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는 박준영 변호사.(사진=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52) 씨가 이르면 다음 주 재심을 청구한다.
윤 씨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30일 오후 2시 30분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3차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자리에서 "변호인단과 내부적으로 검토해 다음주 혹은 늦으면 2주 후에 재심 신청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화성 8차 사건의 진범이 이춘재(56)라고 확신하는 이유에 대해 "피해자의 마지막 모습은 사진이나 기사를 통해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데, 그 모습이나 주변 현장이 말해주는 사실과 이춘재의 자백이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춘재의 자백은 범인만이 알 수 있는 비밀을 담고 있지만, 당시 윤 씨의 자백이 담긴 조서를 보면 너무나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당시 경찰이 증거를 숨기거나 조작했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당시 경찰은 사건 현장의 모습을 10개월 뒤 윤 씨를 검거했을 때 왜곡했다"며 "윤 씨의 신체 상황(다리가 불편한 부분) 때문에 사건 현장과 모순이 됨에도 불구하고 교묘하게 사후 조작한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질문에 답하는 화성 8차사건 복역 윤모씨.(사진=연합뉴스)
박 변호사는 이번 주 방송될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후 더 자세한 내용을 말하겠다고 밝혔다.
윤 씨는 "30년이 흘러서 기억을 더듬기 힘들다"며 박 변호사와 함께 소아마비로 인해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광역수사대 사무실로 들어갔다.
경찰은 윤 씨를 상대로 과거 화성 8차 사건 당시 허위 자백을 했는지, 구타와 고문 등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춘재로부터 화성 8차 범행을 저지른 집이 피해자가 이사오기 전 고등학교 때 친구가 살았던 곳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윤 씨는 지난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박모(당시 13세) 양 집에 침입해 잠자던 박 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10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 씨는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바가 전혀 없는데도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로 진술했다"며 항소했다.
2심과 3심은 모두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윤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 씨는 이달 초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했다는 보도를 접한 뒤 박 변호사 등을 선임해 재심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