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 입장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왼쪽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을 처음 찾아 '시스템 반도체 비전'을 선포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30일 연설문에는 각종 반도체 전문용어들이 등장한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종합반도체 강국 도약'의 목표부터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팹리스 분야 시장점유율 10% 달성"이라는 용어로 채워져 있다.
'시스템 반도체'라는 개념부터 생소할 수 있지만, '파운드리', '팹리스' 등 용어까지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꺼낸 이유는 "'첨단'을 넘어 '미래'를 담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연설을 듣고 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입에서는 "아, 특히"라는 반응부터 나왔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님께서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등 반도체의 구체적 이름까지 말하며 ‘종합 반도체 강국’의 비전을 제시하고, ‘메이드인 코리아’까지 말할 때는 무거운 책임을 느꼈다”고 답했다.
시스템 반도체는 5G,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미래 성장 동력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연설문에서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1.5배 이상으로, 2022년에는 3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시스템 반도체로 영토 확장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시스템 반도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렇게 설명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세계 최초의 EUV(극자외선)공정 7나노로 출하된 웨이퍼·칩에 서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연설문 표현을 빌리면, "메모리 반도체가 정보의 축적을 담당한다면 시스템 반도체는 정보의 활용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연산과 제어 등 테이터 처리기능을 수행하는 전자 기기의 '두뇌' 역할을 떠올리면 된다.
컴퓨터의 CPU(중앙처리장치),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카메라의 이미지센서 등이 해당한다. 인텔과 퀄컴, 소니 등이 각 분야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연설문에서 "스마트폰 하나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만 50여개, 새로 출시되는 자동차에는 1천여개가 장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반도체'라는 단어가 '메모리 반도체'와 동의어처럼 여겨져 시스템 반도체를 '비메모리'라는 범주 안에 넣어 같은 의미로 쓰곤 한다.
시스템 반도체는 특정 목적에 맞게 설계하는 능력이 핵심이고, 메모리 반도체와 비교해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다.
스마트폰의 통신칩 시장을 장악한 퀄컴은 반도체 설계만 하고 제조는 하지 않는다. 공장(팹)이 없다는 뜻에서 팹리스(Fabless)라고 불린다. 생산시설 투자가 아닌 연구개발(R&D)을 통한 설계 아이디어들을 쌓는 곳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팹리스들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Foundry) 분야에 강점을 갖고, 우선 투자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연설 당일,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기술을 기반으로 한 7나노 파운드리 공정 제품을 출하했다. 올 하반기 출시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10에 처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5나노 공정 개발에도 성공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는데, 이때 "첨단 초미세 공정 파운드리 생산의 핵심 기술을 확보해 시스템 반도체 역량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