수동적·무동적)을 극복하기 위해 로봇 손가락(Robotic Limb)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무엇보다 로봇 손가락이 특정한 동작을 통해 사용자와 감정을 교감하는 역할을 상상해볼 수 있다고 강조하는데요, 인간이 사람이나 애완동물 등과 대화를 하거나 감정을 소통하는 방법으로 '접촉(Touch)'이라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죠.

인간이 모바일 기기와 같은 컴퓨터를 이용해 네트워크와 연결된 상대와 상호작용하는 것과 달리 장치 자체와는 소통하지 않습니다. 도구일뿐이죠. 티시어는 인간과 컴퓨터의 접점에 교감 인터페이스를 녹여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정적(static)이고 수동적(passive)이며 움직임이 없는(motionless) 기계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지각능력, 자연언어의 이해능력 등을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인공지능(AI)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겠죠. 최근 눈부시게 발전한 AI 지능도 3~4살 수준이라고 하니 아직 갈길이 멀긴합니다.

다만 티시어는 인간과 같은 지적능력보다 지능이나 생명력이 없는 컴퓨터와의 교감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을 여닫는 냉장고나 매일 타고다니는 자동차, 등에 둘러맨 가방 등 모든 물건에 팔과 다리가 있어 사람처럼 껴안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접촉'으로 교감할 수 있다면 그저 편리한 도구로 인식되는 것과 달리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장치를 대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누군가 메시지로 감정 이모티콘을 보내면 손으로 강아지 몸을를 긁어주듯 모비림도 사용자의 손목을 긁어주거나 손등을 쓰다듬어 위로의 감정을 전달해주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를 본 사람들은 그리 유쾌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오싹하다' '소름끼친다'는 반응인데요, 한밤 중 손가락이 충전을 위해 콘센트까지 스마트폰을 질질 끌고 이동하거나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왔다며 팔을 톡톡 두드린다면 섬뜩하겠죠? 왜 스마트폰에 이 짓(?)을 해야 하느냐는 비판적인 시선이 존재합니다.

영국 보건당국(NHS) 소속의 의사 필립 리는 트위터에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여러분의 항문에 이 것을 집어넣지 마세요"라며 비꼬는 글을 올렸습니다. 역시 NHS 소속의 방사선사 캐롤린은 댓글을 통해 "X-레이 촬영 쇄도에 대비해야겠다"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티시어도 이를 인정합니다. 그는 "기괴한 면이 없지 않다. 이 로봇은 인간을 닮았지만 실제 인간은 아니다.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를 것"이라며 모비림의 모습이 당혹스러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고보니 옛날 영화 한편이 떠오릅니다. 1991년작 <아담스패밀리>는 사람인지 유령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기괴한 8명의 가족을 다룬 가족 코미디 영화인데요, 그 중 한 구성원이 살아움직이는 손 '씽(Thing)'입니다. 입도 눈도 귀도 머리도 없지만 다섯 손가락을 이용해 자유롭게 움직이고 아담스 패밀리의 한 구성원으로 서로 교감하면서 사람못지 않은 역할을 합니다.

티시어의 모비림은 사물에 그런 교감 또는 감정 능력을 부여하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로봇의 기계적 기능들은 그 자체가 가진 캐릭터이자 상호작용할 수 있는 능력이며 '손가락'은 그런 상호작용의 '접촉점'이라는 것이죠. 친구나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건데, 꽤 철학적이네요.

소니의 AI 강아지 로봇 아이보(Aibo)가 개처럼 행동하거나 짖기, 디지털 스크린으로 구현된 눈동자나 표정으로 인간과 교감하는 것과 달리 실제 인간을 모방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접촉'을 통해 정말 인간처럼 교감이 가능할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저 손가락에 애정이 생기려면 정말 저에게 필요한 무엇인가(?)를 해줘야 할텐데 말이죠.

티시어의 모비림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미국컴퓨터학회(ACM) 주최 'UIST 2018(User Interface Software and Technology 2018)'에서 발표돼 큰 관심을 끌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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