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내놔라시민행동' 주관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오른쪽) 등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박재동 화백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며 국정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16일 곽 전 교육감과 박 화백이 국정원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정보수집이 처음부터 국정원의 직무와 무관한 '부적법' 행위였다는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국가정보원은 국내 보안정보의 경우 '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에 한해서만 정보를 수집·작성 및 배포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은 국정홍보나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반대세력의 동태를 조사하는 정치사찰에 해당할 뿐 법에서 정한 국정원의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원고들에 대한 인물검증이나 평가가 국정원의 신원조사 업무와 일부 유사한 면이 있더라도 신원조사 대상자의 사전 동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신원조사 업무를 빙자해 대상자에 대한 무분별한 정보 수집 활동을 용인할 경우 자칫 불특정 다수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허용하게 돼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곽 전 교육감과 박 화백은 34개 시민단체가 모여 결성한 '국민사찰 근절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 파일 시민행동(내놔라시민행동)'의 상임 공동대표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4월 해당 소송을 제기했다.
곽 전 교육감은 선고 직후 취재진들 앞에서 "오늘 판결은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국정원에 대한 법의 지배와 사법 통제를 확립하는 데 큰 걸음을 내딛었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의미"라고 소감을 밝혔다.
'내놔라시민행동'은 국정원의 사찰활동 공개, 국정원 내 불법사찰과 심리전 수행 관련 정보파일의 영구 삭제 등을 주장하며 지난 2017년 10월 출범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11월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개인의 사생활·정치사상·노동조합 가입 여부 등 민감 정보와 개인 성명·주소·주민등록번호 등 고유 식별정보 등의 수집 여부, 심리전 진행 여부, 민주노총 등 시민·노동단체에 대한 조직 재정정보와 정치적 성향에 따라 탄압활동을 벌였는지에 대한 정보 등을 공개할 것을 국정원에 요구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국정원이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정보는 정보공개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련 정보에 대해 공개 및 열람을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