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대기 기자)
경북 포항에 살고 있는 여성 A(33)씨는 지난달 남자친구 B(46)씨의 휴대전화를 보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B씨가 지인들 있는 단체 채팅방에 A씨 몰래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과 신체 특정부위를 찍은 사진을 올린걸 보게 됐다.
채팅방에 있던 이들은 음담패설을 주고 받았다. 그 중에는 채팅방에는 A씨와 수차례 만난적이 있는 C씨도 있었다.
A씨는 "가족들과 인사도 하고 지내면서 사귀는 사이였는데, 그런 영상과 사진을 올리고 친구들과 그런 말을 주고 받는게 말이 되냐"면서 "정말 죽고 싶은 심정뿐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C씨는 내가 직접 밥을 해서 준적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과 동영상과 사진을 보고 음담패설을 한걸 보니 환장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충격에 결국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가 가족에 의해 발견되면서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배신감과 수치심에 빠져 있던 A씨를 더욱 힘들게 한건 경찰이었다. 경찰은 B씨를 빨리 잡아야 추가적인 동영상 유포를 막을 수 있다며, A씨에게 자신이 입원해 있는 병실로 B씨를 유인하라고 시켰다.
A씨는 B씨가 처음 입원한 병원에 드나드는 것을 알게 돼 불안한 마음에 병원까지 옮겼다. 하지만 경찰이 빨리 잡아야 동영상 유포도 막을 수 있다고 해서 시키는대로 했다.
A씨는 "직접 얼굴을 보는 건 정말 싫었다. 병원으로 유인하면 1층에서 경찰이 잡아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경찰은 병실에서 잡아야 된다고 해 B씨가 결국 병실까지 왔다"면서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다"며 심정을 전했다.
B씨 검거 후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경찰은 휴대폰에 동영상이 없고, B씨가 채팅방에서 나온터라 동영상과 사진 추적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전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합의하에 촬영을 했다는 B씨의 말까지 더해져, 불구속 수사가 진행되면서 A씨는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A씨는 "B씨가 잘못했다는 녹취에 증인까지 있는데 왜 시간만 끌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렇게 될 바에는 경찰이 수사를 안하는게 나았지 않냐"고 하소연했다.
이에대해 경찰은 A씨 스스로 B씨에게 전화를 했고, 검거 당시에 경찰과 A씨 가족 등 다수가 있어서 위협을 느낄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B씨는 자신의 전화만 받을 것이라고 하면서 직접 통화를 했다"면서 "B씨를 검거 할때 A씨 가족과 경찰이 있어서 위협을 느낄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진=김대기 기자)
한편, D(31)씨는 직장 동료 E씨에게 성추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후속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불안함에 자해를 하는 등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D씨는 "E씨의 행방을 알려달라고 하니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면서 "사건 진행을 물어보니 '뭐가 불만이냐'고 하더라. 경찰이 이렇게 나오니 신변에 대해 겁이 났고, E씨를 피해 다른 지역에 가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동성간 성폭력 사건이어서 신경을 덜 쓴 거 같다"며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10일 포항북부경찰서 앞에서 경찰의 2차 피해 대책과 공정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포항여성회를 비롯한 경북노동인권센터, 경북혁신교육소공감, 포항여성회부설경북여성통합상담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포항지회 등 13개 단체는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포항여성회 관계자는 "수치심과 극단적 선택으로 몸도 마음도 정상이 아닌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유인하고 밀폐된 공간에 있게 한 것은 정상적인 조치로 볼수 없다"면서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의 안이한 대처가 성폭력 피해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는 만큼, 보다 섬세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