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상품 설계․제조 및 판매 절차 개요 (자료 : 금감원 제공)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 금리연계 DLF를 판매한 은행들을 검사한 결과 실제로 불완전판매가 상당수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따라 지금까지 669억원 손실, 그리고 현 추세대로라면 향후 3513억의 손실이 예상되는 DLF 가입자들이 얼마나 손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불완전판매 확인, 무너진 내부통제 시스템금감원이 1일 발표한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중간 검사결과'에 따르면 우리.하나은행의 불완전판매 의심사례는 전체 4천여건의 계약 가운데 2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DLF 잔존계좌의 판매서류만을 점검한 결과로 형식적으로는 서류가 완비돼 있더라도 실제 판매과정에서는 불완전판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 그 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들 은행은 상품에 대한 제대로된 설명을 생략한 것은 물론이고 계약서와 투자자 설문항목 등 필수 서류를 조작하거나 무자격자가 상품을 판매하는 등 불완전판매 행위를 저질렀다.
또,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한 내부 검토의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기거나, 아예 자체 검증을 하지 않은채 조직적으로 상품 판매에만 열을 올렸다.
특히, 은행들은 본점차원에서 원금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내용을 판매전략으로 이용하거나 심지어 안전자산(예금형) 선호고객을 주요 타케팅하도록 유도하기까지 했다.
금감원은 "사실관계 확정 등을 위해 우리․하나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하겠다"면서 "확인된 위규 사항 등에 대하여는 법리검토 등을 통해 추후 제재절차를 진행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분쟁조정', '손해배상소송' 투트랙 진행중중간조사 결과이기는 하지만 원금손실 가능성을 묵살한 은행들의 내부통제 시스템 문제는 물론, 상당수 불완전판매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향후 가입자들은 손해보상에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됐다.
불완전판매는 금융상품의 기본 내용 및 원금 손실 여부 등 투자위험에 대해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판매하는 행위를 말하며 이로 인해 고객이 손실을 볼 경우 보상받을 권리가 생긴다.
DLF 가입자들이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통한 권고와 금융소비자원 등이 대리해 진행하고 있는 손해배상소송이다.
우선 분조위 권고와 관련해 금감원은 이날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수준과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손해배상여부 및 배상비율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분조위 권고는 법적 효력이 없어 은행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별다른 강제수단이 없는데다 과거 사례를 볼때 100% 피해보상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2014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의 경우 15~70%의 피해배상이 권고됐고, 2008년 우리은행 우리파워인컴펀드의 경우 50% 배상이 권고됐다.
또, 불완전판매 정도가 각 개별 사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분조위가 권고하는 손해배상 비율도 천차만별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 손해배상소송의 경우 강제성이 있지만 과거 사례를 살펴볼때 오히려 분조위 권고보다 손해배상 비율이 줄어든 경우도 있는데다 확정판결까지 최소 3~4년의 시간이 소요돼 개인 가입자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 "불법행위 증거자료 많아" 손해보상 자신
다만,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공감하고 분쟁조정 등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가입자와 은행간 합의를 통해 손해배상 비율이 상향될 가능성도 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금감원 검사결과 발표 후 사과문을 통해 "당행을 믿고 거래해준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책임있는 자세로 분쟁조정절차 등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손태승 우리은행장도 지난달 23일 "고객신뢰 회복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분쟁조정절차에 적극 협조하고, 고객보호를 위해 법령 등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책임있는 자세로 다각도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법원 판결보다 신속하게 피해구제가 이뤄질 수 있는 분쟁조정이 보다 원활하게 진행되고 손해배상 비율도 과거보다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서는 불완전판매 등 불법행위가 명확하게 확인된 만큼 손해액의 일부 배상이 아닌 원금손실 전액 배상이라는 목표가 설정된 상태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금감원 검사결과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피해자 등을 통해 입수한 불완전판매 등 불법행위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많이 있다"면서 "사기죄를 적용해 계약 자체를 무효화해 손해액 전액을 보상받는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고의를 가지고 기망해 손해를 끼친 뒤 자신이 이익을 얻었다는 3단계가 다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