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테크 클린룸
반도체는 둥그런 원판인 ‘웨이퍼’를 가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웨이퍼를 각 공정에 맞게 옮겨주어야 하는데, 로봇이 이 역할을 한다. 사람이 하면 웨이퍼가 오염되는 것은 물론 생산성도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웨이퍼 이송용 로봇의 생명은 ‘정확성’과 ‘속도’다. 나노급 반도체 소자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각 공정 작업대의 중심에 맞게 웨이퍼를 정확하게 올려놔야 한다. 허용오차는 0.05mm다. 또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번에 한 개의 웨이퍼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여러 개의 웨이퍼를 빠르게 옮겨야 한다.
여기에 로봇은 반도체 공정의 ‘극한성’을 견뎌내야 한다. 반도체 공정은 먼지가 없어야 하고 진공과 고온 조건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웨이퍼 이송용 로봇 역시 먼지를 유발하지 않고 진공 조건을 해치지 않아야 하며 섭씨 400~700도도 견뎌내야 한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반도체 웨이퍼 이송용 로봇은 미국과 일본 두 나라의 몇몇 기업이 생산해왔을 뿐이다.
여기에 한국기업이 당당히 도전장을 내고 선전하고 있다. 중견기업인 ‘라온테크’다.
라온테크는 지난 2000년 카이스트 석사 출신인 김원경 대표 등이 설립했다. 당시 대우중공업에 다니던 김 대표는 IMF로 회사가 ‘산업용 로봇’사업을 접자 회사를 나와 창업할 정도로 ‘로봇’에 일로매진해왔다.
2003년부터 반도체용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다.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타며 라온테크의 로봇 매출도 늘었다. 하이닉스에도 라온테크의 로봇이 쓰이고 있다.
라온테크의 웨이퍼 이송용 로봇은 대기 환경은 물론 진공 상태에서도 웨이퍼를 오차없이 정밀하게 이송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따라 몇년전부터는 삼성전자에도 로봇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중국과 미국 수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는 온리원(only one)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기존 로봇은 벨트를 이용해 구동되기 때문에 오래 쓰거나 고온에서는 벨트가 늘어나면서 정확성이 떨어진다. 우리 로봇은 벨트 대신 풀리와 베어링을 이용하기 때문에 10년이 지나도 정확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국내에서 우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라온테크의 경쟁사는 미국과 일본의 회사들. 하지만 김 대표는 한국 로봇의 성능을 자신하고 있다.
“4개의 팔을 갖고 있는 로봇은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 등 3개국 밖에 만들지 못하는데 성능은 한국 것이 제일 좋습니다”
이미 2011년부터 진공 상태의 반도체 이송용 로봇의 국산화에 성공한 김 대표는 계속해서 완전한 국산화를 추구하고 있다.
로봇의 핵심 부품인 모터와 감속기는 현재도 일본제품을 쓰고 있는데, 이를 국산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겪는 어려움은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국산화를 해야 합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모터와 감속기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생기고 있고, 그 수준도 예전에 비해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오히려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라며 수요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을 당부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물론 기업의 소유주들도 (소재나 장비, 부품 등을) 국산화를 하려 한다”며 “그러나 실무진으로 내려오면 ‘책임 문제’ 때문에 기존 외국산 제품을 쓰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외국산 제품은 문제가 생기면 ‘원래 그런가 보다’라며 넘어가지만 국산 제품은 ‘역시 국산이야’라고 타박할 정도 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수요기업이 더 엄격하게 평가합니다. 국내 제품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주고 공정하게 평가하면 좋겠습니다”
김 대표는 이어 최근 불고 있는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움직임에 대해 “반도체 산업의 경우 한국은 반도체 칩을 만드는데는 세계 1위지만 반도체 장비 생산은 미국과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라며 “이번을 계기로 국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산화 노력이 잠시의 분위기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적어도 1년 이상 지속돼야 합니다. 그래야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그 이익을 나눠 갖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김원경 대표 일문일답
라온테크 김원경 대표
▲ 어떤 회사인가?
라온테크는 2000년 설립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43억원이고 직원은 77명이다. 제품줄기는 반도체 이송 로봇인데, 대기환경과 진공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는 로봇이다. 반도체는 진공공정이 많은데 이를 둘러싼 환경을 갖춰야 경쟁력이 있다.
▲ 라온테크 로봇의 경쟁력은?
진공 로봇이다. 온리원(only one) 전략이다. 국내업체가 시도했지만 문제있어 실패한 것이데 우리는 시간이 걸렸지만 다른 구조로 만들어 내구성 높여 성공했다. 대기환경에서 사용하는 로봇은 아무데나 모터나 감속기를 장치할 수 있지만 진공로봇은 회전하면서 먼지가 발생하고 진공도 깨진다. 온도가 400~700도 환경인데 모터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진공 챔버 바깥에서 구동해서 동력을 로봇에 다축 전달해야 하는데 이게 어렵다. 국내 업체와 일본업체들이 안됐던 이유가 벨트를 이용해 로봇과 모터를 연결해 구동시켰기 때문이다. 벨트는 시간과 온도에 따라 장력 차이로 위치 변화가 생긴다. 우리는 풀리 베어링 시스템으로, 10년 돼도 문제 없다. 진공로봇은 국내에서는 우리만 공급하고 있다. 경쟁사는 미국과 일본 회사인데 4개의 암(arm)을 갖고 있는 로봇은 한미일 3곳이 만들지만 성능은 우리 것이 제일 좋다. 로봇만 필요한게 아니라 그를 둘러싼 환경도 중요하다. 로봇만 하면 수요기업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들어주지 못한다. 모든 걸 다하자는 전략이다. 그래서 라온테크는 핵심요소와 바깥, 소프웨어까지 직접 다하고 있다. 기존에는 로봇은 우리가 하고 그 주변 모듈은 일본 것을 쓰는데 고객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하면 일본이 대응을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안되겠다’ 생각해 모든 것을 만들자고 한 것이다. 내가 컨트롤 못하면 주는대로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앞으로의 전망은?
현재 최종고객은 하이닉스 위주지만 2017년부터 삼성에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중국회사에 공급하기로 했고 미국 회사에도 11월말이면 들어갈 것이다. 향후에는 글로벌 회사에 공급할 계획이다. 코스닥에도 상장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중에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 심사 청구할 예정이다.
▲ 일본 수출규제 영향은?
로봇산업은 국산화가 많이 안돼 있다. 모터나 감속기 등 핵심은 일본 수입품이다. 수출규제를 많이 걱정했지만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하지만 국산으로 대체하는 것을 추진중이다. 현재 국산화율 80% 정도며 나머지 대부분이 일본산이다. 국산품은 예전보다 품질이 나아져 테스트할 예정이다.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오히려 장비회사들은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 부품.소재산업 발전을 위한 해법은?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도 외국에 의존해서 생태계를 구성하지 못하면 리스크 관리가 안될 것이다. 생태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칩 제조사와 장비,부품사들이 이익을 같이 가져가는 생태계를 구성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이 칩메이커는 일등이지만 장비사는 10%로 안된다. 미일 의존구조다. 부품은 사정이 더하다. 대기업이나 정부 모두 국산화 의지 있다. 이전까지는 이런 계기가 없었다. 일본 수출규제가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좋은 기회다. 이번에 생태계 구성 못하면 기회를 놓친다. 단기간에 끝나면 안된다. 1년 이상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