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장수군 남덕유산에 있는 임지수씨의 자연정원에서 본 풍경 (사진 = 송승민 기자)
"나는 만평의 땅을 관리하면서 제초제 한 번 써본 적 없어요"
지난 11일 오전 10시 전북 장수군 계남면의 한 주택, 임지수(59)씨는 예초기를 돌리다가 취재진을 반겼다.
거대 통신기업 자회사의 CEO로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었던 임씨는 2007년 장수의 남덕유산 산속으로 홀로 들어가 12년째 자연 정원인 '나무와 풀'을 가꾸고 있다.
임씨 혼자서 관리하는 대지만 3만평.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지만 임씨는 제초제 한 번 뿌린 적 없다.
임씨는 "풀은 땅의 모든 유기질을 품고 있기에 제초제로 말려 죽이지 않고 예초기로 잘라만 준다"며 "잘린 풀들이 썩어 자연스럽게 땅으로 돌아가 비옥한 토양을 만든다"고 말했다.
임씨의 자연 정원에 있는 부엌의 모습 (사진 = 임지수씨 제공)
일부 사람들은 '임씨가 돈이 많아 자연 정원이 성공했다'는 시각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임씨는 "2억이라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초기 자금과 군청에서 받은 귀농지원금으로 시작했다"며 "자연에서 살 때 필요한 건 돈이 아니고 철저한 준비와 자신의 땅에 대한 애정이다"고 했다.
임씨는 12년전 자연생활을 시작할 때 몇 가지 기준을 두고 엄격하게 땅을 선택했다.
고도는 500m 이상으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방향은 남향이어야 볕이 잘 들어 겨울에는 따뜻하다. 또 대전에서 생활하는 남편과 가까워야 했기에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10분 이내에 있어야만 했다.
이 모든 기준을 충족하는 땅이 바로 장수에 있는 임씨의 야산이다.
임씨는 광화문을 떠나 자연으로 들어간 이유를 도시에선 찾을 수 없는 자유로움 때문이라 말한다.
임씨는 "서울 광화문 한복판의 빌딩에서 지낼 때는 매일 사람과 일에 치어 살았다"며 "자연에 있는 지금은 모든 시간을 나를 위해 쏟을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임씨는 그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임씨의 집과 자연농원을 찾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과 비슷한 도전을 할 이들에게 많은 도움과 조언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임씨가 '티룸'에 모으고 있는 찻잔들 (사진 = 송승민 기자)
임씨는 자신의 책 '엄마도 꿈꿀 권리가 있다'처럼 "우리 모두가 꿈꿀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이어 "불평불만 하지 말고 현실에 최선을 다하면서 꿈을 꾼다면 나처럼 이룰 수 있다"며 "내 주변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이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