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보현 PD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1년간 다니면서 한 과목을 수강한 채 802만원의 전액장학금을 지급 받은 경위에 대해 서울대가 자체 진상 파악에 나섰다. 그간 총동창회에서 관리하는 장학금이라며 거리를 두던 서울대는 논란이 확산되자 본격적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특히,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지도교수나 학과장 등 교수의 서명이 필요하지만, 서명을 해줬다는 교수가 나타나지 않아 의문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지난 26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환경대학원과 본부 장학복지과 등 관련 팀에 장학금 지급 경위와 교수의 추천 여부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조씨의 지도교수가 조씨에게 장학금 관련 서명을 해 준 적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다른 교수가 추천했는지 여부 등을 추가로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씨가 받은 장학금은 '단과대의 추천'을 필요로 하지만 정작 지도교수를 비롯해 다른 교수들도 '장학금을 추천해 준 적도, 서명해 준 교수도 없다'는 입장이어서 학교 측에서 진상 조사에 나선 것이다.
앞서 조씨는 2014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재학 시절 서울대 총동창회가 운영하는 장학단체 '관악회'에서 두 학기에 걸쳐 전액 장학금 802만원을 받았다. 조씨는 이 기간에 3학점짜리 한 과목만 수강했으며, 아프다는 이유로 학교에 거의 출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장학금은 '성적이 우수하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 주게 돼 있어 부유한 조 후보자의 딸이 어떤 경위로 지급 받을 수 있었는지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당시 조씨의 학과장이자 지도교수였던 서울대 윤순진 교수가 해당 장학금과 관련해 "서명을 해 준 기억이 없다"고 밝혀 일각에서는 '준 사람은 없는데 받은 사람은 있는 유령 장학금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장학금 신청서에는 '지도교수 서명란'이 존재하는데, 조씨 역시 이 양식을 작성해서 제출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씨가 받은 장학금의 액수가 평균 관악회에서 지급하는 장학금 액수의 1.5배에 달하는 이유도 명확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관악회는 2014년 1명당 약 275만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했는데, 조씨는 이보다 1.5배 많은 401만원씩 두 번 연속 지급받았다.
서울대 장학금 수령 의혹은 환경대학원장인 홍종호 교수가 페이스북에 공개 비판 글을 쓴 것이 도화선이 됐다.
홍 교수는 의전 입학을 위해 대학원을 징검다리 삼아 '먹튀'를 한 제자에 대해 착잡한 심경을 밝히면서 "원래 목표가 의학전문대학원이었으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2학기 장학금은 신청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일로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이 느낄 자괴감과 박탈감에 괴롭고 미안하다"며 "다수의 학생을 떨어뜨리고 입학한 대학원에서 한 과목 수업을 듣고 1년간 800만원이 넘는 장학금을 받은 꼴"이라고 조 후보자를 저격했다.
서울대 동료 교수들 뿐 아니라 총학생회도 직접 나서 딸 장학금 깜깜이 지급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학내 비판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전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조 후보자의 딸이 진학한 대학과 대학원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장학금을 받았다는 점 등에 대해 우리 서울대 학생들을 비롯한 청년들의 분노가 크다"며 "납득 가능한 설명과 해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 속에 서울대 오세정 총장 역시 조씨에게 장학금이 지급된 경위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져 학교 차원의 진상조사단이 꾸려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