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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헤이즈 "꾸밈없이 솔직한 지금의 색 잃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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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미니앨범 '만추'로 컴백
"경험 토대로 곡 작업…위로 받으셨으면"

 

일기를 적듯이 써내린 공감력 높은 가사가 특징인 곡들로 음악 팬들의 마음을 훔치며 '음원퀸'으로 거듭난 싱어송라이터 헤이즈(Heize)가 다섯 번째 미니앨범 '만추'(13일 오후 6시 음원 공개)를 들고 돌아왔다.

'만추'는 헤이즈가 지난 7월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와 협업한 싱글 '위 돈 톡 투게더'(We don't talk together)를 낸 이후 약 3개월 만에 선보이는 신보다. 6곡이 실린 '만추'는 늦가을이라는 뜻을 지닌 '만추'라는 타이틀에서 느껴지듯, 짙은 가을 감성이 물씬 풍기는 '헤이즈표' 노래들로 채워졌다.

"날씨 중에선 비를 좋아하고, 계절 중에선 가을을 좋아해요. 언젠가 한번쯤은 가을을 주제로 한 앨범을 내보고 싶었어요"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분위기 좋은 한 카페에서 헤이즈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헤이즈는 더블 타이틀곡 '떨어지는 낙엽까지도'와 '만추'를 들려준 뒤 자신의 노래처럼 꾸밈과 포장이 없는 진솔한 답변을 이어나갔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첫 번째 타이틀곡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는 어떤 계기로 쓰게 된 곡인가요. "가을은 굉장히 쓸쓸한 계절이잖아요. 떨어지는 낙엽을 떠올리면 슬프고 아련한 느낌이 들고요. 그런데 어느 가을 날 낙엽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 낙엽이 떨어지고 나면 나뭇가지가 앙상해지고, 찬바람이 불어오고, 한겨울이 와서 춥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따뜻한 봄이 오고, 그러면 다시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빗대어 생각해봤을 때 이별도 헤어졌을 땐 너무 힘들지만 결국엔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준비 과정일 수 있겠다는, 삶의 경우 풍파를 겪더라도 결국엔 더 나은 과정을 위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게 된 곡이에요. 비하인드를 풀자면, 가사를 쓰면서 인생의 마지막 날을 떠올려봤어요. 눈을 감는 날 지난 시간을 돌아봤을 때, 고난과 역경이 있었지만 너무 다 아름다웠던 날들이고 다시 돌아가고픈 날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하면서요"

▶앨범과 동명인 또 다른 타이틀곡 '만추'는요? "눈빛만 봐도, 표정만 봐도 잘 아는 연인이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걸 눈치 챈 상황을 떠올려봤어요. 그동안 나를 많이 사랑하고 아꼈는지 알기 때문에 배신감이 들기보단, 오히려 이 사람이 이렇게 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내가 소홀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나한테 미안해하지 않도록 내가 더 차갑게 떠나야겠다고 다짐하며 각자의 길을 가자고 말하는 내용을 가사에 담아봤고요. 제목이 '만추'인 이유는 이 상황의 계절적 배경이 딱 가을이었기 때문이에요. 만약 계절적 배경이 한겨울이라면 얼마나 견디기가 힘들겠어요. 추워서 밖에도 잘 못 나가잖아요. 가을이라면 겨울이 오기 전 마음을 잘 추스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앨범 테마가 '가을'인 이유가 궁금해요. "날씨 중에선 비를 좋아하고 계절 중에선 가을을 좋아해요. 언젠가 가을을 주제로 한 앨범을 내야겠단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떨어지는 낙엽까지도'가 나온 뒤 본격적으로 가을 테마에 맞춰 곡을 쓰게 됐어요"

▶더블 타이틀곡로 꼽힌 두 곡의 결이 달라요.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는 작년에 완성해두었던 곡이고, '만추'는 뒤늦게 작업한 곡이에요. 사실 '만추'가 너무 마음에 들고 애정이 가서 타이틀곡을 '만추'로 바꿀까도 고민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떨어지도 낙엽까지도'가 타이틀곡이 되길 원했고, 결론적으로는 더블 타이틀로 가게 되었죠"

▶'만추'는 시티팝 장르라는 점이 흥미롭네요. "'쉬즈 파인'(SHE'S FINE)이나 '젠가'(Jenga)를 발표했을 때, 물론 새로운 시도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산으로 간다'면서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인 분들도 계셨어요. 그런 의견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고 있었는데, 시티팝이라는 장르가 제가 기존에 하던 것들과는 다르지만 소화할 수 있는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업을 해보게 됐죠. 이 곡 말고도 시티팝 장르의 곡을 2곡 더 써두었는데 개인적으로 그 곡들도 마음에 들어서 기대가 돼요"

▶'만추'의 피처링 아티스트가 크러쉬인 이유도 궁금해요. "가사 속 남자가 바람을 피운 상황인데, 순둥순둥하고 착할 것 같은 이미지라서 '그럴 것 같았어'가 아닌 '분명 이유가 있었을 거야' 하는 느낌이 나길 원했어요. 크러쉬 님의 따뜻한 음색이 남자의 미안한 감정을 잘 전달해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요. 그래서 무조건 크러쉬 님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했었죠"

 

▶수록곡 중에선 캔디맨의 곡을 재해석한 '일기'라는 곡이 눈에 띄어요. "싸이월드를 좋아했어요. 특히 배경 음악 관리를 열심히 했었죠.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 미니홈피에 왔을 때 이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요. 캔디맨의 '일기'는 제 미니홈피에서 가장 오랜 시간 흘렀던 곡이에요.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통해서 먼저 공개했던 곡이기도 한데, 이번 앨범과 잘 묻는 것 같아서 수록하게 되었고요"

▶이번 앨범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요. "살아가다 보면 많은 이별도 겪고, 힘든 일도 겪게 될 텐데, 그런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분명히 더 나은 다음 단계가 온다는 걸 생각하면서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직접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곡을 썼기에, 들으시면서 위로를 받으셨으면 하고, 너무 쓸쓸해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이별 경험을 토대로 곡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내가 좀 이기적인가', '이런 것까지 가사로 써서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당사자의 경우 '내 이야기'라는 걸 알 테니까요. 그런데 그게 제가 노래를 쓰는 방식이고 원동력이기 때문에, 그리고 실명을 거론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계속 하고 있어요. 사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곡 중 '작사가'(가제)라는 곡이 있기도 해요. '내가 어느새 또 개인적인 일들로 가사를 쓰고 있네', '힘들고 슬픈 와중에도 가사를 쓰고 있네' 하는 내용이 담긴 곡이죠"

▶경험을 토대로 일기를 쓰듯이 가사를 쓰다보면 소재고갈에 대한 걱정을 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고민이 너무 크죠. 활동을 활발하게 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삶의 변화가 거의 없어요.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완전 집에만 있는 편이라 이러다 영감을 얻을 만한 게 다 없어지면 어쩌나 싶어요. 영화나 책을 통해 영감을 얻어 보려고도 하는데 아직 그렇게 가사를 써본 적은 없어요. 아, 그래서 여행도 가봤어요. 작년에 낸 '바람'이라는 곡은 프라하에 다녀오고 난 뒤 쓴 곡이에요. 확실히 리프레시가 되어서 술술 나오긴 했는데 혼자 멀리 여행가는 게 잘 맞진 않더라고요. 길 도 잘 못 찾는 편이고. (미소). 그래서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에 대한 생각은 이제 접었고, 새로운 걸 찾아봐야할 것 같아요. 평생 혼자 살진 않을 테니, 새로운 사랑을 하거나 한다면 또 새로운 걸 느끼고, 그러다 보면 아예 새로운 주제로 곡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갈수록 랩 음악 비중이 줄어들고 있어요. "써놓은 곡들 중에선 랩 음악이 있는데 앨범 단위로 콘셉트를 짜다보니 앨범에 실을 때 채택이 안 되고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 공개될 랩 음악이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미공개 곡이 많이 있나요. "저는 365일 내내 작업을 해요. 매일 곡을 완성시키는 건 아니지만, 느낌이 올 때마다 스케치 작업을 계속 하는 편이죠. 그게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앨범이 완성되고 나면 지치기도 하는데, 마스터링을 끝내고 나면 곧바로 다음 앨범 구상에 들어가요. 그게 제일 재밌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도 하고. 다행이에요. 제가 이 일을 좋아해서. (미소)"

▶그래도 쉬고 싶을 때가 있을 텐데. "쉬고 싶다는 생각을 딱히 해본 적이 없어요. 분명 이 때가 그리울 날이 온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마다하는 것도 없는 편이고요. 그래서 무리를 많이 하는 것 같기도 해요. 원래는 잠이 많은데 앨범을 만드는 동안에는 하루에 2~3시간만 자는 경우도 있어요"

 

▶헤이즈 노래는 막상 따라 부르기가 쉽지 않아요. "어릴 때 첼로를 배우긴 했지만 실용음악을 배운 적은 없어요. 대학에선 경영학을 전공했었고요. 그렇다 보니 감으로 쓰는 경향이 있고, 너무 저에게만 맞는 라인을 쓰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붙이고 음절을 이어가는 데 있어서 음학을 하는 분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기도 하더라고요"

▶협업 작업을 자주 하는 편이죠. 그럴 땐 좋은 자극을 받기도 할 겉 같아요. "작업하는 방식이 10명이면 10명 다 너무 달라서 거기서 배우는 점이 있어요. 특히 딘 님이과 할 때가 그랬어요. 전 가이드를 정확히 짜놓고 본 녹음을 했었는데 딘 님은 녹음실에서 가사와 멜로디를 다 바꾸더라고요. 그때 배워서 그 뒤로는 저도 녹음을 하면서 가사와 멜로디를 완성시키기도 해요. 아, 그리고 제가 노래 만들 때 코러스를 중시하는 편인데, '이렇게도 코러스를 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다른 가수 분들과 작업하면서 배우곤 해요"

▶언젠가부터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차트를 휩쓸고 있어요. "시대적 운을 잘 탔다고 생각해요. 딘 님, 크러쉬 님, 자이언티 님 등이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싱어송라이터 분들에 대한 관심이 많을 때 나왔으니까요. 또, 굉장히 직설적이고 꾸밈없고 포장되지 않은, 사적인 가사를 쓰니 공감을 많이 해주시고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가수 데뷔 전 집안의 반대가 심했던 걸로 아는데 요즘엔 어떤가요. "원래 아버지가 심하게 반대를 하셨는데, 지금은 너무 좋아하고 제가 뭘 하든지 응원해주시고 계세요. 건강만 하라고 해주시고요. 저 역시 항상 효도하려고 노력 중이고, 일 외의 시간은 항상 가족들에게 쓰려고 노력 중이에요"

▶아직 국내에서 단독 공연을 연 적은 없죠. "아직 한 번도 못 했어요. 너무 하고 싶어서 회사에도 자주 얘기하고 있는데, 회사에선 아직 필요성을 못 느끼는 느낌이에요. 여름에는 미국투어를 했었고, 겨울쯤에는 유럽투어를 할 예정인데, 언젠가 한국에서도 꼭 단독 공연을 열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인가요. "지금의 색깔을 잃지 않고 싶어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을만한 제 이야기를 풀어낸 솔직한 음악을 계속 하고 싶고, 그렇게 할 거예요. (미소)"

(사진=스튜디오블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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