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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이후 최우식은 '기세'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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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백수 청년 '기우' 역으로 귀환
"채찍보단 당근…도드라지지 않는 나와 닮아"
"노력해도 안 풀리는 일들…현실 관객 공감대"

배우 최우식(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최우식은 스스로를 "채찍보다는 당근이 더 맞는 성격"이라고 했다. "자신감을 주는 그런 (칭찬의) 말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최우식은 "'기생충' 시사회에 어머니를 초대했다"며 "어머니가 칭찬에 후한 스타일이 아닌데, 영화를 보고는 되게 좋아해 주셔서 하나의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최우식은 봉준호 감독 작품 '기생충'에서 자신이 연기한 기우와도 닮아 있었다. 극중 기우는 전원백수 가족 기택(송강호)네 장남이다. 4번의 대입 실패 뒤 아르바이트와 부업을 하며 지내던 그는, 유학을 가게 된 명문대생 친구 부탁으로 부잣집에 과외 면접을 보러 간다. 이 일로 기우는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다.

최우식은 "영화 속 기우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둥글둥글하고 평범한 인물인데, 나이대도 비슷하고 도드라지거나 튀거나 하지 않는 내 성격과도 닮아 공감이 갔다"며 말을 이었다.

"기우네 가족은 무엇이 부족하거나 해서 가난하고 일을 못하는 게 아니잖아요. 단지 기회가 없었을 뿐이죠. 기우가 대입에 4번 떨어진 것 역시 실력이 없다기보다는 (영화 속 표현처럼) 실전에 임하는 '기세'가 약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 우리 시대 청춘의 초상…"안쓰러운 분위기 들어맞아"

영화 '기생충'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우식은 전작 '거인'(2014)과 '옥자'(2017)에서도 우리 시대 불안한 청춘을 연기했다. "과거 '거인' 때 했던 인터뷰를 보면 '기생충' 기우에게도 해당하는 답변이 몇 개 있더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조금 더 나은 환경으로 옮겨 가려고 애쓰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닮았는데, 기우에게 더 살을 붙인 셈이죠. 기우는 엄청나게 노력하는 친구예요. 놀다가 4수를 한 게 아닙니다. 봉준호 감독님이 인정한 부분이 있어요. 제게는 꾸미고 있어도 풍기는 안쓰러운 분위기가 있다는 거죠. 봉 감독님은 기우가 지닌 왜소한 이미지를 제게서 많이 봤던 것 같아요."

그는 '옥자'에 이어 '기생충'까지 봉준호 감독 작품 2편에 잇따라 비중있는 역할로 출연했다. 봉 감독의 차세대 페르소나라는 수식어가 나오는 이유다.

최우식은 "그렇게 봐 주시면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라며 "'옥자' 때는 너무 긴장하고 해서 감독님과 대화도 제대로 못했는데, '기생충' 때는 대화도 많이 하고 송강호 선배님과도 함께하고 버팀목이 되는 (기택네) 가족도 있었다는 점에서 꿈만 같았다"고 했다.

"봉 감독님이 '(차기작을)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어떤 내용인지, 어떤 장르인지, 이름이 기우라는 것도 몰랐어요. '무슨 내용일까' 기대에 부푼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처음 봤는데 너무 빨리 읽혔죠.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기우의 매력이 너무 많았습니다. 사건·사고가 아니라, 감정과 호흡이 극과 극으로 달리는 점이 너무 재밌게 다가왔어요."

◇ "이제부터는 목적이 아니라 과정 자체를 즐기고 싶다"

배우 최우식(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청년 기우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최우식은 "특별히 현실을 사는 또래를 조사하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자신 또한 그러한 청년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경제적인) 환경이 각자 다를 수는 있지만,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일이 잘 안 풀리는 수많은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은 청년들 누구나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러한 마음을 몰랐다면 더 조사를 했을 텐데, 제 인생에서 느껴 온 기우와의 공감대가 분명히 있었죠."

그는 "극중 기우는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안 되면 멘탈이 붕괴되는데, 저 역시 연기를 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배우 일을 하고 난 뒤부터 생각도 걱정도 많아졌어요. 요즘에는 더 긴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좋은 관심을 받다보니까 기대치도 올라가는 것 같은데, 그 기대를 제가 과연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입술이 바짝 말라요.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면 이 일을 즐길 텐데, 저는 그러지 못하죠. 무슨 일이든 다 그런 것 같아요. 이 점에서 관객들도 '기생충'으로 각자 현실을 떠올리며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최우식은 이제 새로운 삶의 태도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보다 뚜렷해진 것 같다"며 "목적이 아니라 과정을 즐기는, 연기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우를 연기하면서 스스로 생각하지도 못했던 얼굴을 봤어요. 신기한 경험이었죠. 제가 생각하지 못한 감정도 나오고 묘했어요. '기생충'은 제게 커다란 긴장감을 줬지만 배울 것 많은 학교 같은 영화였습니다. 제가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였죠. 사실 부모님께 처음으로 칭찬받은 영화이기도 하고요. (웃음) 결과를 떠나 과정이 더 즐거웠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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