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엑시트' 의주 역을 맡은 배우 임윤아를 만났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엑시트'의 내용이 나옵니다.여름은 흥행작이 다수 탄생한 계절로, 영화 업계가 가장 공들여 준비하는 시기다. 이른바 '4대 배급사' 중 하나인 CJ엔터테인먼트가 준비한 '엑시트'(감독 이상근)는 사실 이렇게까지 잘 되리라고 기대받던 작품은 아니었다.
이상근 감독은 '엑시트'로 장편 연출 데뷔를 하는 것이었고, 임윤아도 주연작은 처음이었다. 전작 '공조'에서 웃음을 빵빵 터뜨리는 감초 역할로 코미디 연기를 잘 소화했은, 그것만으로는 아직 '검증됐다'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평이 중론이었다.
영화계에서는 신인급에 가까운 임윤아에게 시나리오가 갔다면 이미 다른 이들이 많이 거절한 것 아니냐는 말도 네티즌들 사이에서 거리낌 없이 나왔다. 하지만 임윤아는 '엑시트'에서 정의롭고 행동력 있으며 재난을 피하지 않고 맞서는 의주 역을 멋지게 소화했다. 이번 작품으로 임윤아를 다시 보게 됐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윤아는 본인이 머리로만 생각하는 걸 의주는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점이 멋졌다고 밝혔다. 또, 영화를 찍으면서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재난 대비 방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언론 시사회 때 '엑시트'를 처음 봤다고 했는데 소감은. 대규모 팬 쇼케이스 때 이야기도 듣고 싶다.
그래도 좋은 얘기를 많이 해 주셔서 다행인 것 같다. 보면서 잘 나왔다, 어떻다 하는 생각보단 그 촬영 현장이 너무 생각나더라. 아직 그때 한 번밖에 못 봐서, 그 후로 더 보면 다른 시각이 보일 것 같은데 (처음엔) '아, 맞다! 저거 찍었었지?' 이런 생각이 나더라. 아무래도 제가 나오는 부분은 (웃음) 더 유심히 보게 되는 건 있다. 개인적으로 제 부분에서는 연기가 좀 아쉬운 부분이 있기도 하고, 너무 만족한다는 부분도 있긴 한데, 촬영할 당시에는 베스트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오건 후회가 되진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의 반응이 더 궁금하다.
(쇼케이스는) 콘서트장인 줄 알았다. (웃음) 너무 반응도 좋고 열정적이셔서 기분이 너무 좋더라. 또 처음으로 우리 영화를 본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굉장히 저희도 많이 궁금했고 같이 만났다는 의미가 컸던 것 같다. 너무 재미있다, 잘될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해 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쇼케이스 때도 스포(일러) 될까 봐 못한 얘기도 있었는데, 영화에 나온 걸 다 함께 공감하면서 보니까, 어떤 연결고리가 생겼다는 느낌이었다. 말만 해도 그게 어떤 건지 다 아는 반응이 되게 재밌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엑시트' (사진=외유내강 제공)
▶ '엑시트'가 재난영화라고 했을 때 예상되는 무거움과 진지함도 물론 있지만 유쾌해서 매력 있다고 했는데, 유머 코드가 잘 맞았나.(웃음) 으음~ 첫 번째로는 일단 기본적으로 내용과 대사가 굉장히 현실감 있어서 더 재미있게 본 것 같다. 대사가 정말 현실감 있다고 느꼈다. 그런 부분에서 오는 웃음이 있는데, 정석 오빠가 너무 표현을 잘해준 것 같다. 감독님의 대본과 정석 오빠의 연기, 두 분의 합작이 제 (유머) 코드인 것 같다. (웃음)
▶ 그럼 본인이 가장 재밌게 본 장면은 어디인가.초반에 가족들 다 모였을 때. 칠순 잔치 때 거기서 나오는 대사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하는 대사가 다 정말… (웃음) 초반에. 저도 보고 들었고, 주변에서 봤던 거였다. 어느 가족이나 다 공감하는 얘기이지 않을까. 진짜 생각지도 못하게 초반부터 웃겼던 부분은 정석 오빠 철봉 씬. (웃음) 그게 웃겼다.
▶ 의주라는 캐릭터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인데, 특히 그렇다고 느낀 부분은 어디인지 궁금하다.정말 부분 부분 자주 나오긴 하지만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해서 구하려고 하고, 양보하는 모습이 굉장히 용감하고 용기 있다고 생각했다. 의주의 빠른 판단력과 책임감, 능동적인 면이 보일 수 있는 씬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또, 인간적인 면이 담겨 있어서 보는 사람들도 더 공감하실 수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윤아는 극중 산악 동아리 경험이 있어 건물을 뛰어넘고 오르고 달리기도 잘하는 직장인 의주 역을 맡았다. (사진=외유내강 제공)
▶ 주변에서는 본인과 의주가 많이 닮았다고 하던데. 의주와 닮았거나 닮고 싶은 부분은.비슷한 부분은 어… 일 열심히 하는 것? 아, 진짜 그렇다. (웃음) 근데 의주를 너무 매력 있게 표현해 놔서 제가 (닮았다고) 말하기가 좀 그렇다. (웃음) 정석 오빠도 그렇고 (제게) 책임감 강하고 시원시원하고 이런 부분은 되게 닮은 것 같다고 얘기를 하더라. 그래서 '아, 그래요?' 했다. 제가 생각으로 하는 부분을 (의주는) 좀 더 행동으로 하는 게 많은 것 같다.
▶ '엑시트'는 용남의 가족이 중심이 돼 이야기가 펼쳐진다. 의주의 개인사 부분은 따로 나오지 않는데, 혹시 전사를 어느 정도까지 생각했는지.감독님하고 얘기를 했었는데, 의주가 국문과 출신이다! (웃음) 취업하긴 했지만 퍽퍽한 생활을 하는 회사원이라고 표현하는데, 영화에도 사회생활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지금 하는 일이 의주의 전공은 아니지 않나. 국문과라는 전공을 살린 직업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는 느낌이 있다. 전공을 살리지 못한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퍽퍽함? 그런 부분도 있다.
용남(조정석 분)이와의 관계는…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걸 들으면, 용남이가 고백했을 때 진짜 싫은 건 아니었다. (웃음) 그런 건 아니지만 공부도 해야 하고 아직은 좋은 오빠 동생으로 지내는 게 낫다는 생각에 거절했던 거로 알고 있다. (웃음) 정말 싫어서 거절한 건 아니다.
▶ 극중 의주와 용남은 유독가스를 피해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다닌다. 이번 작품을 위해 클라이밍을 배우고 액션 스쿨도 다녔다고 들었다.정석 오빠와 두세 달 클라이밍을 같이 가서 건물 오르는 씬, 와이어 연습을 하면서 준비했다. 달리기를 위한 거라기보단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같이했다. 그동안은 그냥 헬스를 기본으로 했는데 그래서 그 정도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웃음) 항상 (촬영) 전후로 스트레칭을 했는데도 알이 배기더라. 스케줄을 여유 있게 짜 주셨지만, 연달아서 뛰는 씬을 촬영한 적도 있어서 한두 번만 뛰어도 바로 근육이 올라오는 것 같더라. (뛰면서) 피 맛도 많이 났다. (웃음)
'엑시트'는 임윤아의 영화 첫 주연작이다. (사진=외유내강 제공)
▶ 이 영화의 감상 중 하나가 근력 운동을 해야겠다, 좀 더 넓게는 체력을 키워야겠다는 것이었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나.후기를 보면 클라이밍을 해야겠다, 운동해야겠다 이런 게 있더라. 저도 촬영하면서, 영화 보고 나니까 더더욱 최고의 무기는 체력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독가스가 퍼져서 살기 위해 도망쳐야 하는 상황이 배경이었는데, 연기하면서 그런 재난을 상상해 봤나.
씬마다 그랬던 것 같다. 가스 재난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오로지 상상하면서 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CG 장면이 많다 보니까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하는 게 많았다. 또, 이 영화를 찍으면서 진짜 재난이 일어나면 어떡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전엔 '재난 무서워ㅠㅠ' 이랬다. 이 영화를 찍기 전까진 구체적으로 뭔가를 어떻게 해야 하나, 이땐 어떻게 탈출해야 하지? 등 세세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찍으면서 안전 도구나 쓰는 방법을 알게 된 것도 많다.
▶ 언급한 것처럼, '엑시트'는 재난이 일어났을 때 바로 쓸 수 있는 재난 대비 방법을 알려준다.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우선 SOS 신호는 모스 부호로 된 건데, 불빛이랑 말로 '따따따 따-따-따 따따따'를 표현한 거다. 나중에 신호를 보낼 때 그 박자를 알고 있으면 언젠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걸 찍으면서 또 느꼈던 것 중 하나는, 방독면이 지하철에 다 배치돼 있다는 것과, 쓰레기봉투가 굉장히 유용하다는 거였다. 그걸 (몸에) 다 감고 있으면 체온 유지가 되더라. 촬영하면서 느낀 거다. 통풍이 안 돼서 습기가 찼지만, 외부와 접촉해선 안 될 때나 체온 유지를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계속>
배우 임윤아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