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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모래내시장서 '딴짓' 좀 해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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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데뷔한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이하 구남)가 약 4년 만에 총 9곡이 실린 새 정규 음반을 냈다. 앨범의 타이틀은 '모래내 판타지'. 구남은 지난해 1월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있는 모래내시장 초입에 있는 한 건물 2층에 작업실 겸 사무실을 꾸리고 이번 앨범 작업에 돌입했다.

"원래는 비어있던 공간이었어요. 처음 왔을 땐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죠. 10년 전까지 점집이었던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미소). 이곳에서 4년 만에 정규 앨범을 완성하게 되었는데, 시장이라는 맥락과는 어울리지 않는 '딴짓'을 했다는 점이 재밌었어요" (조웅)

새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드러머 유주현과 키보드와 베이스를 담당하던 김나언은 팀을 떠났다. 유주현은 믹스 작업까지 함께한 뒤 군대에 갔고, 김나언은 앨범 작업 초기에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구남에게는 작업실을 전통 시장 안에 꾸린 것보다 훨씬 더 큰 변화가 있었던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컬, 기타 담당이자 리더인 조웅은 꿋꿋이 정규 음반을 완성해냈다. 함께 무대에 오를 새로운 동료들도 모았다.

"전 기본적으로 장르 음악을 하지 않아요. 장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열정을 모르는 건 아닌데, 전 그것에 재미를 못 느끼는지라 매번 새롭게 음악을 하자는 주의죠. 그래서 이번에도 새롭게 해봤는데, 새로운 친구들과 전국 여기저기 다니며 공연을 많이 하는 게 이번 앨범 활동의 목표에요"

다음은 조웅과의 일문일답.

 

-참 이색적인 공간이다. 모래내시장에 작업실을 꾸린 이유가 궁금한데.
"밀리고 밀려서 여기까지 왔다. 건물 1층에 있는 정육점 사장님이 친구의 친구의 어머님이다. 그런 인연으로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된 게 작년 1월쯤이다. 원래 비어있던 공간이라 처음 왔을 땐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 10년 전에는 점집이었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신경이 좀 쓰여서 뭔가 보이는 것 같고 들리는 것 같고 그랬는데 아직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웃음). 아무튼 공사를 시작한 것부터가 이번 앨범 작업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시장이라는 맥락과는 어울리지 않는 '딴짓'을 했다는 점이 재밌었다"

-작업실 입구에 '초보운전' 팻말을 걸어놓은 이유는.
"우편물이 제대로 도착하지 않아서 붙여놓은 거다...(웃음). 원래는 제대로 된 명패를 만들어서 걸려고 했는데 냥 마트에서 그걸 사와서 붙였다"

-그러고 보니 김나언 씨와 유주현 씨는 어디에..
"사실 한 명(유주현)은 군대에 갔고, 한 명(김나언)은 개인 사정으로 쉬게 되었다. (김)나언이 같은 경우 한국에서 이런 거(밴드 활동)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스무 살 때부터 이것만 하고 살았기 때문에..."

-그럼 새 앨범 활동은 어떻게 되나.
"세션 4명과 함께하려고 한다. 다행히 좋은 멤버들을 꾸렸다. 그래도 제가 이 동네에서 오래했고, 선배니까. (미소). 이설아라는 싱어송라이터가 건반을, 교정이라는 팀에서 베이스 치는 이기학이라는 친구가 베이스를, 멋진인생이라는 팀에서 기타 치는 박상권이라는 친구, 칵스 활동을 했던 김형균 등과 함께하게 됐다"

-그럼 이번 앨범 작업도 혼자서 했다고 봐야하나.
"앨범 작업 초기에 나언이가 같이할 수 없게 되었고, 주현이는 믹스까지 같이 하고 입대했다"

-고민이 많았겠다.
"그렇다. 살이 많이 빠졌다"

-어렵게 완성한 새 앨범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타이틀곡을 정하기가 어려웠다. 어쨌든 '망한 나라'가 타이틀곡이 되었는데 다양한 곡들이 있으니 전곡을 들어주셨으면 한다"

-앨범명이 '모래내 판타지'다.
"이 곳에서 뭔가 혼자만의 판타지를 꿈꿔본 것이기에, 있는 그대로 그게 제목이 됐다. 아마 여기 시장 분들은 제 앨범에 수록된 노래를 다 들어보셨을 거다. 작업할 때 창문을 열어놓고 있었으니까. 다행히 민원은 한 번도 안 들어왔다. (웃음)"

-문득 '모래내 바이브'는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과거에는 엄청난 번화가였다. 지금은 철이 지났지만 사라지진 않았다. 그게 팩트고, 거기에서 느껴지는 깊음 같은 게 있다. 삶의 깊음, 흔적들도 있고"

 

-앨범의 감상 포인트를 짚어주자면.
"쉴 때 듣기 좋을 것 같다. 아, 일할 때 듣기 좋은 노래도 있다. '지워진 자국'이라고. 러닝타임이 6분 정도인데, 청소나 설거지 할 때 들으시면 좋으실 거다. (미소)"

-내친김에 각 트랙을 직접 소개해주면 좋을 것 같다. 1번 트랙 '물불'부터.
"작업실 근처에 홍제천이 있고 불광천이 있고 그렇다. 앉아서 물 흘러가는 거 보면서 들으면 좋을만한 트랙이다. 노래 가사는 진지하다. 지켜야 하는 것, 욕망일 수도 있는 그것이 삶이나 일을 함에 있어 필요한 것인데 그런 걸 다 버리면 편하겠다 라고 말하는 노래다"

-타이틀곡이 된 2번 트랙 '망한나라'는.
"4년 전 처음으로 팀이 깨졌을 때 만든 노래다. (당시 창립 멤버였던 임병학이 팀을 떠났다.) 그래서 팀 이야기를 한 것인데, 그때가 탄핵정국이기도 했다. 그런데 발표가 미뤄져서 이제야 앨범에 넣게 되었다. 국가에 대해 이야기했다기 보단, 사회나 집단이 무너졌을 때의 심정을 노래한 곡으로 봐달라"

-3번 트랙 '우리는 끝없이 흐른다'로 넘어가자.
"풍류라는 말이 모티브였다. 삶도 생활도 사건사고도 계속 지나가고 또 오고 그렇지 않나. 그런 걸 담은 노래다. 특히 이 곡 같은 경우는 가이드로 불러놓은 버전을 그대로 앨범에 실었다. 튜닝을 해서 정리하지 않는 게 더 재미을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고 할까. 사실 이번에 처음으로 앨범의 믹스를 제가 했다. 이전에도 항상 엔지니어 분들이 믹스할 때 옆에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오롯이 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4번 트랙 '나띵 컴페어 투 유'는 어떤 곡인가.
"프린스의 '나띵 컴페어스 투 유'(Nothing Compares 2 U)를 모티브로 한 곡이다. 그 곡을 좋아했다. 너무 예쁘고 소중한 느낌의 곡이지 않나. 내 나름대로 내가 만들 수 있는 그런 느낌의 곡을 해봤는데 연애할 때 들으면 좋을 것 같다. 이 곡에 어울리는 야한 19금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볼까도 생각했는데 체력이 달려서 일을 더 못했다"

 

-벌써 반환점을 돌았다. 5번 트랙 '지워진 자국'을 소개해달라.
"헤어진 사람에 대한 노래다. 그게 연인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다. 문득 지난 일에 생각날 때가 있지 않나. 지나간 사람을 지워진 자국이라고 표현해본 노래다"

-6번 트랙 '무지개'는
"원래 제목은 '이혼'이었다. 그런데 그 제목은 너무 선정적인 것 같아서 '무지개'가 되었다. '이혼이 무지개일수도 있다', '헤어진다는 게 힘든 일인데 사실 고개를 돌려보면 무지개가 있을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아봤다"

-7번 트랙 '오 싱가포르' 이야기로 넘어가자.
"이 곡은 1집에도 있었던 곡인데 다시 편곡하고 다시 녹음했다. (멤버들을 떠나보낸 뒤) 혼자이기도 했고, 다시 시작하는 느낌도 있었고 해서 1집 곡을 한번 담아보고 싶었는데 리바이벌한다면 이 곡이 가장 적절하겠다 싶었다. 마치 어린 시절 초등학교 정문에서 찍은 사진을 지금 모습으로 똑같이 다시 찍어본 그런 작업이었다"

-8번 트랙 '여름밤'은 선공개곡으로 선보였던 곡이다.
"말 그대로 여름밤 바다의 경험을 담은 노래다. 이 곡은 선공개로 먼저 발표했었다. 본의 아니게 딱 4년마다 정규 앨범을 내게 된다. 그게 제 속도인가 보다. 그런데 지난 앨범을 낼 때 세상이 이렇게 빠른데 이렇게 하면(정규를 내면) 너무 그냥 타버리는 것 같다 싶었다. 그래서 조금 요즘 방식을 해볼까 해서 선공개로 내봤다"

-마지막 트랙 '재개발'은.
"이 동네(모래내시장) 얘기다. 전 재개발을 반대하는 사람이다. 다 부수고 미끈한 건물이 들어오면 길도 깨끗해 지고 하겠지만, 원래 있었던 예쁜 것들은 다 사라지지 않나. 그런 게 아쉽다고 하는 노래다"

-이전 앨범과 비교해 음악적으로 어떤 변화를 준 앨범인가.
"전 기본적으로 장르 음악을 하지 않는다. 장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열정을 모르는 건 아닌데, 전 그것에 재미를 못 느끼는지라 매번 새롭게 음악을 하자는 주의다. 그래서 이번에도 새롭게 했다. 팝을 한 건데, 제 나름대로 레퍼런스 없이 하려고 했다. 왜냐면 그게 재밌으니까"

-활동 계획과 목표가 궁금하다.
"새로운 멤버들과 전국 여기저기 다니며 공연을 많이 하려고 한다. 그게 목표다. 멤버 구성이 바뀌더라도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오래된 남자와 여자가 스텔라를 탄다'는 의미)라는 이름은 죽을 때까지 가져가고 싶다. 사실 이건 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한 번 내렸던 사람이 언젠가 다시 탈 수도 있는 거고"

-혹시 또 다른 계획이 있나.
"솔로 앨범을 낼 계획이 있다. 아마 올해 안에 내지 않을까 싶은데, 밴드 구성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닐 것이기에 구남의 앨범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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