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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미사일'서 '한낮'으로 바뀐 北 발사…대미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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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들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 성과적으로 진행"
기술적으로 완성돼 대낮 발사 과시했지만, 또다른 이유 있단 분석도
미국 기준으론 '새벽 미사일'… "대미 심리전, 초조함 드러내기도"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대낮에 '초대형 방사포'라 주장하는 발사체를 쏘아 올린 것은 무기체계가 기술적으로 완성됐다는 것을 과시함과 함께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대미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리 준비된 발사에 31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상 발인이라는 변수가 결합되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이 대미협상에 초조해하며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방증이라고도 관측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달 31일 "북한이 오후 4시 35분과 38분쯤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상의 단거리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며 "최대 비행거리는 약 370km, 고도는 약 90km로 탐지했다"고 밝혔다.

다음 날인 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은 "국방과학원이 10월 31일 오후 또 한 차례의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성과적으로 진행하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연속사격 체계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데에 목적을 두고 시험사격을 조직하였고, 이를 통해 유일무이한 우리 식 초대형 방사포 무기체계의 전투적 성능과 실전능력 완벽성이 확증되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10월 2일 강원도 원산 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발사한 지 29일만이고 올 들어서는 12번째 발사였다.

특히 오후 4시 30분쯤이라는 대낮에 발사한 것은 올해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들어 발사를 재개한 뒤엔 계속해서 새벽 또는 이른 아침을 골랐던 것과 다른 패턴을 보여준 셈이다.

북한이 대내외 매체를 통해 "성과적으로 진행하였다"고 직접 언급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지난 9월 10일 북한이 시험 발사를 진행했을 때는 이같은 언급이 없었고, 오히려 "무기체계 완성의 다음 단계 방향을 뚜렷이 결정짓는 계기가 되었다"며 이 무기에 다소간 부족한 점이 있다는 점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한국군사연구네트워크 정창욱 대표는 "기존에 개발된 무기의 신뢰성을 다시 한 번 검증하기 위해서, 언제든 즉각 사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과시했다고 본다"며 "대낮이라도 언제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사격을 선택한 것이다"고 평가했다.

다만, 발사 당시의 정황을 생각해 볼 때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평안도에서 발사했다(북한 내륙을 가로질러 동해상으로 발사했다)는 것은 북한의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며 "결국 미국을 향한 압박, 즉 적극적으로 실무회담에 나와야 한다는 것을 압박하는 성격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과 워싱턴 D.C.는 13시간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한국시각으로 오후 4시 35분은 워싱턴 D.C.에선 오전 3시 35분에 해당한다. 북한이 이 점을 노려 스톡홀름 북미실무협상 이후로 답보 상태인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조치를 촉구했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이 한때 우리 시각으로 새벽에 주로 발사해 문재인 대통령의 새벽잠을 여러 번 깨운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미국 기준으로 새벽 시각에 맞춰 신경을 거슬리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4월 시정연설에서 '올 연말까지'를 시한부로 잡았기 때문에, 미국에 실무협상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다만 문 대통령의 모친상 발인이 31일 오전이었기 때문에, 우리 정서상 이 시각을 피하기 위해 발사를 미룬 것은 맞는 것 같다"며 "발사 자체는 전부터 계획돼 있었지만, 하는 김에 (미국 시각 기준으로) 새벽에 발사하는 심리전을 벌였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체제 특성상 김정은 위원장의 승인 없이 시험 발사가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지난 30일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 형식의 조의문을 보냈기 때문에 도의적인 차원에서 발사 또한 발인 이후로 미뤘다는 것이다.

다만 자신들이 이미 제시한 '올해 연말'이라는 시한을 정확히 2개월 앞둔 상황에서 이같은 도발로 실무협상을 촉구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북한의 초조함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조 위원은 "스톡홀름 실무협상 이전에도 북한의 주요 인사들이 줄지어 담화 등을 내며 미국에 '새 셈법'을 촉구한 것을 보면, 상당히 시간에 쫓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사태로 정신이 없고 이듬해 신년사를 곧 준비해야 하는데,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시한을 정했으니 성과는 내야 해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고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스톡홀름에서의 결렬 이후 금강산 시설 철거라는 '히든 카드'를 통해 국면을 타개해 보려던 북한이 결국 이같은 조치로 자신들이 조급해하고 있다는 '속마음'을 오히려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일단 미국은 국무부 클라크 쿠퍼 정치·군사담당 차관보가 "한국과 일본은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위협이며 북미간 비핵화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미국과 인근 여러 나라들로부터 멀어지려 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교착된 북미협상 상황에 대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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