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끄러운 '살고 싶은 도시' 슬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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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수 칼럼]

이미지=연합뉴스

 

'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

지난해 10월 민선 7기 인천시가 출범 100일을 맞아 확정한 슬로건이다.

인천시는 이 슬로건을 시민 공모를 통해 확정했고 이에 맞춰 5대 시정 목표도 발표했다.

최근 '붉은 수돗물' 사태는 이 슬로건을 부끄럽게 한다.

'수도꼭지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처음 접수된 것은 지난 5월 30일 오후 인천 서구지역이었다.

이후 이 지역에서 비슷한 민원이 잇따랐지만 인천시의 대응은 무사안일 그 자체였다.

붉은 수돗물은 정수장을 바꿔서 대체 공급하는 수계전환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정수 수돗물 공급 방향이 반대로 바뀌면서 수도관벽에 부착된 녹과 물때 등 이물질이 떨어져나와 각 가정에 붉은 수돗물이 공급된 것이다.

당시 인천시는 붉은 수돗물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곧 정상화될 것이라며 안이하게 대응했다.

평상시 수계전환 때 발생하는 붉은 수돗물은 길어야 일주일이면 안정화된다는 경험에만 의존한 것이다.

그러면서 계속 수질검사에서도 '적합'판정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곧 안정화되기는커녕 피해지역은 날로 확산됐다.

사흘 뒤인 6월 2일부터는 영종지역, 13일부터는 강화지역에서도 "수도꼭지의 필터가 금방 변색된다"는 등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인천시는 영종지역은 서구의 붉은 수돗물과는 상관없다고 자신하다 수자원공사의 수질 전문가들이 '연관성 있다'는 분석을 내놓자 열흘 만에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사태는 처음 발생 이후 20일째 계속되고 있다.

그 피해가구도 3개 지역에서 1만여 가구에 이르고 150여개 학교가 급식을 중단하는 등 피해를 겪고 있다.

환경부 등 정부원인조사반의 조사결과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인천시의 대응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계전환 때 당연히 하도록 돼있는 사전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수계전환에 따라 정수탁도가 크게 상승했는데도 별도의 조치없이 가정으로 수돗물을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초동대응이 이뤄지지 못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사태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도 무리한 수계전환으로 밝혀졌다.

역방향 수계전환 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중간중간 이물질 발생여부를 확인한 후 정상상태가 되었을 때 공급량을 서서히 늘려가야" 하는데도 오히려 유량을 두배 늘리고 가압해서 공급했다는 것이다.

사태 장기화의 책임도 면할 수 없게 됐다.

정수장으로 이물질이 들어왔는데도 "탁도계 고장으로 정확한 탁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아 공촌정수장이 이물질 공급소 역할"을 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됐다는 것이다.

이번 붉은 수돗물 사태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부실투성이라는 조사결과이다.

그 부실로 인한 피해는 '살고 싶은 도시'를 간절히 바라는 인천시민이 직접 몸으로 당했다.

민선 7기를 맞은 시가 아직도 이런 행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인천시를 이끄는 관료들이 과연 누구를 위해 행정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노후된 일반 아파트에서도 물탱크 청소 등으로 단수했다 재개할 때는 녹물이 나오니 일정시간 방류 후 사용하라고 사전고지하는 것은 기본으로 행해진다.

이번에 인천시에서는 수계전환에 따라 붉은 수돗물이 나올 수도 있으니 이렇게 대응하라는 어떠한 사전고지나 안내도 없었다고 한다.

시민들을 위한 행정을 조금이라도 한다고 하면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수도꼭지를 틀자 어느 날 갑자기 붉은 수돗물이 쏟아지는 것을 경험한 시민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박남춘 인천시장은 정부원인조사반 중간조사결과가 발표되기 하루 전인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붉은 수돗물 초기대응에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18일에는 정부원인조사반의 조사결과에 따라 붉은 수돗물 사태의 책임을 물어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공촌정수사업소장을 직위해제했다.

이 두 사람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 붉은 수돗물 사태로 엄청난 피해를 당한 인천시민들이 납득할지는 의문이다.

'이들 시민에게 인천이 계속 살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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