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 노래' 작곡가, 일제 침략 징병가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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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 박태준…1939년 '지원병장행가' 작곡
조선 청년 전쟁터로 이끌기 위한 노래…춘원 이광수 작사
한국 동요·가곡 선구자…해방 후 연세대 음악대학장 역임
71회 제헌절 경축식서도 노래 제창

지원병장행가 악보집. (자료 사진)

 

정부가 1950년 제헌절 기념곡으로 공식 제정한 '제헌절 노래'를 작곡한 고(故) 박태준(1900~1986)이 과거 일제의 징병 독려 가요인 군국가요를 만든 사실이 확인됐다.

17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지난 1939년 발표된 노래 '지원병장행가(志願兵壯行歌)'의 작곡자는 제헌절 노래를 만든 음악가 박태준이다.

'지원병장행가'의 노랫말을 지은 사람은 친일 문학인으로 유명한 춘원 이광수(1892~1950)다.

일제강점기 말기 군국가요이자 가정희망가요로 지어진 이 노래는 1939년 12월 이광수가 집필자로 참여했던 일제시대 대중 월간지 '삼천리'에 실렸고, 1940년을 전후로 라디오(JODK) 전파를 타기도 했다.

'임금님의 군사로 떠나가는 길 / 우리나라 일본을 지키랍시는 / 황송하신 뜻 받아가는 지원병 / 둘러둘러 일장기 불러라 만세' 등의 가사를 살펴보면, 지원병장행가가 당시 조선의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이끌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노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경분 전 서울대 HK연구교수는 2012년 9월 발표한 논문 <식민지 조선의="" 음악문화에="" 나타난="" 쇼와천황의="" 청각적="" 이미지="">에서 지원병장행가가 음악적으로는 '요나누키 음계'로 만들어진 노래라고 밝혔다. 요나누키 음계는 7음계 중 '파'와 '시'가 빠진 일본식 5음계다.

작곡가 박태준. (사진=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요·가곡의 선구자…해방 이후엔 '교회 음악'의 대가로

1900년생으로 대구 출생인 박태준은 기독교계 계성학교를 거쳐 평양숭실전문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오빠 생각' '동무 생각' 등 우리나라의 초창기 동요와 가곡들을 지은 유명 음악가다. 오빠생각 등 박태준이 지은 유명곡들은 초·중·고교 음악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그는 해방 직후인 1945년 전문 합창단 한국 오라토리오합창단을 창단해 1973년까지 지휘자로 활동했다. 같은 시기 서울 남대문교회 성가대를 지휘했다. 1958년 연세대 종교음악과를 개설해 기독교 음악교육의 초석을 쌓고, 연세대 음악대학장과 명예교수를 역임했다.

고향 대구에서는 지난 2011년 박태준기념사업회가 설립되기도 했다. 이후 '청라언덕' 음악회와 한국가곡 콩쿠르 등 박태준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어왔다.

◇전문가들 "분명한 친일 성격 노래…지적 가능"

전문가들은 박태준이 만든 지원병장행가가 친일 성격의 노래임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음악학자 이준희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가사나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 등을 보면 명백하다"면서 "작품이 삼천리 등 잡지에도 실린 점을 고려하면 그런(친일 행적) 지적을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이용창 박사도 "가정가요에 수록된 노래다. 라디오를 통해 방송되기도 한 친일 가요"라고 했다.

하지만 작곡가 박태준을 '친일 인사'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이용창 박사는 "지금까지 발견된 박태준의 친일 음악은 지원병장행가 한 곡"이라며 "친일인명사전 집필 당시에도 거론이 됐지만, 기준에 미치지 못해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민경찬 음악학과 교수도 "단 하나의 증거 만으로 친일로 볼 수 있느냐라는 점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짚었다.

적어도 3개 이상의 친일 행적일 기록이 남아있어야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기 때문에 하나의 증거가 남아있는 박태준의 경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준희 교수는 "그 당시(일제강점기) 기록이 지금 얼마나 보존 돼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같은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제헌절 노래는 매년 국회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참석자들 모두가 부르는 노래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71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도 제창 순서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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