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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고유정 엉터리 수사 제주경찰…유족이 CCTV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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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피해자 실종신고 이후 3일째 유족이 위치 알려줘
이후 수사 급물살…그 사이 피의자 시신 유기 후 도주
사건현장 청소하는데도 방치…"수사 기본도 안 지켜"

7일 조사를 받고 고개를 숙인 채 유치장으로 향하는 고유정. (사진=고상현 기자)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수사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피해자 남동생이 직접 경찰에 찾아준 것으로 확인돼 초동 수사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특히 경찰이 수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범죄 현장조차 제대로 보존하지 못해 수사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노출됐다.

7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피의자 고유정(36‧여)의 범행 전후 동선이 담긴 펜션 인근 주택 폐쇄회로(CC)TV 영상을 피해자 남동생 A 씨가 경찰에 찾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7일 밤 A 씨가 형의 실종 사실을 경찰에 알린 지 3일째인 지난 29일이었다. 그 사이 전날인 28일 오후 8시 30분쯤 고유정은 훼손한 피해자 시신을 차에 실어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항-완도항 항로와 전남 완도군 도로변, 경기도 김포시 아버지 집 인근에 세 차례에 걸쳐 시신을 버렸다.

27일 남동생의 신고 직후 바로 펜션 인근 주택 CCTV 영상을 확인했다면 경찰은 적어도 고 씨가 시신을 유기하기 전에 붙잡을 수도 있었다.

해당 CCTV 영상에는 고 씨가 지난달 25일 오후 4시 20분쯤 피해자와 함께 펜션에 들어간 뒤 27일 낮 12시쯤 홀로 빠져 나오는 '수상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은 실종신고 직후 사건 현장인 펜션을 찾았으나 모형 CCTV가 있는 사실만 확인하고 그대로 돌아왔다. 결정적인 증거가 된 주택 CCTV는 펜션으로부터 불과 10m 거리에 있었는데 놓친 것이다.

주택 CCTV 영상을 경찰에 제공한 집 주인은 취재진에게 "29일 오전 피해자 남동생이 와서 CCTV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이후에 와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종신고 이후 삼일 째인 29일 해당 CCTV를 확인한 경찰은 고 씨의 행적이 수상하다고 판단해 다음 날인 30일 형사과로 사건을 인계했다. 그 이후가 돼서야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경찰이 실종신고 직후에 제대로 초동수사에 나섰다면 사전에 시신 유기까지 막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현재 피해자의 시신은 일부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29일 유족이 경찰에 알려준 CCTV. (사진=고상현 기자)

 


특히 형사과에서 수사를 진행하면서도 제대로 범죄 현장이 보존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펜션에서 혈흔 반응 검사인 '루미놀 검사'를 진행해 피해자의 혈흔을 확인했다.

하지만 고 씨가 충북 청주시의 거주지에서 긴급체포 돼 제주로 압송된 지난 1일 이후 펜션 주인이 안을 청소하면서 범죄 현장은 훼손됐다. 특히 해당 펜션에는 수사 직후나 현재에도 폴리스라인은 처져 있지 않다.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사건 현장 보존은 수사의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그대로 내버려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일선서의 한 경찰은 취재진에게 "정확하게 어떻게 사건이 벌어졌는지 확인하려면 현장 보존이 중요한데, 그러지 못했다는 건 수사 기본도 안 지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재진은 취재 내내 제주동부경찰서 관계자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회피하기만 했다.

한편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저녁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여러 장소에 유기한 혐의로 4일 경찰에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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