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시설 복합화' …우리나라 학교 공간이 나아갈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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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인 학교건축, 심폐소생이 필요하다⑩]
교육부, 학교시설 복합화 의지 재차 밝혀
교원 배정에 교사들 설계 과정 참여 못해
입주기간 맞추려고 학교 공사 '부랴부랴'
복합화 법적 근거 필요…조례도 마련해야

학교시설 복합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1996년 당시 열린 교육 도입으로 교실 벽을 없앴다가 다시 설치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 교육 당국은 당시 제대로 된 교육 과정을 준비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열린 교실을 밀어붙였다는 꼬리표가 뒤따른다. 교육부는 '학교 복합시설 설치·운영에 대한 표준 조례안'을 올해 안에 마련해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학교 공간이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학교와 주민이 함께 시설을 공유하는 이른바 '학교시설 복합화'는 미래형 학교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줄어드는 학생 수를 고려해 학교의 남는 공간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고령층 증가에 따른 복지시설 확보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면서 학교시설 복합화가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다.

지난 11일 경기도 화성 동탄중앙이음터에서 교육부·여성가족부·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가 학교시설 복합화의 개선방안을 논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육부는 이 자리에서 교직원과 지역주민이 학교 설계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고 책임 소재의 갈등이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에 분담 체계를 명시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학교시설 복합화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 공급자형 대신 사용자형 학교 신설 방식으로

설계단계부터 참여하기 위해 TF를 꾸리거나 교원들을 예정 발령하는 일부 사례는 있지만, 드물다. 이 때문에 신설학교의 경우 설계단계부터 적용되도록 인사제도가 바뀌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발령 받은 이후) 설계 단계나 건축 단계에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요. 그때는 이미 공사중이었어요. 학교에 와서 학교 공간을 어떻게 꾸밀건지도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요."

A학교 한 현직 교사는 학교 신설 단계에 사실상 참여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개교 보름까지도 공사를 하고 있어 개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하지만 보름 만에 뚝딱 만들더라"라고 혀를 내둘렀다.

교육공무원 인사관리규정 제19조(전보구역 등)에 따르면 교사, 교감, 교장 등의 교원 배치는 6개월 이전에 공개된다.

이러다 보니 학교를 새로 만들게 될 경우 교원은 아무리 빨라도 개교 6개월 전부터 해당 학교의 학사 일정과 교육 과정 등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 기간이면 공사는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사실상 사용자가 없는 상태에서 학교가 설립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빠듯한 시간으로 학교 공간의 교육 과정을 담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제도적 보완으로) 유연한 학교 공간을 만드는 게 옳다고 공감은 하고 있다"며 "교원 인사부분은 교육청과 협의해서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아파트 입주부터 생각…범부처 협력 이끌어야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낮시간에 공원을 가장 활발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은 학생들"이라며 "도시계획할 때 녹지공원과 학교는 같이 붙여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정재림 기자)

 

학교 설립의 경우 대규모 주택단지 설립 또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학생 수요가 학교 설립에 주된 요인인 만큼 주택단지 설립 환경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교는 주택단지의 준공 시기와 입주 시기에 맞춰 개교하게 된다.

가령 신설학교의 경우 5년의 시간이 필요해도 3년 만에 아파트를 짓게 되면 학교 설립도 이에 맞춰 부랴부랴 진행되는 것이다.

아파트 입주가 우선시 되는 현 상황에서 학교는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곳에 있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신도시가 조성되면 상대적으로 조용한 땅에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고 그러면 학교는 대체적으로 시끄러운 사거리 코너로 들어가게 된다"며 "여유 부지 없이 기역자로 학교 건물이 들어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도 범부처 간에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한다.

조진일 한국교육개발원 박사는 "학교 설립에 대한 최소한의 기간을 확보한 단지가 개발돼야 한다는 내용이 법으로 정해져 있거나 명시되면 좋을 것"이라며 "시간에 쫓겨 학교를 짓게 되면 사용자 만족도나 요구사항이 고려되지 않는 학교가 설립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학교시설사업 촉진법' 개정 필요? 법적 근거 마련해야

동탄중앙초등학교와 동탄이음터는 학교시설 복합화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동탄제2신도시에는 6개 복합화 시설이 마련될 예정이다. (사진=동탄중앙이음터 센터 제공)

 

학교시설 복합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일부 법적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학교시설사업 촉진법'에 근거해 학교 건물의 학교시설사업 승인 권한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건축과가 아닌 해당 교육청에서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청 '내규'에 적용된 시설만이 학교 부지 안에 지을 수 있게 된다.

가령 체육관, 운동장은 지을 수 있지만, 양로원 같은 시설은 학교 부지에 들어올 수 없게 된다.

여기에 국토부 지구단위계획에 학교는 공공시설 내에서 벗어나 있어 이에 대한 법적 근거 또한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화성시 관계자는 "각급 학교 설립·운영 규정(제3조의2)을 보면 '평생교육시설 등의 복합시설을 둘 수 있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 중 '등의' 라는 해석을 두고 지자체는 확대 해석하고 교육부는 그렇지 않다라고 봐 용도 변경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학교 교장 책임에 대한 조례 마련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학교 내에 운영하는 복합화 시설 책임에 대해 학교 교장이 아닌 해당 지자체에서 책임지게끔 해야한다는 것.

최병관 공주대 건축학교 교수는 "학교시설 복합화는 일시적으로 투자하고 그만두는 시설이 되면 안된다"라며 "교장선생님에 대한 책임을 낮추도록 지자체에서 예산, 책임 소재 문제, 인력 지원 문제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도록 조례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단순히 지역주민이 학교 땅에 만들어진 시설을 쓰는 것을 가지고 복합화라고 말 할 수 없다"라며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통해 필요한 시설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교시설 복합화"라고 덧붙였다.

※건국이래 대한민국 교육과정은 숱하게 바뀌었다. 사회변화와 시대요구에 부응한 결과다. 하지만 학교건축은 1940년대나 2019년이나 별로 변한 것이 없다. 네모 반듯한 교실, 바뀌지 않은 책걸상, 붉은색 계통의 외관 등 천편일률이다. 이유는 뭘까? 이로 인한 문제는 뭘까? 선진국과는 어떻게 다를까? 교육부는 앞으로 5년간 9조원을 학교공간 혁신에 투입한다. 학교건축 무엇이 문제인지 CBS노컷뉴스가 총 11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편집자주]

글 게재 순서
①우리나라 학교건물은 왜 교도소를 닮았을까?
②"학교 갇혀서 공부하는 곳 아냐" 지역과 함께하는 영국 학교
③'낙오자는 없다'…건물에 교육철학 반영한 독일 ASW
④ "학교가 오고 싶어요"…비결은 '사용자 참여 설계'
⑤ "보이지 않는 공간이 폭력을 부른다"…몰랐던 학교 공간들
⑥ 해외 학교만 최고? 국내 학교도 모범 사례 있다
⑦ 공간이 학생을 바꾼다…"죽어있던 교실이 살아났어요"
⑧ 교실 벽도 없앴다…학교건축 획일화 탈피한 일본
⑨ 하늘 못 보는 한국 학생 vs 하늘 보는 일본 학생
⑩ '학교시설 복합화' …우리나라 학교 공간이 나아갈 방향
(계속)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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