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3일 전국의 검사장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관련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검사장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했다.
박 장관은 우선 수사권 조정 법안과 관련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경찰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새로운 범죄 혐의를 발견한다면 직접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이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토록 한 현재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선 '정당한 이유' 부분을 빼고 검찰의 수사 보완 요구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이 지체 없이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를 이행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경찰이 1차로 수사를 종결한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송치받을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 장관은 피의자 신문 조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해선 각계각층의 의견을 심층적으로 수렴하겠다고 했다.
박 장관이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한 가운데 문무일 검찰총장은 당초 14∼15일께로 예정됐던 기자간담회를 다음 주께로 미뤘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여러 쟁점 등 검토할 사항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장관의 이메일 역시 기자간담회를 연기하고 우선 쟁점 검토를 벌이기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문 총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수사권 조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등 자체 개혁안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박 장관의 이메일 내용은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 마련되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문 총장의 반발에 대해 "검경 수사권 조정이 법제화되면 경찰 권력이 비대해진다는 우려가 있다. 문 총장의 우려 역시 경청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 수석은 지난 8일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주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두고 검찰의 사후통제가 설계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두고는 조 수석이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법안 내용을 두고 반발하는 검찰을 달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