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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총경 '꼬리'만 쫓다가 코앞서 '핵심' 놓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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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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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윤총경 전격 구속…경찰 '부실수사' 논란 도마
큐브스 대표 2번 조사하고도 윤총경과 금전거래 못봐
연예인 수사 몰두하면서 주식매입 정황도 뒤늦게 포착
큐브스 대표 잠적…신병 확보 늦어진 틈 검찰에 체포

이미지 = 연합뉴스

 

클럽 버닝썬 사건 당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49) 총경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앞서 그를 불구속 송치했던 경찰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조직의 명운을 걸었다며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부실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은 정모 전 녹원씨엔아이(옛 큐브스) 대표의 결정적 진술을 토대로 윤 총경의 추가 혐의를 포착했다. 그런 정 전 대표를 코 앞에서 놓친 건 경찰로서는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연예인 수사에 집착하면서 곁가지만 짚다가 결국 본질은 건들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CBS 노컷뉴스 취재 결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는 버닝썬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지난 3월을 전후해 정 전 대표를 두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정 전 대표는 지난 2016년 자신이 연루된 경찰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윤 총경에게 수천만원 상당 비상장주식을 공짜로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정 전 대표를 상대로 두 차례나 참고인 조사를 벌이면서도 이 같은 정황은 파악하지 못했다. 정 전 대표가 가수 승리(30·본명 이승현) 측에 윤 총경을 소개해준 이유 정도만 묻고, 정 전 대표와 윤 총경의 '거래 관계'에는 주목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에는 윤 총경과 그가 수사 상황을 알아봐줬다고 하는 술집 '몽키뮤지엄' 그리고 승리, 유인석과의 관계에만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대표는 의혹 당사자들을 연결한 주요 인물임에도, 당시 경찰은 단순한 참고인 조사에서 그친 채 한발짝 더 나아가지 못했다. 정 전 대표와 큐브스 법인 계좌 등 그를 둘러싼 금융 내역의 추적은 물론, 이와 관련한 압수수색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윤 총경 아버지의 계좌까지는 확보했으면서도, 나머지 형제·자매 등 방계 가족의 계좌까지 살펴보는 건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무리한 수사 확대라는 판단에 따라 진행하지 않았다.

반면 검찰은 지난 7월 녹원씨엔아이 파주 본사와 서울사무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컴퓨터에서 정 전 대표와 윤 총경 사이 공짜 주식 거래를 뒷받침하는 증거물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조사 과정에서 윤 총경이 정 전 대표로부터 공짜 주식을 받을 때 형 명의를 빌린 정황까지 확인했다고 알려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정 전 대표와 큐브스 법인 등 금융계좌를 들여다봤더라도 현재 검찰에서 포착한 비상장주식 거래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어쨌거나 아예 손도 대지 않은 건 결과적으로 봤을 때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에서 ‘경찰총장’ 으로 불리며 승리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 모 총경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윤 총경의 수상한 주식 매입 정황을 뒤늦게 알아챈 것도 부실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현재 윤 총경은 정 전 대표의 권유로 지난 2015년 큐브스 주식 수천만원어치를 매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광수대는 윤 총경의 큐브스 주식 매입 정황을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던 지난 5월 중순쯤 돼서야 뒤늦게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초창기에는 영장이 안 나와서 (윤 총경 주식계좌를) 못 봤다가 보강수사를 거쳐 다시 받았다“고 설명했다.

곧이어 광수대는 정 전 대표와 윤 총경의 관계를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한다며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에 수사 내용을 넘겼지만 타이밍은 이미 늦은 때였다.

지수대가 미공개 정보 이용을 의심하면서 부랴부랴 내사에 착수해 정 전 대표를 입건하고, 그와 윤 총경의 계좌를 순차적으로 추적했지만 그사이 정 전 대표는 경찰의 출석 요구를 무시한 채 돌연 잠적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쉽지 않았고, 그렇게 신병 확보가 늦어지던 도중 검찰이 지난달 16일 정 전 대표를 체포했다. 경찰은 수사에 제동이 걸렸고, 윤 총경이 구속되기까지 검찰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경찰 안팎에서는 결국 수사 초반부터 윤 총경과 승리·유인석 사이 의혹에만 지나치게 몰두하다가 핵심 인물인 정 전 대표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예인 의혹만 지나치게 조명한 언론 보도가 경찰의 본질 수사를 방해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윤 총경을 구속한 검찰은 앞서 경찰이 송치한 기록을 검토한 뒤 경찰의 부실 또는 축소 수사 배경에 청와대 등 다른 기관의 외압이 있었는지 수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버닝썬 사건 지휘 라인이 향후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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