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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동물보감] "동물 세계에도 빈부격차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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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축적? 개미, 벌.. 집단생활 동물에게도 발견
'많이 모으고 보자' 적정량 모르는 건 마찬가지
그러나 공동으로 축적해 평등하게 공동 분배
개미들, 전체의 20%만 일해..얌체 개미 존재
하지만 얌체들이 많을 수록 집단 생명력 길어
왜? 성실한 개미들만 있으면 금방 '피로사회'
약자 배려하고 능력에 따라 일하고 배분하는
다같이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불가능한 일일까?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19년 8월 12일 (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 정관용> 각양각색 인간사 문제들에 대한 해답의 단초를 얻는 시간. ‘우리 딱 동물들만큼만 합시다’. 동물세계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 <최재천의 동물보감="">입니다. 오늘은 빈부격차에 대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동물세계에도 빈부격차가 있을까요? 동물들은 어떻게 ‘같이’ 잘 먹고 잘 살까요? 최재천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최재천> 안녕하세요.

 


◇ 정관용> 부의 축적이라는 게 동물세계에도 있어요?

◆ 최재천> 있습니다. 그런데 거의 사회성 동물에게만 있는 편이죠.

◇ 정관용> 사회성 동물이라면 집단생활하는.

◆ 최재천> 집단생활하고.

◇ 정관용> 개미, 벌 이런 등등?

◆ 최재천> 네. 그리고 비교적 아주 조직적으로 집단생활을 하는. 그렇지 않은 케이스에는 예를 들면 다람쥐들이 도토리나무 이런 걸 입에다가 잔뜩 물고 돌아오잖아요. 그리고는 그걸 숨길 데가 마땅치가 않으니까 여기저기 숨기거든요.

◇ 정관용> 그런데 못 찾는다면서요?

◆ 최재천> 그런데 못 찾아서 그중 일부가 또 나무가 되고 이러는 건데. 그런 다람쥐라든가 제가 연구하는 까치, 까치도 숨기거든요.

◇ 정관용> 까치도 먹이를 숨겨요?

◆ 최재천> 먹이를 여기저기 숨깁니다. 그리고 기억해내고 이러는데. 그런 몇 가지 동물들 빼고는 부를 축적하는 동물은 다 아주 고도의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개미, 흰개미, 벌, 우리 인간 이런...

◇ 정관용> 침팬지나 이런 군집생활하는 건요?

◆ 최재천> 거의 저장능력이 없기 때문에 못해요. 그러니까 큰 걸 얻어도 그걸 어떻게 할 방법이 별로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 딴에는 어디 숨겨놨다고 그러는데 조금 이따가 자기가 가서 꺼내 먹다가 들켜서 다 덤벼서 뜯어가고. 그래서 거의 제가 보기에는 이게 저장능력이 굉장히 중요하죠.

◇ 정관용> 저장.

◆ 최재천> 개미나 꿀벌은 저장할 줄 알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서 쌓아놓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어떤 면에서 보면 대부분의 동물들은 그때 필요한 것만큼만 먹고사는데 이게 인간을 포함해서 이 사회성 동물들은 필요 이상으로 쌓아놓잖아요.

◇ 정관용> 너무 많이 쌓아놓죠.

◆ 최재천> 그게 이제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 및 주원인이 되는 거죠.

◇ 정관용> 개미, 흰개미, 벌들도 필요 이상으로 쌓아놔요?

◆ 최재천> 필요 이상. 그냥 저걸 다 언제 먹을까 싶을 정도로 꾸역꾸역 다 쌓아놓는 거죠.

꿀벌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그래요?

◆ 최재천> 네. 그러다가 잘못해서 홍수가 나서 망했다. 그럼 그 많은 거 그냥 다 썩어서 없어지는 거죠. 이게 사회를 구성하고 산다는 게 어떻게 보면 굉장한 프리미엄인데요. 사회성 동물들이 지구를 지금 지배하고 있는 건데. 거기에 악이 너무 욕심을 낸다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개미나 벌도 욕심 때문이에요? 아니면 얼마큼이 적정량인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 최재천> 그게 욕심이죠.

◇ 정관용> 모른다는 게 욕심인가요?

◆ 최재천> 그렇죠.

◇ 정관용> 우리는 알면서도 욕심 부리죠.

◆ 최재천> 우리는 알겠어요? 그러니까 내 삶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다 모르니까 ‘혹시 이 다음에...?’ 이래서 ‘일단 많이 모아놓으면 나는 괜찮을 거야’. 그러고 모으지 계산을 한번 해 보시고 지금 거부(巨富)인 분들이 계산해 보시고. ‘나 이 정도면 되는데 그래도 나 더 모을래’ 그러시지 않으실 것 같아요. 그분들도 아마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계속 모을 거예요.

◇ 정관용> 거부반열에 있는 분도?

◆ 최재천> 제 생각에는 그럴 것 같아요.

◇ 정관용> 저는 안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 최재천> 내 사돈에 팔촌도 언젠가 내 도움으로 다 살아야 되고 이래야 되고 그래서 끊임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계속 모으고 계실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개미나 벌들은 그래요?

◆ 최재천> 개미나 벌들이 그렇습니다.

◇ 정관용>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 최재천> 그렇죠.

◇ 정관용> 그 저장능력을 습득한다고 그럴까. 알게 되기까지 참 오랜 세월이 필요했겠죠?

◆ 최재천> 그렇죠.

◇ 정관용> 게다가 농사도 짓잖아요.

◆ 최재천> 네. 개미나 흰개미 중에는 농사를 짓는 종들이 있죠.

◇ 정관용> 어떤 식으로 농사를 짓죠?

◆ 최재천> 이파리를 잘라다가 그걸로 퇴비를 만들어서 먹이사슬로 먹는.

◇ 정관용> 이파리로 퇴비? 버섯을 길러요?

◆ 최재천> 버섯을 길러먹기 위해서 퇴비를 만드는 그런 개미도 있고요.

◇ 정관용> 버섯 포자를 갖다가 심어요?

◆ 최재천> 네. 혼인비행 나갈 때 그 엄마한테서 버섯 포자를 조금 받아서 잎 옆쪽에 있는 주머니 안에 넣어서 나갑니다. 쌈짓돈이죠. 그래서 그걸 가지고.

◇ 정관용> 자기 왕국을 만들면.

◆ 최재천> 새로운 걸 건설해서 그 안에 버섯 농장을 시작합니다. 그 버섯은 전 세계에 그 개미종의 정원에서만 길러지는 다른 곳에는 전혀 없는 그런 버섯을 길러먹습니다.

◇ 정관용> 잎꾼개미인가요?

◆ 최재천> 그걸 우리가 잎꾼개미라고 하는데 잎꾼개미가 사실 종이 여러 종이거든요.

◇ 정관용> 잎꾼개미 종 안에도?

◆ 최재천> 그런데 그중에 어떤 것들은 동물 이런 시체 이런 것들 모아다가 그걸로 퇴비를 만들어서 또 뭘 길러 먹는.

◇ 정관용> 식물성 퇴비가 아니라 동물성 퇴비 이런 거.

◆ 최재천> 그런 종류도 있고요.

◇ 정관용> 국립생태원에 잎꾼개미들이 아직도 있나요?

◆ 최재천> 아직도 있습니다. 아주 잘 자라고 있습니다.

◇ 정관용> 제가 가서 봤잖아요. 잎꾼개미들이 잎을 자그맣게 잘라서 하나씩 물고 쫙 가서 그게 퇴비저장고에다 딱 모으는 거잖아요.

◆ 최재천> 진짜 볼 만하죠?

국립생태원에 있는 잎꾼개미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멋있더라고요. 그거 남미에서 떠오시느라고 고생 많으셨죠?

◆ 최재천> 뭐 보통 작전이 아니었습니다. 베네수엘라 바로 위에 있는 트리니다드 토바고라는 나라에서 지하로 거의 7~8m 파고 들어가서 여왕님을 모셔야 되니까 여왕 방을 찾아야 되거든요. 찾아서 일개미하고 잘 포장, 밀폐해서 비행기로 영국으로 갔다가 영국에서 안정화시킨 다음에 다시 인천공항으로 와서 무진동 트럭으로...이게 보통일이 아니었습니다.

◇ 정관용> 그래도 아무튼 그게 전 세계에서 가장 대규모, 큰 규모로 자리잡은 그런 잎꾼개미의 서식 생태 구조를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놓으신 거 아닙니까? 그렇죠?

◆ 최재천> 제가 욕심이 많아서요. (웃음)

◇ 정관용> (웃음) 그 욕심은 괜찮은 욕심입니다. 국립생태원 한 번씩 가보셔야 돼요. 그건 그렇고, 그러니까 그런 사회성 동물들은 저장능력이 있기 때문에 농사도 짓고 나중을 대비해서 필요 이상으로 엄청나게 부를 축적한다, 모은다. 그런데 그렇게 모은 것을 어떻게 나누죠?

◆ 최재천> 그건 일개미들이 또는 일벌들이 전체가 다 누구나 그 사회의 구성원이면 누구나 다 먹을 수 있고 다하는 거죠.

◇ 정관용> 평등하게?

◆ 최재천> 그렇죠. 물론 지난 시간에 제가 얘기 드린 것처럼 여왕벌, 차세대 여왕벌이나 여왕벌을 기르게 되면 그 아이들한테는 엄청나게 많이 먹게 되고요. 그러니까 걔네들은 일종의 금수저 같은 애들인 거고.

◇ 정관용> 몸이 커져야 되니까. 그렇죠?

◆ 최재천> 그렇지 않고는 이게 공동으로 모은 자산이고 공동으로 소비하는 자산이죠. 우리처럼 개인이 이렇게 독식하는 건 아닙니다.

◇ 정관용> 공동생산, 공동소비.

◆ 최재천> 그렇죠.

◇ 정관용> 그리고 공동으로 소비하고 넘칠 만큼 많이 있고.

◆ 최재천> 그래야 점점 나라가 더 커지고. 꼭 그 많은 종에서 어느 정도 적정수준의 나라 크기라는 게 있기는 하지만 또 어떤 종에서는 한없이 커져요. 그러니까 이게 많이 부를 축적하면 할수록 나라가 점점 커지니까 멈추지를 않는 거죠.

◇ 정관용> 또 개미나 벌들 속에서도 일 안 하는 애들도 있다면서요?

◆ 최재천> 그러니까 일본학자들이 조사를 해 봤는데요. 끝까지 일 안 나가는 것들이 있더랍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최재천> 그럴까 싶은데 그 전체주의적인 그 사회에서 개성들이 다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나라가 조금 위험한 것 같다 그러면 그냥 앞 다퉈서 나가는 의협심이 많은 그런 일개미가 있는가 하면 쓱 눈치 보면서 대충 나갔지 그러면 자기는 또 뒤에 남고.

◇ 정관용> 몇 프로쯤 된대요, 그게?

◆ 최재천> 그러니까 이게 80:20 법칙이 적용되는데요. 일하는 개미는 전체 노동력의 언제나 20%정도를 유지하거든요.

◇ 정관용> 그렇다면서요.

◆ 최재천> 그러니까 20%를 우리가 제거해버리면 또 나머지에서 20%가 나오고 이러는데. 그 안 나가는 그 마지막까지 안 나가는 놈이 있더라는 거죠. 이걸 일본학자들이 개미 등에다가 점을 이렇게 여러 가지를 찍어서 전부 모든 개체를 다 따라다니면서 분석을 한 거거든요. 끝까지 안 나가는 놈. 뒤로 살살 물러나서 안 나가는 놈들을 발견한 겁니다.

◇ 정관용> 그런데 먹을 때는 걔들을 차별 안 해요?

◆ 최재천> 차별할 그런 겨를이 별로 없어요. 자기들이 다 알아서 왔다갔다 하면서 먹으니까.

◇ 정관용> 일 하러는 안 나가는데 일 하러는 안 나가는데 먹으러 갈 때는 열심히...

◆ 최재천> 아마 그럴 거예요, 그놈들이. 그런데 이 연구에 반전이 있습니다.

◇ 정관용> 뭐요?

야근하는 직장인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최재천> 재작년에 그 팀이 또 연구 결과를 냈는데요. 그런 나라를 여러 나라를 오랫동안 추적을 했는데 끝까지 살아남는 나라는 그런 얌체 같은 놈이 있는 나라가 끝까지 살아남더라는 겁니다.

◇ 정관용> 정말이요?

◆ 최재천> 네.

◇ 정관용> 얌체가 없으면 더 빨리 멸망해요?

◆ 최재천> 네.

◇ 정관용> 이거 진짜 반전이네요.

◆ 최재천> 왜 그럴까요? 너무 성실한 개미들만 모여 있는 너무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만 모여 있는 나라들은 금방 피로한 나라가 돼서 피로사회가 되고 그리고 정말 힘든 때가 되면 맥을 못 추는데 그런 얌체 같은 놈들이 있는 나라는 그 무렵이 되면 그놈들이 할 수 없이 일어난답니다. 아이, 내가 할 수 없이 나라를 구해야 되네 그러면서 나와서 그 위기를 모면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되게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사는데요. 우리 취준생이 몇만 명 놀려도 돼요. 그 친구들 1년에 1억씩 그냥 주고 좀 놀라고 그래도 몇만 명이라봐야 우리 몇만 명 중에 개미는 80%를 놀리는데. 왜 우리는 100% 일을 해야 됩니까?

◇ 정관용> 이제 그만하세요. 진짜 말도 안 되는. 취준생한테 1억을 어디서 줍니까, 어디서?

◆ 최재천> 모르겠어요.

◇ 정관용> 그런데 정말 재미있군요. 군집생활을 하는 동물들 가운데도 일 안 하고 노는 몇 퍼센트가 분명히 있는 왕국일수록 오래 가더라.

◆ 최재천> 그런데 제가 정말 실없는 소리를 한 거지만 한번 돌이켜 생각해 보세요. 우리 옛날에 농사 지을 때 농경시대에 모두가 다 일하지 않았거든요. 모내기 하는 날 둘째아들 그놈은 뒷산에 가서 하루 종일 안 왔거든요. 저녁 때 밥 먹을 때 내려왔을 때 아버지가 지게 작대기 가지고 막 내쫓아가면서 자식 일도 안 하는 놈이. 그런데 걔를 창고에다가 가둬놓고 굶겼냐? 아니에요, 먹었어요.

◇ 정관용> 하루 정도 굶겼죠. 한 끼 정도.

◆ 최재천> 다 먹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원래는 일 많이 하는 사람도 있고 적게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러나 다 같이 먹었어요. 그런데 이게 직업사회가 되면서 직업이 없는 자 먹지도 말라 하는 거거든요. 그게 꼭 옳은 사회인가. 잘 모르겠어요.

◇ 정관용> 그리고 농사 지를 때는 겨울철은 대부분 놀았잖아요, 그냥. 그렇죠? 해 떨어져도 그냥 놀았잖아요, 쉬고. 요새 우리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거예요.

◆ 최재천> 너무 많이 하는 거예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피로사회입니다, 피로사회.

◆ 최재천> 맞습니다.

◇ 정관용> 왜 그러는지 몰라요.

◆ 최재천>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제일 피로사회죠.

◇ 정관용> 왜 그러죠?

◆ 최재천> 글쎄 말이에요.

◇ 정관용> 욕심 때문이죠.

◆ 최재천> 모르겠어요. 한번쯤은 이 문제도 모여 앉아서 한번 고민해 봐도 되지 않을까. 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겁니다.

◇ 정관용> 공산주의 이념의 어떤 이상향을 그렇게 말하잖아요.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한 만큼 소비하는. 이렇게 말하잖아요. 누구나 다 자기가 능력 가진 만큼만 일하고 생산에 참여하고. 그러나 필요한 만큼 소비할 수 있는. 이런 게 보통 공산주의 사회 이상향으로 본단 말이에요. 동물 군집사회는 대체로 그런 정신과 좀 맞네요.

◆ 최재천> 그래서 제 지도교수님이 이렇게 얘기했어요. ‘마르크스가 옳았다. 그런데 그는 종을 잘못 선택했다.’ 이렇게 인간을 연구해서 그 책을 써서 틀린 거지 개미를 연구해서 그 책을 썼으면 딱 맞는다, 그렇게 하셨어요.

◇ 정관용>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한 만큼 소비하는데 어떤 경우는 능력 있어도 일 안 하고. 그러나 소비는 같이 하고. 그리고 축적은 계속 이뤄질 수 있고. 혼자서 독식하는 거 이런 거 없고 이거군요.

◆ 최재천> 아마 열심히 일한 친구가 더 많이 먹었겠죠. 왜? 에너지 소비를 많이 했으니까 많이 먹었을 거고요. 빈둥빈둥 논 놈은 조금 먹었을 거고요. 그래서 또 그게 대충 맞아 떨어지지 않았을까. 그놈이 더 먹었을 리는 없을 것 같아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제공)

 


◇ 정관용> 서로 다른 종끼리 도와주는 공생 있잖아요. 악어와 악어새 이런 식의. 그런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 최재천> 그거야말로 철저하게 서로 서로가 이득이 되는 그것 때문에 관계가 맺어진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건 우리가 처음에는 악어와 악어새 정도 돼야 그런 예가 있는가 보다 했는데요. 지금은 사실 우리가 굉장히 많은 것을 관찰해 보니까 어디에나 있어요. 그러니까 가장 대표적인 예로 저는 요즘 많이 얘기하는 게 우리와 우리 장내 세균.

◇ 정관용> 세균들.

◆ 최재천> 우리 몸이 되게 정 선생님 제가 대충 세보니까 한 30조 세포가 있는데요. 성인이 한 30조 개의 세포로 돼 있으면 장내 세균은 40조 개의 세균이 있어요.

◇ 정관용> 그렇다면서요.

◆ 최재천> 그러니까 우리보다 우리 세포 수보다 더 많은 세포가 우리 장내에 있는데.

◇ 정관용> 그 무게도 대단하다면서요.

◆ 최재천> 걔네들이 우리 소화 다 담당하고 거고요. 우리 면역작용 좌지우지하고 있고 최근에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 뇌에도 작용을 한다고 그래요. 그런데 얼마나 장내 세균이 좋은 세균이 있느냐에 따라서 비만이냐 아니냐 이렇게 다 결정이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농담으로 요즘 그러는데 조만간 저처럼 이렇게 마른 정 선생님처럼 이렇게 마른 사람의 똥을...

◇ 정관용> 다들 귀하게. 대변 연구하시는 분들 많아요.

◆ 최재천> 많아요. 그게 아마 요즘 뇌 과학 못지않게 조만간.

◇ 정관용> 맞아요. 거기에서의 가르침은 아이들 너무 깨끗하게 기르면 안 된다. 아이들이 무균상태가 되면 죽어요. 그러지 않습니까? 지저분하게 키워야 된다.

◆ 최재천> 그렇다고 지저분할 것까지는 없는데요. 적절히.

◇ 정관용> 너무 깨끗하게 키우면 안 된다, 그런 거죠. 하여튼 얘기 나누다 보니까 마르크스가 인간사회를 연구했기 때문에 틀렸다라고 했는데 저는 거기에도 꼭 동의는 못하겠어요. 인간사회도 지금 우리가 가장 앞서 있다고 생각하는 북구라파의 복지국가 같은 경우는 능력이 없는 분들 다 배려하잖아요. 장애인, 노인, 아동. 그들에게 복지제도를 우선 베풀잖아요. 그렇죠? 이런 게 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소비하는 사회의 정신을 어느 정도는 구현하는 거 아닙니까?

◆ 최재천> 그렇죠. 그게 결코 쉽지 않은.

◇ 정관용> 어렵지만.

◆ 최재천> 일이겠지만.

◇ 정관용> 그런데 그쪽 방향으로 가야 그 사회가 건강하고 튼실하게 유지되더라. 이게 증명되고 있는 거 아닙니까?

◆ 최재천> 이런 설명을 드리면 고개를 끄덕이시다가 그러려면 세금을 좀 더 내셔야 됩니다. 그러면 다들 또 움츠리시잖아요.

◇ 정관용> 언젠가는 다 동의하게 될 거예요. 안 그러면 자기가 가진 것도 모은 것도 다 소용이 없어집니다, 이 사회가 불안해지면. 여기에. 그런데 어렵겠네요. 오늘 여기까지 합시다. 최재천의 동물보감, 최재천 교수님 고맙습니다.

◆ 최재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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