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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촛불'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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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놓고 논쟁이지만 검찰을 향한 이례적인 대규모 집회
애초 '정의·공정성 훼손'에 대한 수사 국민 공감대 높았지만
갈수록 정권-검찰 간 정면 대결로 비춰…檢에 대한 견제심리
'조국은 우리 손으로 사퇴시킨다'는 검찰의 오만함에 대한 반감
檢, 상당부분 소기의 목적 달성…수사 길어질수록 정치적 논란
여권 '조국 지키기'에 활용·호도 안돼…민심은 정의-개혁 둘다 원해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사법적폐청산 촉구 촛불 문화제’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민기자

 

또다시 촛불이 뜨거운 관심이 됐다. 이번엔 서울 광화문이 아니고 서초동이다. 바로 조국 법무장관을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찰청과 수사 책임을 지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곳이다.

서초동 촛불 규모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최 측은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사태 당시에 버금가는100만명 이상으로 추산했지만,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5만명으로 계산했다.

정확한 수치는 확인이 어렵지만 중간치로 잡으면 수십만명은 될 것이다.

어떤 숫자가 맞더라도 검찰을 향해 이렇게 대규모 집회가 열린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절제된 검찰권'을 언급하며 조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비판한 문재인 대통령의 27일 메시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서는 한껏 의미를 부여해 "국민들의 마음 속에 켜진 촛불까지 합치면 다시 1000만일 수도 있고 2000만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야당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문 대통령과 여당 지지층의 결집 효과를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진보성향 모임이 집회를 이끈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탠다.

그렇다 치더라도 그 숫자가 빠르게 불어나는 데에는 나름의 함의가 있다.

바로 검찰에 대한 견제 심리다.

초기 조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는 입시 부정 등 정의와 공정성의 훼손이라는 국민적 분노를 바탕으로 힘을 받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검찰과 정권의 정면 대결로 비치면서 양상이 조금씩 달라진 것이다.

한 지역구 의원은 "주변에서도 촛불집회 안가냐는 얘기가 갈수록 심상치 않게 들린다"면서 "'검찰이 해도 너무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검찰 수사 내용이 언론을 통해 상당부분 공개되면서 조국 장관의 해명이 여러 정황과 충돌하고,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교수가 딸 표창장 위조와 가족 펀드 등에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조 장관 임명이 한번도 찬성(절반 기준)으로 돌아선 적이 없듯이 조 장관에 대한 도덕적 문제는 이제 어느정도 판가름이 난 상태다.

조 장관과 가족들의 행태가 옳다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또 앞으로 검찰 수사를 지나 법원 판결을 통해 사법적 판단도 내려질 것이다.

이쯤되면 조 장관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졌던 검찰은 소기의 목적을 어느정도 달성했다고 볼수 있다. 기본 관행대로라면 조 장관은 낙마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는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정 교수에 대한 소환조사와 구속영장 청구가 예고된 가운데 조 장관을 겨냥한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기 훨씬 이전에 있었던 웅동학원 '위장 소송'과 아들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 의혹 등도 파헤치고 있다.

잘못이야 밝히는 게 검찰의 역할이지만, '조 장관의 거취는 반드시 우리 손으로 결정하겠다'는 검찰의 정치적 오기로 보일 소지가 적지 않다.

조국 장관의 사퇴여부는 정치의 영역인데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이를 침범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는 더 나아가 검찰수사가 검찰 개혁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서초동 촛불은 이에 대한 문제제기로 읽힌다.

여기에는 과거 검찰이 중요한 사건에 대해 제때, 제대로 수사를 못하거나 왜곡한 '정치적 행태'에 대한 반감도 깔려 있다.

11시간 동안의 조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과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조 장관과 수사팀장과의 통화사실이 야당 의원에 의해 확인된 사실도 검찰에 대한 '심리적 저지선'을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적폐청산에 앞장 섰던 지금의 검찰은 '과거와 다르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국민들에게는 조직논리로 칼날을 휘두를 수 있는 여전히 '위험한 존재'로도 보인다.

그렇다고 서초동 촛불이 조국 장관에 대한 정치적 면죄부로 호도돼서도 안될 일이다. 아직 많은 국민들은 조 장관과 가족의 기득권적 행위에 허탈해 하고 있다.

여권이 조국 지키기에만 매몰된다면 이 역시 국민적 판단이 있을 것이다. 한 중앙 일간지가 실시.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졌다는 여론 조사도 있다고 한다.

민심은 검찰 개혁에 대한 열망도 크지만 조국 사태를 여전히 엄중히 보고 있다는 뜻이다.

윤 총장은 29일 "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의 수사가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이 아님을 밝힌 것이다.

민심의 강물은 지금 두 갈래로 도도히 흐르고 있다. 시대적 사명인 검찰 개혁을 반드시 성공시키되 정의.공정의 가치도 결코 훼손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어느 쪽이든 오만해 지는 쪽으로 민심의 파고는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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