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을 찾아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나고 있다. 윤창원기자
정치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여야 사이가 좋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쉽지 않다.
동물국회를 연출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 우리 정치권은 더욱 냉골로 변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배낭까지 짊어지고 장외를 돌며 '좌파 독재'를 외치고 있고, 민주당은 대권놀음에 빠졌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전에도 여야관계는 계속 삐걱대고 파열음의 연속이긴 했지만 지금은 최악이다.
덕분에 국회는 올들어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상임위별 법안심사 소위를 연 날짜가 평균 2.1일 이라니.
아니 제대로 문도 열지도 않았으니 그냥 '휴업'이라는 말이 더 적절한 것 같다.
민주당은 산적한 민생.개혁 입법을 위해 국회로 들어오라고 하고 있고, 야당은 잘못된 정책때문에 민생이 파탄났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똑같이 민생을 입에 달고 있지만 하는 행동은 정반대다. 지금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내년 총선에서 판나름 날 것이다.
여의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피로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정치 기사의 댓글을 보면 '국개의원'이란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굳이 주석을 달지는 않아도 무슨 뜻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세비를 최저임금만 줘야한다는 얘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5당 대표 회담을 통한 대화를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형식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당을 테이블에 앉히고 국회를 정상화하려는 생각인 듯하다.
청와대가 대화 주제를 식량 지원 등 대북 문제에만 한정짓지 않겠다고 하자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도 "5당 대표가 모이면 제대로 된 협의가 가능하겠냐"며 사실상 대통령과의 1대 1 회담을 요구했다.
이에 청와대는 "회담 제의 취지에 맞지 않고, 다른 야당 대표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며 부정적 입장이다.
당장 대화의 물꼬를 트기도 간단치 않아 보인다.
설령 회담이 열린다 해도 서로 관심 사항이 전혀 달라 얼마나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내년 총선이 1년도 안 남았으니 여야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라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당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역대 정권에 비해 높게 유지 되고 있다.
여야는 서로 유리한 조사 결과에 더 눈길이 갈 것이다.
하지만 민심의 물길은 여론조사로 다 포착하지 못할 정도의 깊이와 폭을 가지고 있다. 보수정당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됐던 지난 20대 총선의 결과가 대표적인 예다.
선거의 승패는 결국 중원(중도층)에서 결정된다.
지지층에만 둘러싸인 '모르핀 정치'에 골몰하는 쪽이 민의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 유행하는 심리학 용어로 확증편향과 자만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관계자는 "지지율에 취하다보면 내부 개혁, 공천 혁신에 대한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또 지지층이 얼마나 투표로 나오느냐도 당 지지율과는 별개로 중요한 선거의 변수"라고 했다.
국민의 향한 공감능력을 키우는 게 정치권의 급선무다. 그래야 의미있는 정치가 가능하고 선거에서도 승리할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