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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無노조 경영' 반세기만에 변화올까…새 노조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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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무노조 경영 원칙 깨고 설립된 실질적 첫 노조…'사내 분위기 변화 한 몫'
노조 적대적 기업 문화, 부족한 조합원 수는 '극복 과제'

삼성전자 노조 출범 (사진=연합뉴스)

 

창립 이래 사실상 '무노조 경영' 원칙을 50년 동안 고수해 온 삼성전자에 한국노총 산하 노동조합이 공식 출범했다. 양대 노총 산하 노동조합이 들어선 것은 처음인 만큼 그간 노동권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삼성의 경영전략도 바뀔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 노동조합(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사무실에서 공식 출범식을 열었다.

출범식에 참여한 진윤석 삼성전자 노조 초대 위원장은 "노동자의 권익은 우리 스스로 노력하고 쟁취하는 것이지 결코 회사가 시혜를 베풀 듯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우리는 진정한 노동조합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11일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고, 노동부가 13일 노조 설립 신고증을 교부하면서 합법적인 노조가 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노조는 단체교섭 등 노조법에 규정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번 삼성전자의 노조 설립은 의미가 남다르다. 삼성전자는 "눈에 흙이 들어와도 노조는 안된다"는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원칙하에 1969년 창립 이래 50년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 온 회사다.

지난해 3개의 소규모 노조가 설립되긴 했지만, 상급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데다가 조합원도 십수 명에 불과해 영향력이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같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시대의 변화 속에도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내부에 노조 가입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컸던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삼성은 노조가 생길 때면 다양한 방법으로 탄압을 해왔다"며 "회사 내부에서 노동조합이라는 단어조차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자연스레 직원들의 관심도 적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 A/S 협력사에서 조직 차원의 노조 탄압이 벌어진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노조를 배격하는 분위기가 최근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수년 동안 연봉이나 복지, PS(경영성과급) 산정 근거를 두고 직원들의 불만이 누적된 것이 노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연결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최근 익명 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에 "이전에는 노조가 필요 없을 만큼 회사 처우가 좋았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하지만 (매년 변동이 심한) PS(경영성과급)에 마땅한 산정 기준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회사가 연봉도 동결시키면서 불만이 생기고 있다"고 적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노조가 탄생하며 삼성의 '50년 무노조 경영'은 막을 내렸지만, 여전히 노조에 낯선 기업 문화는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를 의식한듯 삼성전자 노조도 지난 12일 배포한 '삼성전자 동료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회사가 무서워 가입을 망설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비공개 조합원'으로 가입한다면 절대 회사에 공개되지 않는다"고 가입을 독려했다.

아직 조합원 수가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약 10만 명 규모의 삼성전자 임직원 가운데 현재까지 삼성전자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은 4~500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일단 1만 명까지 조합원 수를 늘리는 것을 1차 목표로 보고 지난 18일부터 동시다발 선전전에 들어간 상태다. 일정 규모의 조합원 수를 갖춰 협상력을 갖는 대로 사측에 정식 노사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노조는 밝혔다.

이병철 창업주를 시작으로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까지 3대를 이어온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이번 노조 설립을 계기로 변화를 맞게 될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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