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적 포용국가의 성과와 우리 사회의 시급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재정의 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16일 세종시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각 부처 장관 등 국무위원 전원이 참석하는 재정 분야 최고위급 의사결정회의로 이날 회의 내용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에 반영된다.
현 정부 출범 뒤 세번째 회의며, 세종시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견인하고, 세종시 중심의 행정부 정착을 도모하기 위해 세종시에서 개최한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금까지 '혁신적 포용국가'의 시동을 걸었다면, 이제는 가속페달을 밟아야 할 때"라며 "2020년은 '혁신적 포용국가'가 말이 아니라 체감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체감 성과를 내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나라의 살림살이도 가계처럼 경제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지출을 늘려야 할 때가 있고, 건전성에 중점을 둬 곳간을 채워야 할 때도 있다"며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이 매우 시급하다.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재정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뒤 2년 동안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사회투자를 대폭 늘렸고, 아동수당·치매국가책임제 등 사회안전망 강화, 각종 일자리 지원책, 혁신성장을 위한 제2벤처붐 확산전략, 수소경제 로드맵,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형 자동차 등 미래 먹거리 마련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문 대통령은 "신규 벤처투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역대 최저로 낮아지고, 직장인들의 소득과 삶의 질은 분명히 개선됐다. 실업급여도 확대돼 고용안전망도 두터워졌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성과 뒤에는 재정의 역할이 컸다. 재정이 마중물이 되고, 민간이 확산시켰다"면서도 "아직 국민들께서 전반적으로 삶의 질 개선을 체감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것이 앞으로 재정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로 재정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의 국가재정이 매우 건전한 편이기 때문에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예산은 결코 소모성 지출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 경제·사회의 구조개선을 위한 '선투자'와 같은 것이라는 말이다. 문 대통령은 "포용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고 혁신성장을 통해 경제활력을 제고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세수를 늘려 오히려 단기 재정지출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은 "재정은 우리 사회의 중장기 구조개선뿐 아니라, 단기 경기대응에도 역할을 해야한다"며 1분기 나쁜 경제 성적표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IMF 등 국제기구에서도 우리에게 추경 등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권고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하루빨리 국회가 정상화돼 정부의 추경안을 신속히 논의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린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점차 경제 활력을 지속적으로 떨어트리고 재정에 큰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며 "저출산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 마련과 별도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중·장기적 재정혁신 방안까지 함께 강구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구했다.
이어 "적극적 재정 기조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재정혁신이 병행돼야 한다"며 "필요한 곳에 쓰되, 불필요한 낭비를 과감히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경제활력 둔화와 재정분권에 따라 내년도 세입여건이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서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고 각 부처의 협력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2년간의 국정성과 및 재정운용을 평가하고, 앞으로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혁신적 포용국가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과제 및 이를 뒷받침하는 재정운용 방향이 논의된다.
정부 측에서는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전원이, 여당에서는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등이 자리했다. 또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