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트위터 캡처)
합성사진을 이용해 SNS나 단체대화방에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명 '지인능욕'이라는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수사와 처벌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경기도의 한 고교에 재학 중인 A양은 지난해 5월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SNS에 자신의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트위터의 한 계정에 '지인제보'를 한다며 올라온 글에는 A양의 사진과 함께 나이와 학교 등의 신상정보, A양을 성희롱하는 내용이 있었다. A양이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자신의 사진과 신상정보가 트위터에 무차별적으로 퍼져있는 상태였다.
이후 해당계정에서 A양 얼굴과 나체사진을 합성해 올리는 등 피해 정도가 심해지자 A양은 문제의 계정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난 1월 트위터 본사에 해당 계정의 신상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트위터 측에서 거절했다는 등의 이유로 기소중지했다.
그 사이 가해 정도는 더 심해졌다. A양의 연락처로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나 메세지가 오고 심지어 A양이 거주하는 지역의 한 체육관 화장실에서 A양을 성희롱 하는 낙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가해계정에서는 A양의 합성사진뿐만 아니라 A양 친구들의 사진까지 도용, 합성해 올리기 시작했고 이같은 행위는 사건 발생 일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계속됐다. 현재 해당 계정은 계정 주인에 의해 일시적으로 비활성화 된 상태다.
A양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 사진까지 합성해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부모님과 함께 경찰에 찾아가 다시 한번 신고했고 이후 연락을 준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끝내 연락이 오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가장 큰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던 경찰서에서도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에서 언론에 알려 공론화 하는 것이 최후의 수단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피해로 나와 친구들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아 학교에서 외부 상담가들과 상담치료를 받으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위터 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이버 성범죄의 경우 경찰이나 검찰이 트위터에 계정정보요청을 할 때 비실명서비스와 표현의 자유를 위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따라서 가해자 특정이 안돼 조사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개별 사안 검토를 통해 제한적으로 사용자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익명의 가해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잘 아는 듯 트위터나 텔레그램 등 익명성 보장이 확실한 SNS에서 이 같은 사이버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이효린 대표는 "'지인능욕'범죄의 경우 경찰에 신고를 해도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 법망을 피해가기 때문에 가해자를 잡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지인능욕'으로 가해자가 특정돼 고소가 진행되더라도 성폭력 처벌법 적용이 불가하고 명예훼손으로 우회해서 사건을 축소해 처벌 받는 실정이다"며 "디지털 성범죄의 수법이 진화하는 만큼 법률 또한 이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직접 몰래 찍어서 유포하면 폭력이라는 게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 기반이 마련 중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합성에 대해서는 과거와는 달리 정교하기 때문에 가공된 이미지라고 할지라도 성적으로 수치심을 줄 수 있다"며 "이 같은 행동에 대해서도 인격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