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가 일제히 시행된 가운데 경기도 내 광역·시내버스는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 운행되고 있다.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제도 위반 사업장에 대한 처벌을 3개월 유예하면서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었던 버스 업계는 한숨 돌린 모양새다.
그러나 내년 1월부터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는 만큼 중소 버스업체의 시름은 여전히 깊다.
벽·오지 노선 증가와 인구 감소로 매년 수익성이 악화돼 더 이상 인력을 충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제도 시행은 경영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주 52시간제가 본격 시행된 1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동의 버스공영차고지에서 버스가 운행에 앞서 압축천연가스(CNG)를 충전하고 있다. (사진=고태현 기자)
◇'3개월 유예' 숨 돌린 대형 버스업체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된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동의 한 버스공영차고지.
휴식을 마친 노선버스들은 출발을 앞두고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 앞에 길게 늘어섰고, 연료가 충전된 버스는 하나 둘 차고지를 빠져나가며 운행을 시작했다.
차고지 한편에 마련된 흡연구역에는 노선을 순회하고 돌아온 운전기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어 담배를 피웠고, 휴식을 취하며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혼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는 버스 운전기사 사이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파주 법원리~의정부 민락지구 구간을 오가는 35번 버스 운전기사 A씨는 주 52시간 시행으로 변화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체감되는 것은 없고, 한두 달 지나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전기사 B씨는 "주 52시간이 시행됐지만 유예기간 3개월간 기존처럼 격일제로 근무하게 된다"면서 "10월이나 돼야 생활에 변화가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주 52시간제 정착과 혼란을 줄이기 위해 노선버스 등 일부 업종에 대해 3개월간 처벌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정부 지침에 따라 버스 업계는 회사별로 수백명에 달하는 버스 기사를 충원할 수 있는 기간과 노선 조정 등 주 52시간 근무체계를 갖출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 것이다.
도내 한 버스업체의 경우 우선 승객이 적은 낮 시간대의 버스 배차를 3~5% 정도 줄이기로 했고, 김포, 안양, 여주 등의 버스 업체는 노선 조정을 통해 혼란을 피했다.
한 버스업체 관계자는 "300인 이상 규모의 업체는 마을버스 등 타 업체에 비해 급여가 높아 지원하는 운전자가 많은 편이어서 인력 충원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1년 전부터 대비하다 보니 제도 시행으로 인한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북부지역에 소재한 300인 미만의 중소 버스업체.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 적용을 받게 된다. (사진=고태현 기자)
◇중소 버스업체…내년 1월, 걱정부터 앞서주 52시간 시행에도 큰 혼란이 없었던 대형 버스업체와 달리 300인 미만 중소 버스업체의 시름은 여전히 깊다.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1일 2교대로 전환해야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수익성 악화로 추가 인력을 채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 내 전체 인·면허 노선버스 업체는 총 63곳으로 이 가운데 300인 이상은 22곳이며 나머지 41곳이 300인 미만 중소 버스업체다.
특히 벽·오지 노선과 일반 노선을 동시에 운행하는 중소 버스업체의 경우 단축근로가 시행돼도 인력 충원 없이 배차 시간을 줄이거나 감차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벽·오지 노선은 재정 지원이 있는 반면, 일반 노선은 적자가 발생해도 재정 지원이 없어 보조금으로 적자 노선을 메꾸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양평의 한 업체는 44대의 버스로 114개 노선을, 동두천의 한 업체는 53대의 버스로 120개의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인구가 감소해 승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교통복지 차원에서 노선이 증가하는 것을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꼽았다.
또 운전기사를 충원하려고 해도 경력직이 아닌 신규직이 대거 지원하는 만큼 사고발생 위험이 높아 보험료 상승 우려도 높다고 토로했다.
중소 버스업체 관계자는 "승객을 태운 버스가 사고가 나면 모든 버스에 사고율이 적용돼 보험료 폭탄을 맞게 된다"면서 "신규 직원의 경우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버스 종사자 등용문은 대형 면허를 따고 교육을 이수한 뒤 마을버스부터 시작한다"며 "이후 중소 업체, 대형 업체를 거쳐 급여가 높은 서울과 인천으로 넘어간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처럼 버스 운전기사 이직과 적자로 중소 업체의 경영 악순환은 반복되고 있다"면서 "시골 노선을 책임지는 중소 버스업체를 위해서라도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해 우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