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청와대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근거로 불화수소 대북 우회 수출 의혹을 연일 확대 재생산하는 것과 관련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등 관련 부처를 통해 일본 정부와 언론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적극 반박하기로 가닥을 잡고 총력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CBS노컷뉴스에 "차분하고 엄정하게 대응하자는 기조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일본 정부와 언론이 마치 의혹이 사실인 양 주고받기식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청와대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에서 수입한 불화수소가 우회 수출을 통해 북한에 반출된 게 사실이라면 일본 정부가 국제법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신고를 하면 된다"며 "확실한 근거가 없으니 언론플레이에 매달리고 있다는 얘기도 내부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국내 30대 그룹 총수들과의 청와대 간담회에서 "(일본 정부가) 아무런 근거 없이 대북 제재와 연결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의 우호와 안보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치"라고 언급한 것도 현재 청와대 내부 분위기와 결을 같이 한다.
청와대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국제사회에서 정당화하기 위해 대북 제재라는 무리한 카드를 들고 나온 것 자체가 단순한 무역갈등을 넘어 안보상 위해(危害)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 중이다.
청와대는 이달 초부터 일본 각료들이 불화수소 북한 반출설, 일부 원재료의 화학무기 전용 가능성을 연일 제기한 데 이어 일본 보수 언론들도 이에 가세하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실제로 10일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실의 요구로 제출한 자료를 재인용해 "한국에서 전략물자 불법 수출 사례가 4년간 156건에 이른다. 한국의 수출관리 체계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고 보도했다.
FNN은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가장 먼저 보도한 보수.우익성향 산케이 신문의 계열사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 위원이었던 후르가와 가즈히사는 FNN에 출연해 "대량살상무기 관련 규제 물자에 대한 수출 위반 사건이 이렇게 많이 적발됐는데도 한국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건 놀랍다. 한국을 화이트 국가로 취급하는 것은 어렵지 않냐"며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논리를 사실상 대변하기도 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안보조사회장도 지난 8일 "대량 파괴에 전용이 가능한 전략물자가 한국에서 위법으로 유출되는 게 급증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일본 정부와 보수 언론간 의혹제기가 주고받기식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근거가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한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억지 논리가 자칫 국제사회에서 우리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일본 정부의 이번 수출규제 조치를 외교적 해법을 동원해 해결한다는 기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는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관련 부처에 적극 대응하라는 지시가 이미 내려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오노데라 이쓰노리 안보조사회장 언급 바로 다음날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근거없는 주장을 즉시 중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성 장관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도 출석해 "일본은 삼권분립과 민주원칙, 상식에 반하는 보복 성격의 규제를 발표했다"며 "근거 없는 주장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일본의 의혹 제기는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 평가와도 상반된다"며 거듭 의혹 중단을 요청했다.
산업부 박태성 무역투자실장도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본은 한국 전략물자 수출통제 체제를 폄훼하는 시도를 중단할 것을 다시 한 번 엄중히 촉구한다"며 "한국은 일본산 불화수소가 북한을 포함한 유엔 안보리 결의 제재 대상국으로 유출된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일본을 겨냥했다.
청와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외교부 김희상 양자경제국장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불합리성을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것도 청와대 기류를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