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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사건으로 본 잔혹범죄 성별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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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딥이슈] 잔혹범죄 중 하나인 고유정 사건에 뜨겁게 쏠린 관심
애매한 신상공개 기준부터 언론 집중보도까지…불편한 시선도 존재
"경찰 강력범죄자 신상공개 기준 허술…여성 잔혹성이 더 부각돼"
"여성 가해자라 충격 크지만…차별적 시선과 만나 가십으로 소비"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확대이미지

 

'동일범죄 동일처벌 동일수사'. 지난해 홍대 남성 누드 크로키 모델 불법촬영 사건 당시 서울 혜화역에 쏟아져 나왔던 여성들의 시위 구호다.

당시 이들은 남성 대상 불법촬영을 한 여성이 그 동안 수없이 가볍게 처벌된 남성 불법촬영자들과 달리 사회적 지탄을 받아 엄중하게 다뤄지자 반발하고 나섰다. 범죄자 수사와 처벌에도 성별에 따른 차별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와 비슷한 여론이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으로 인해 반복될 조짐이다. 여성 피해자와 남성 가해자 구도를 가진 잔혹범죄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사건에 과도하게 쏟아지는 관심 자체가 불편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피의자인 고유정 신상공개를 두고 어떤 기준으로 이뤄진 것인지 공방이 벌어졌던 이유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유사한 강력사건 피의자인 오원춘·박춘풍·김하일·조성호·변경석 등의 신상은 공개됐지만 기준에 부합했음에도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전남 화순 토막살인사건·시흥 악귀 살인사건 등도 엄연히 존재한다.

잔혹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애매한 신상공개 기준은 늘 논란이었고,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사건들은 모두 언론과 대중의 집중조명을 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반대로 하면 언론과 대중의 조명을 받지 못한 사건들은 신상공개 가능성이 낮다는 이야기다.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는 "일단 경찰의 강력범죄자 신상공개 기준부터가 상당히 추상적이면서 허술한 부분이 있다. 오원춘처럼 중국동포라는 특징을 갖고 있거나, 고유정처럼 여성이거나, 그런 사람들의 잔혹성이 더 대중 사이에서 부각된다. 사회적 분위기가 작용하는 지점이 있다고 본다. 여론에 좌지우지되거나 판단되지 않는 명확한 기준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피의자 신상공개까지 이어진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이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그 범죄 수법이 잔혹했고, 뚜렷한 범행 동기가 밝혀지지 않았으며 이 모든 행위가 이례적으로 '여성'이 주체가 됐다는 점이다.

어떻게 물리적 한계를 넘어 이 같은 범죄가 가능했는지, 그 잔혹성의 발로는 무엇인지 갖가지 분석과 추측이 이뤄졌다. 고유정 수법이 사체를 유기·훼손한 여타 잔혹 범죄와 그 정도가 크게 달랐던 것은 아니지만 범죄자 성별이 '여성'이기에 충격 정도가 컸고, 그에 따른 여론 역시 뜨거웠다.

살인범의 범행 동기와 수법에 대한 관심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고유정의 경우, SNS 작성글, 평소 행동 등 사건과의 연관성보다 개인사에 집중된 작은 정보들까지 가십을 위한 자극적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의견이다.

한국여성연구소 정영훈 소장은 "잔혹범죄는 마땅히 엄중한 벌을 받아야 하지만 여성 가해자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잔혹성 자체도 화제거리로 쉽게 소비되고, 여기에 집중한 언론 보도 역시 이를 부추긴다"면서 "어떻게 보면 여성이 잔혹범죄를 잘 저지르지 않는 긍정 경험에 반발해서 오는 충격일 수도 있지만 차별적인 시선과 범죄가 만나 자극이 강한 가십성 이야기를 확산하기 쉬운 존재로 취급된다"라고 진단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통계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남성 범죄자들의 강력범죄가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보여준다. 2016년 1분기 강력범죄에서 87.5%를 차지하고 있던 여성피해자 비율은 2018년 4분기 89.6%로 증가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검거한 살인범죄(기수)의 범죄자 성별을 살펴보면, 남성이 매년 전체 살인범죄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피의자가 '여성'이라는 희소성이 작용해 가중된 관심을 받는 것은 사회적 우려를 자아낼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의 잔혹범죄를 무감하게 수용하고 있다는 신호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는 "고유정 사건은 보통 남성 가해자였을 때 그 가해자의 배경을 파악해 '사회적으로 그런 잔혹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는 시각으로 접근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라면서 "홍익대 남성 누드 모델 불법촬영 사건 이후, 여성들 사이에서는 수사기관 등에서 자신들을 동일한 시민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불신하기 시작했고, 그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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