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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먹튀 후…'제주도 푸른밤'은 '악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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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부모님 칠순 기념 여행 계획했던 피해자들 '한숨만'
피해자 200여 명에 피해액 2억 원…경찰, 사기 혐의로 대표 입건

사기 사건 이후 폐업한 여행사 사무실. 이 사무실엔 1일 현재 다른 업체가 들어서 있다. 다른 업체에서 피해자들의 항의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공지글을 문 앞에 붙여 놨다. (사진=고상현 기자)

 

항공권, 렌터카, 숙박업소 등 패키지여행 상품을 판매했다가 돌연 폐업 통보를 하고는 잠적한 제주지역 여행사 대표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피해자만 최소 200명이 넘고, 피해액은 2억 원 상당이다.

수개월 전부터 제주에서 신혼여행, 부모님 칠순 기념 여행, 여자 친구와의 기념일 여행 등을 꿈꿔왔던 피해자들은 돈을 되돌려 받지도 못한 채 하루아침에 낭패를 봤다.

◇ 신혼여행 계획했는데…갑자기 폐업 알린 후 '잠적'

친정어머니의 칠순을 기념해서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던 최현순(43‧여‧서울)씨는 지난 9월 초 문제의 J 여행사를 통해 렌터카와 왕복 항공권을 구매했다. 오는 9일부터 2박 3일간 다른 가족 8명과 함께하는 일정이었다. 비용만 200만여 원이 들었다.

그러나 여행을 앞둔 지난달 말 갑작스럽게 J 여행사로부터 '경영 악화로 폐업 결정돼 예약한 상품은 취소됐을 수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 황당했던 최 씨는 업체 측에 설명을 듣고자 전화했으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지급했던 200만 원도 돌려받지 못했다.

최 씨는 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폐업 문자를 받았을 때부터 '사기당했구나'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께서 몸도 불편해서 제주도에 어렵사리 가기로 했는데 이런 일을 당해 못 가게 됐다. 업체 대표가 너무 괘씸하다"고 토로했다.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업체에서 피해자들에게 보낸 폐업 통보 문자. (사진=피해자 제공)

 

경기도 오산시에 거주하는 양은철(30)씨도 최 씨처럼 황당한 일을 당했다. 오는 17일 결혼을 앞둔 양 씨는 제주에서 18일부터 2박 3일간 신혼여행을 계획하고, J 여행사를 통해 숙박업소, 왕복 항공권, 렌터카를 예약했다. 계약금 30만 원도 지난 8월 말 입금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나머지 잔금 100여만 원을 입금하려고 하는데, 폐업 통보 문자를 받았다. 결혼 준비로 바쁜 시기에 양 씨는 최 씨처럼 계약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신혼여행 일정을 새로 짜야 했다.

양 씨는 "이제 결혼을 시작하는 부부인데, 이런 일을 당해서 너무 화가 난다. 업체 측에서는 이런저런 설명 없이 폐업 통보 문자만 보냈다. 제주도가 싫어져서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양 씨는 결국 신혼여행지도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정했다.

여자 친구와 제주도로 기념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가 J 여행사로부터 왕복 항공권, 숙박비, 렌터카 대금 86만여 원을 돌려받지 못한 이재형(24‧경기도 여주)씨도 "여자친구와 직장에 휴가도 내서 일정을 다 맞췄는데 이런 일을 당해서 당황스럽다"고 낭패감을 토로했다.

◇ '먹튀' 업체 포털 검색하면 버젓이 상단에

계약서 캡처 사진. 계약서에 피보험자 (사)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로 보증보험이 가입돼 있다고 나와 있다. (사진=피해자 제공)

 

피해자들은 대체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문제의 여행사를 알게 돼 예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여행사는 업체 대표가 홈페이지를 등록할 때 포털 사이트에 웃돈을 얹어줘 검색 시 상단에 나타나는 등 노출이 잘 되는 상태였다.

딸과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다가 해당 업체로부터 사기를 당한 한모(41‧여‧인천)씨는 "저렴하게 숙박업소와 렌터카를 예약하려고 검색하다가 포털 사이트 상단에 해당 업체가 나와서 믿고 예약했는데 수십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특히 여행사 홈페이지에 나온 후기나 예약 체계가 제법 그럴 듯해 신뢰하고 거래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재형 씨는 "업체 규모도 중요하지만, 입금 확인 메뉴가 따로 있고, 후기도 제법 좋게 올라와 있어서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업체 대표가 운영하던 여행사 홈페이지는 6개에 달했다. 사건이 불거지자 현재 홈페이지는 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업체도 폐업신고를 해 제주시 일도2동에 있던 여행사 사무실에는 현재 다른 업체가 들어서 있다.

또 계약서에는 '피보험자 (사)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로 보증금액 3000만 원이 가입돼 있다'고 제시하고 있는 점도 피해자들이 신뢰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관광협회에 따르면 보증금은 2000만 원이었고, 피해 규모가 커 피해자 모두 전액 보상을 받기도 어려운 상태다.

◇ '사기' 혐의로 여행사 대표 입건…경찰, 압색영장 신청

제주동부경찰서 홈페이지 팝업창에 뜬 여행사 사기 사건 피해 신고 안내글 갈무리.

 

제주동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여행사 대표 A(42)씨를 입건한 상태다. A 씨로부터 피해를 본 사람들이 고소장을 속속 제출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피해자들이 많아 고소했는데도 사건 이송이 늦어져 현재 3건만 접수됐다.

경찰이 확보한 계약서상 피해자만 최소 200명이 넘고, 피해액은 2억 원 상당이다. 피해 기간은 잠정적으로 8월부터 최근까지다. 하지만 문제의 업체를 통해 예약이 이뤄진 게 내년 4월까지여서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경찰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A 씨의 은행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은행 거래 내용 수사를 통해 피해 규모를 특정할 계획이다.

2011년부터 여행사를 운영했던 A 씨는 최근 거래하던 렌터카 회사, 항공권 대리점, 숙박업체 등에 미수금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쌓이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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