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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옆 대한항공 부지…시민들이 원하는 건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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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옆 옛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가 있던 부지 자료사진. (사진=박종민 기자)

 

미국대사관 숙소부지로 사용되다 대한항공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서울시 종로구 대한항공 부지는 박근혜정부 당시 7성급 호텔 건축을 둘러싼 진영싸움이 번지면서 잊혀진 땅에서 '핫한 땅'으로 부상했다.

고도제한에 걸린 지역인데다 인근에 학교가 있어(학교정화구역)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자 대한항공이 이 땅을 올초 매물로 내놓으면서 종로구청과 서울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곳에 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이 논의중이다.

'이 땅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의는 경복궁 한켠에 있는 민속박물관을 옮기자거나 규장각을 유치하는 방안, 공원을 만들자는 등 아이디어 차원의 담론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공원화 하는 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지만 사유지를 매입할 예산조달방안이 아직은 막연한 상황이라 논의의 진전이 빠르지는 않다.

다만, 여러갈래로 연걸리듯 걸린 각종 규제와 반대여론 때문에 부지가 상업적으로 개발될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수천억원에 땅을 팔겠다고 내놨지만 지금껏 어디에서도 매입의사를 타진한 곳이 없는 이유도 개발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객관적 상황 때문에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는 상업적 개발이 아닌 공익을 위한 용도로 사용돼야 한다는 방향으로 점차 수렴되고 있다. 지난 2일 종로구청 주관으로 열린 '송현숲.문화공원 조성 100인 시민토론회'에서는 대한항공 부지의 용처에 대한 시민들의 견해가 보다 분명히 표출됐다.

서울시 전 지역에서 참가한 100여명의 시민들이 토론을 하면서 토론 결과에 근거해 직접투표로 사용방안을 선택했다. 1000만 서울시민에 비하면 토론에 참가한 인원 100명은 지극히 미미한 숫자에 불과해 대표성을 논할 수도 없고 특정한 방향으로의 '땅 이용 방향' 설정도 애초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은 두가지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첫번째는 부지에 대한 '무지상태'에서 시민들이 표현하는 의견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둘째는 왜곡되지 않은 여론수렴의 중요성이다.

토론에 참가한 시민들은 10여명씩 7,8모듬으로 나뉘어 토론에 참여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그렇듯이 관심을 갖고 토론에 참석한 시민들 조차 대한항공 부지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게 없는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공원조성시 예상되는 문제점 ▲공원조성시 집중해야할 부분 등 2가지에 대한 현장조사는 토론 전과 토론 후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

'공원조성시 예상되는 문제점'조사에서 토론전에는 '차량유입으로 인한 대기오염과 교통문제'가 41.3%→ 토론후에 32.9%로 낮아진 반면, 주민의견 수렴의 문제는 17.3%→31.6%로 급증했다. 개발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은 12%→ 3.8%로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다.

대한항공 부지에 공원을 조성하는 문제를 피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시민들이 막상 토론을 통해 실상을 조금이나마 더 알게된 뒤에는 의견표출의 집중성이 더 높아졌음을 나타내준다.

'공원조성시 집중해야할 부분'조사에서 '한국전통 자연경관 회복'이 토론전후 각각 32.5%와 29.2%, '시민여가공간으로 조성'이 28.6%와 29.2%로 여론표출의 높은 집중성을 보였고, 삼청동과 인사동 등 주변과 연계된 관광상품화는 16.9%→12.5%로 소폭 낮아졌다.

종로구는 앞으로 더 다층적인 시민여론 수렴과정을 거치면서 대한항공 부지 사용방법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일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토론을 통해 근거없는 우려가 일부 불식된 대신 공원화 욕구가 어느 정도 확인되면서 부지 용처를 찾으려는 노력이 제 궤도에 올라선 것으로 분석된다.

비록 현재까지는 수천억원이나 되는 예산조달방안이 없어 빠른 사업진척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시민여론을 제대로 파악하려는 노력이 일정한 성과를 내면서 사업진척이 오히려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사업추진이 중단된 광화문광장 재조성은 예산이 아무리 풍부해도 제대로 시민여론수렴이 되지 않으면 공사가 중단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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