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단독회담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며 웃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북러정상회담을 마친 북한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우리 측이 전격적으로 4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상태여서 김 위원장이 침묵을 깨고 이에 응할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쳤다. 귀국 후 당분간은 북러정상회담 결과를 분석하고 향후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과 당장 대화를 전격 재개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북미는 하노이에서의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서로에게 양보를 요구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러정상회담 후 "미국이 일방적이고 비선의적인 태도를 취했다"면서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을 비난하며 협상대표 교체까지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미국 역시 북한의 입장이 먼저 변화해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볼턴 보좌관은 28일(현지시간)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의 단계적 접근과 관련한 질문에 "과거 정책을 보면 답은 '아니오'다. 단계적 접근을 취했던 과거의 정책들은 모두 실패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우군을 만들었고 시진핑 중국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결과를 공유하겠다고 하는 등 협상의 다각화를 노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는 좀더 상황을 관망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북러정상회담에서 언급했던 6자회담 재개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견이 분분한데다 미국 역시 이에 곧바로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고 나서, 북한이 우리 측에 접촉해올지에 대한 일말의 기대는 존재하는 상황이다.
볼턴 보좌관은 같은 인터뷰에서 6자회담과 관련해 "(6자회담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을 대북제재 이행에 한정하고 북미 간 톱다운 방식에 따른 협상방식을 고수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북한 또한 6자회담의 섣부른 재개로 비핵화 협상이 늘어지거나 미국과 합의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을 경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더해 대북제재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북러정상회담을 통해 실질적으로 북한이 얻어낸 것이 별로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만큼, 북한이 우선 남측을 접촉해 미국의 의사를 듣는 한편 남북미 틀을 관리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측에 전달할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도 미국과의 대화 의지는 확고히 한 만큼 이 '메시지'를 궁금해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우선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일정 전후를 맞춰 남북접촉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측이 최근 우리 측에도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긴장의 강도를 조절하고 있다"며 "군사적 긴장감이 치솟았던 대화 국면 이전의 상황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리 정부가 어떻게 역할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설명했다.