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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유포, 휴대폰·USB 외에 클라우드도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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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기준서 '유포 방지 노력' 감경사유로 검토

(사진=연합뉴스)

 

"만약에 그 동영상을 누구한테 전달했으면 어떡해요. 휴대폰 안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휴대폰뿐만 아니라 다른데도 저장했으면…. 저 이름하고 주민번호 바꾸고 싶어요, 그 사람이 만약에 그 전에 찍었던 동영상을 올렸거나 다른데 기록을 남겨 두었으면 어떡해요? 그 사람이 나와서 그걸 올리면 어떡해요?" (한국여성변호사회, 피해자 심층면담 자료 중. 연인사이이던 가해자에게 피해를 당한 30대 여성 사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을 신설키로 하면서 '유포'로 인한 2차가해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서 유포행위는 촬영행위와 형량이 같은 데, 실제 불법 촬영 피해자들은 촬영보다는 유포의 해악에 대해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7기 양형위원회가 검토할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양형기준안에서는 불법촬영물의 증거 삭제를 형 감경 시 요소로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과 USB·외장하드 등 물리적인 기기나 저장매체 뿐 아니라 온라인저장소를 적극적으로 수색·압수·몰수 했는지 여부와 가해자의 삭제조치 등을 양형기준에서 고려하는 것이다.

지난 3일 대법원 양형연구회에서 개최한 '디지털 성범죄와 양형' 심포지엄에 나온 김영미 변호사는 위의 피해사례를 소개하며 "촬영에 사용된 도구가 압수되었는지, 촬영된 영상물이 완전히 삭제되었는지 여부가 피해회복으로써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포행위가 문제된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형사합의를 해줬더라도 가해자가 유포한 곳이 어디인지, 가해자가 영상물의 삭제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것을 당부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사건에서 피해자 상당수는 향후 유포나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가해자에게 처벌불원 형사합의서를 써준다. 그러나 재판 실무에서는 그 진의가 충분히 가려지지 못하고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있는 경우 대부분 가해자의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한다.

김 변호사는 "당사자마다 각양각색으로 작성된 '형사합의서'라는 문서만으로 피해자의 피해회복이 됐다고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오히려 피고인이 더 이상 영상물이 유포되지 않도록 얼마나 시간과 비용을 들여 노력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이미 영상물에 대한 영구적인 삭제가 불가능해 피해가 계속되는 경우는 매우 중대한 양형 가중인자로 고려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관련 시민단체들은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USB·외장하드 등을 자진해 제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온라인 저장공간까지 압수와 수색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스마트폰에 사진이나 영상을 저장할 때 자동으로 연동된 웹하드·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될 수 있고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도 파일의 복제와 저장이 매우 쉽고 빨라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증거수집 절차의 엄격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스마트폰 등 정보저장매체를 압수할 때는 '선별압수'가 원칙이며 이를 구현할 기술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성범죄에서 저장된 불법촬영물은 단순 증거가 아니라 예비 범죄의 대상이어서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에서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활동하는 A씨는 "수사단계에서 불법촬영 동영상을 찍은 스마트폰을 경찰이 압수하고 법원도 몰수조치했지만 피고인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아직 동영상이 남아있다고 협박해온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유포죄 강화는 입법에서 이뤄져야 할 부분으로 보이지만 일단 양형이라도 강화돼야 한다"며 "영상물 삭제를 호소하는 사람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되게끔 양형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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