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물감, 홀베인(Holbein)과 쿠사카베(KUSAKABE) (사진=강남구 화가 제공)
"우리의 수묵담채화에도 일본산 물감을 사용해요."한국 미술계에서 일본산 미술 재료를 사용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홀베인(Holbein)' 물감은 화가들 사이에서는 물론, 미대 입시에도 널리 쓰이는 물감이다. 홀베인은 국산 물감보다 가격이 2배 정도 높지만 채도가 높고 선명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홀베인'의 붉은색 계열은 화가들 사이에서 애용된다. 붉은색은 고가 안료가 필요하고 내광성이 약해 좋은 물감을 만들기 어렵다.
서양화는 물론, 한국화에도 일본산 용품이 많이 쓰이고 있다. 특히, 물감과 함께 일본의 '고매원(古梅園)' 먹도 널리 사용된다.
일본에 있는 고매원 본사 건물과 고매원 먹 (사진=위피디아 제공, 출처 고매원 공식 홈페이지)
일본산 물감과 먹은 수묵담채화·채색화를 그리는 데도 사용된다. 일본 분채·석채 물감과 먹은 색감, 발림이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화를 그리는 김성욱 화가는 "될 수 있으면 일본산은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한국 작가들이 일본산을 쓰지 않기 위해선 한국 미술 재료에 투자와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미술협회는 일본산 미술 재료 보이콧 운동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없는 상황이다. 개인의 선택 문제이기 때문에 협회에서 쓰지 말라고 지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의 무역 보복 움직임에 맞서 개인 화가들 사이에서 일본산 미술 재료를 사용하지 말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SNS에 올라온 강남구 화가의 글, 앞으로 일본 물감은 구매하지 않겠다는 강남구 화가 (사진=강남구 화가 제공)
서양화를 전공한 강남구 화가는 "아베 정권이 너무 괘씸하다"며 "시국에 맞게 화가들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미술 재료에 젖어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국산제품도 충분히 잘 나오고 있으니 웬만하면 국산을 쓰자"며 "미쯔비시, 쿠사카베 물감, 바바라 물감·붓 등 다양한 일본산 제품이 미술계에 들어와 있다"고 했다.
물감과 먹뿐만이 아니다. 아교, 오일, 나이프, 일본의 필기구 제조업체인 '톰보우'의 4B 연필과 지우개 등 한국에서 일본 미술 재료는 널리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