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로봇 감속기 등 부품 제조업체인 김포 에스비비테크를 방문, 업체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목록에서 제외하는 시행령을 공포한 7일 국내 부품소재 업체를 찾아 독자 기술력 확보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정밀제어용 생산 감속기 전문기업 SBB테크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 경제보복 사태 후 현장 방문 일정을 소화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2일 긴급 국무회의에서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큰소리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과 달리, 이날 문 대통령은 "일본 의존도를 줄이고 우리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기회를 만들자"고 독려했다.
일본 정부에 대한 직접 메시지보다는 국내 부품소재 업체들을 기술력 제고 등을 독려하면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지를 다진 셈이다.
또 수입 다변화와 더불어 국내 부품소재 기술 개발을 꾸준하게 추진해 일본 부품소재 기업들에 이익이 돌아가는 '가마우지 경제'를 이번 기회에 털어버리자는 의지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 기업들은 이번에 반드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서 우리 경제와 산업을 더 키워내실 것이라 믿는다"며 "정부도 단기 대책부터 중장기 대책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대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들이 국산부품 소재 구입과 공동 개발, 원천기술 도입 등 상생의 노력을 해주실 때 우리 기술력도 성장하고 우리 기업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를 향한 날선 경고를 최대한 자제하고 국내 중소기업들의 기술 개발을 독려했지만, 곳곳에서 일본 정부의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불만이 감지됐다.
기업 간담회 초반 약 5분간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일본을 5차례나 언급하며 경제보복 조치의 부당성을 꼬집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 국가에서 배제하면서 국민과 정부, 그리고 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우리 부품 소재 기업, 특히 강소 기업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됐다"거나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 부당성은 반드시 따져야 될 문제"라며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당분간 국내 부품소재 업체들을 격려하는 현장 행보를 이어가며 국내 부품소재 개발에 전력을 기울여달라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일본 정부에 대한 직접 메시지는 국무회의나 수석·보좌관회의 등 공식 회의 석상에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8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예정된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 강경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고 학계와 현장의 의견을 취합하는 자리인 만큼, 경제보복 조치 해제 촉구 등의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